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쇼,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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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쇼, ‘패배’로 끝날 수밖에 없는 이유
[프로그램 리뷰] 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
  • 원성윤 기자
  • 승인 2009.03.27 16: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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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 밤〉(이하 박중훈 쇼)이 MC 박중훈의 자진 하차로 내달 19일 폐지된다. 입담꾼으로 소문난 배우 박중훈을 앞세워 좀처럼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동건, 김태희, 정우성, 김혜수 등 톱스타들이 출연했음에도 〈박중훈 쇼〉는 4개월 만에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닻을 내리게 된 것.

KBS 측은 “봄 개편에 앞서 〈박중훈 쇼〉의 포맷을 박중훈씨 옆에 보조 MC를 서너명 추가하는 정도로 일부 바꿀 계획이었으나 박씨가 자진 하차를 고사했다”고 폐지 사유를 밝혔다. 이영돈 기획제작국장은 “기존 예능식 토크쇼를 벗어나 원맨 MC의 퍼스널리티(개성)가 강조되는 정통 토크쇼를 만들어 보고자 했는데 트렌드상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다인 MC로 이뤄진 예능식 토크쇼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시청자들이 예능식 토크쇼에 익숙해서 〈박중훈 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박중훈 쇼〉 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 주된 원인은 MC 박중훈의 진행의 미숙, 게스트에 대한 사전 준비부족 그리고 ‘원맨 토크쇼’의 이해부족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박중훈은 그동안 게스트들을 초대해 놓은 자리에서 정형화 된 질문이나 다소 어이없는 질문들을 던져 시청자들을 당황케 했다. 그는 이런 지적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례한 방송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토크쇼가 끝나면 멱살잡이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때문에 그는 ‘청정방송’을 표방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취지는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의 토크쇼를 무미건조한 쪽으로 이끌어갔다.

이점에서 박중훈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그는 “사석과 밤 11시대 TV에서 정제된 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예의를 갖추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이 메시지가 없어야 된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좀처럼 TV에 모습을 보기 힘든 스타들이 수 년 만에 토크쇼에 나올 때 시청자들은 진정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기대한다. 하지만 박중훈 쇼에서 그런 진정성을 접하기는 어려웠다.

원맨 토크쇼는 MC 자신의 풍부한 인생경험이 묻어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중훈은 수십여년의 배우 경력을 가지며 사회참여에도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박중훈 쇼〉는 회를 거듭할 수록 애초 취지에서 멀어져 갔다.

▲ KBS 2TV <박중훈 쇼> ⓒKBS
한국의 토크쇼가 다인 MC 토크쇼에 익숙했기 때문에 〈박중훈 쇼〉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가 처음 나왔을 때 “편집 때문에 어지럽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잘 모르겠다” 등의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셌지만, 차츰 게스트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이끌어 내고, 편집과 구성의 묘미를 살리면서 토크쇼의 새로운 형식을 구축해 냈다.

최근 백지영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MC 강호동은 “여성스러움이 방송에서 부각이 안 된다”는 백 씨의 고민에 “요리 잘하고 빨래 잘하고 희생을 해야 여성성이 아니다. 당당함으로 모든 시련을 이기는 이 솔직함으로 모든 편견을 바꾸는 백지영은 이미 아름다운 여성상을 대한민국에 제시하고 있다”며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편협한 여성성을 일갈했다.

〈박중훈 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 〈오프라 윈프리 쇼〉, 〈타이라 쇼〉를 지향한다고 했을 때 박중훈의 역량을 200% 끌어내며 새로운 토크쇼의 전형을 제시하면 되는 문제였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박중훈이 최근 언론과 가진 인터뷰서 “어떤 형식이 더 바람직한지는 유보적이다. 이런 시도를 한 번 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한 점이다.

〈박중훈 쇼〉에 대해 언론과 시청자들의 끊임없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그는 오히려 시청자나 언론 탓(?)을 하며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박중훈씨는 자신의 쇼를 실패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어떤 절실함이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점에서 〈박중훈 쇼〉는 ‘실패’가 아니라 ‘패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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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2022-07-04 20:19:41
아 왜에~ 중후이 좋은데 ㅋ

최선생 2009-03-27 18:36:39
박중훈씨는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수준이 높은데 시청자는 수준이 낮은 프로그램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시청률이 안나오는 거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잘된 일이라 생각되네요.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개선의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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