장기하와 워낭소리, ‘B급 문화’의 승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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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워낭소리, ‘B급 문화’의 승리일까?
[리뷰] “한국적 코드 읽어내” vs “섣부른 일반화는 경계”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03.2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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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대 인디씬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기하)과 독립영화 〈워낭소리〉 등 이른바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콘텐츠가 음악계와 영화계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쪽에서는 80년대식 ‘B급 문화’의 부활이라는 찬사가 뒤따르고 있지만 지나친 ‘과열현상’이라며 냉정하게 보자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장기하의 노래 ‘싸구려 커피’를 살펴보자.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와 같은 사실적인 가사는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현실을 적절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88만원 세대’로 풀이되는 고학력 룸펜들의 지적 허영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건 뭐 감각이 없어” “이건 뭔가 아니다 싶어” 같은 감탄사조의 가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도 키치적인 묘한 매력으로 젊은 층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만으로는 인터넷에서 ‘장교주’로 일컬어지며 40~50대에까지 앨범 판매층을 골고루 확보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지난 22일 방송된 KBS 1TV 〈콘서트 7080〉에 나온 장기하가 심수봉의 대표곡 ‘백만송이 장미’를 부르며 7080 세대들과 별다른 어색함 없이 조우하는 장면을 주목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 포스터 ⓒ붕가붕가레코드
포크에 기반을 둔 장기하의 노래가 이들 세대까지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코드는 민요와 같은 ‘국악’적 요소가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무표정한 음유시인 장기하의 얼굴과 중얼거리는 듯 한 노래는 세상을 관조하던 옛 선비가 읊어대는 시조 한 자락과 닮아있다. 노래와 랩 사이를 오가는 그의 음색은 룸펜의 생활을 희화화한 노랫말과 어울린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노래 도입부부터 ‘둥둥둥 두루두루 (x3) 따라라 따라라~’하고 들어오는 베이스 리듬은 마치 국악의 휘모리장단을 연상 시킨다. 또 선글라스와 붉은 립스틱, 긴 머리로 분장한 미미 시스터즈가 장기하 뒤에서 양팔을 흔들어 대는 슬로우 모션은 마치 각시탈을 쓴 놀이패의 광대의 몸짓과 유사하다. 그래서 장기하의 키치한 포크는 1980년대 김광석, 김현식의 정통포크와는 궤를 달리한다.

장기하와 워낭소리, 정상적 현상은 아니다?

6개의 개봉관에서 시작한 〈워낭소리〉는 개봉 2달 만인 지난 주말 관객 280만 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또 최근 개봉한 〈낮술〉이 관객 2만 명을 동원했고, 〈할매꽃〉,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등도 잔잔한 흥행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흥행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우려를 보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린 포럼 ‘독립영화, 어디로 가는가’에 참석한 독립영화 감독들은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인지도를 높였다고 전제하면서도 독립영화 전체의 발전이라고 보기에는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데 입을 모았다. 〈워낭소리〉를 배급한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는 “250만 명 영화 한 편보다 10만∼20만 명 영화 10∼20편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워낭소리〉의 ‘흥행대박’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영화 '워낭소리' ⓒ인디스토리
올해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최우수 록 노래 부문,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 부문, 올해의 노래상)을 차지한 장기하의 돌풍역시 과잉 평가된 측면이 있다. 특히 올해의 노래상의 경우 빅뱅의 ‘붉은노을’,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을 제치고 지난 한 해 한국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로 장기하의 곡이 선택된 것이 오히려 주류음악에 대한 역차별로 대중음악상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워낭소리〉는 현재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대리만족 현상으로, 농촌에 대한 집단적 노스탤지어 현상”이라며 “이미 감독의 작품의도를 떠나 과잉소비 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장기하에 대해서도 “지금 홍대 앞에 흐름들이 음악적인 흐름들이 빛을 보고 있는 것은 기존음악에 대한 반작용이라기보다는 지난 10년 동안 홍대 앞의 음악적 자양분이 원천이 된 것”이라며 “장기하의 돌풍은 음악성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홍대 인디신과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현상으로 그치지 말고, 언론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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