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통령 라디오연설’ 잠정 중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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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영향 우려 … 노조는 “폐지 촉구”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KBS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 연설을 4·29 재보선까지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대통령 연설이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일시 중단하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당초 이날 공방위에서 노측 위원들은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청와대의 일방적 편성 요청으로 이뤄졌고, 제작방식이나 편성·내용이 방송법과 방송강령을 위반한다”며 즉각적인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했다.

이에 사측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요구로 시작된 것은 사실이나 이후 KBS와 청와대의 협의를 통해 정례편성이 이뤄졌으며, 제작도 KBS에서 라디오중계차를 보내 녹음·제작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노사는 논의 끝에 △대통령 연설이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시 중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제작 자율성을 위해 제작방식을 변경하는 부분을 적극 검토하며 △야당의 반론권을 적극 보장하기로 했다.

서기철 KBS 라디오 편성기획팀장은 “기본적으로 재보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연설방송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라며 “파트너(청와대)가 있기 때문에 (잠정 중단은) 협의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성원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일방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청와대와 협의해 결정하는 것 자체가 편성 자율성 침해”라며 “당장 선거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사측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시 공방위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방송법 등의 균형성·공정성 위반 … 즉각 폐지해야”

한편, 이날 KBS 공방위 회의에서 노측 위원들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이 방송강령 제9항 “정부나 공공기관, 사회단체, 기업 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진실여부를 가리도록 노력하며 그러한 일방적인 선전에 이용되지 않는다”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KBS 방송제작 가이드’ 가운데 “공정성은 외견상의 단순한 중립성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함과 진실을 추구하는 엄격한 윤리적 자세에 의해 확보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맹종이나 맹목적인 비판은 유의해야 할 태도이다”라는 항목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일방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녹음 방송하는 라디오 연설은 즉각 폐지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측 위원들은 방송법의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야당에 대한 반론권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의 현행 프로그램은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측 “대통령 연설 매체 경쟁력 높이고, 공영방송 자율성도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라디오본부장과 편성기획팀장은 “대통령은 행정수반이면서 국정최고책임자기 때문에 대통령의 연설을 받아 KBS를 통해 방송하는 것은 매체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고 KBS 공영방송 자율성에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고, 노조는 “공영방송인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서기철 라디오 편성기획팀장은 “당시 노조의 항의로 라디오본부장이 ‘공영방송의 철학을 훼손하는 것처럼 비취진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 연설이) 매체 경쟁력을 높이고 자율성에 문제될 게 없다는 뜻은 변함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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