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열풍’ 메인뉴스도 스포츠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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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열풍’ 메인뉴스도 스포츠뉴스로
주요경기마다 관련보도 4~50% 차지 … “사회의제 외면” 비판
  • 김도영 기자
  • 승인 2009.03.24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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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월드컵 축구대회 등 주요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마다 지적된 방송의 ‘집중호우식’ 보도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반복됐다. 한국이 WBC 준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대회기간 내내 국민의 관심은 야구대표팀에 집중됐고, 방송뉴스도 수많은 리포트를 쏟아냈다.

본선 라운드 주요 경기가 있는 날마다 방송 3사는 WBC 관련 평균 10건이 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매일 메인뉴스에서 방송되는 리포트가 30개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한국팀의 승리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 3사의 보도 태도는 도를 넘었다”며 “사회 주요의제들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에 져 WBC 준우승을 차지한 24일. SBS <8뉴스>를 WBC 특집으로 편성해 총 32건의 리포트 가운데 23건을 WBC 결산 내용으로 방송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총 33건의 리포트 가운데 22건, KBS <뉴스9>는 29건 중 14건을 WBC 보도로 채웠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연차 로비’ 수사나 ‘장자연 문건’ 파문 등은 WBC 소식에 뒷전으로 밀렸다.

▲ 3월 24일 SBS <8뉴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없었지만, 결승 상대로 일본이 확정된 지난 23일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 뉴스는 다음날 열리는 한·일 결승전 예고 리포트를 각각 10~19건까지 내보냈다. 이날은 ‘박연차 로비사건’에 연루된 참여정부 실세 인사 2명이 전격 체포된 날이었다.

MBC <뉴스데스크>는 첫 소식부터 WBC 결승전 전망과 함께 ‘다저 스타디움과의 특별한 인연’, ‘역대 한·일전 명승부’ 등 13개의 리포트를 WBC 관련 보도로 내보냈다. ‘박연차 로비’ 보도는 14번째로 밀렸다.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첫 소식부터는 아니지만 WBC 결승 전망을 각각 KBS 14건, SBS 10건씩 보도했다.

이날 MBC 뉴스게시판에서 누리꾼 ‘DS1NFL'은 “야구 뉴스로 무려 22분이나 할애됐다”면서 “이전 경기내용과 중복되는 기사 몇 개는 더 시급한 사안의 뉴스로 채워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야구도 좋지만 지금 시점에선 경제 살리기 대책 등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본다. 뉴스 배치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 3월 22일 KBS <뉴스9>와 23일 MBC <뉴스데스크>
민언련은 24일 논평을 내 “독재정권 때나 있던 언론인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YTN 기자 긴급체포와 언론계 반발은 22~23일 방송 3사 모두 ‘단신’으로 취급했고, 정부가 ‘중산층 살리기’라고 내놓은 이른바 ‘휴먼뉴딜’은 실제 정책과 모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 방침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은 ‘국민들에게 즐거운 뉴스’ 뿐 아니라 ‘국민이 꼭 알아야 할 뉴스’, ‘국민이 함께 생각해야할 뉴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며 “WBC 경기를 보도하는데 쏟은 노력만큼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치, 사회, 경제 현안들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심층 보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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