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로켓’ 방송보도 ‘호들갑’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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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 돋보기] 차분한 시민, 흥분하는 방송뉴스

시민들은 대체로 차분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차분했다. 개인적 추측이 아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언론은 지나치게 ‘호들갑’이었다. 5일 지상파 방송3사 메인뉴스는 특히 그랬다. 이날 MBC는 <뉴스데스크> ‘시민들 대체로 차분’이란 리포트에서 “대다수 시민들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차분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라고 정부에 촉구했으며, 국민들도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뉴스데스크>는 ‘차분하고 신중한 대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민들은 차분하고 신중한 대처 … 방송뉴스는 로켓 발사로 ‘도배질’

▲ 4월 5일 MBC <뉴스데스크>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는 중요한 사안이다. 남북관계를 좌우할 중대변수이면서 국제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헤아려야 할 변수도 많고, 짚어야 할 전망 역시 여러 가지다. 하지만 그것이 ‘도배질’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순 없다. 중요한 사안과 ‘도배질’은 다른 문제다.

MBC. 5일 2시간 여 가까이 특집으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57개의 메인뉴스 중 56꼭지를 북한 로켓발사 소식으로 채웠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은 제외) ‘다른 뉴스’는 식목일 산불 소식 뿐이었다. 석면검출·박연차 리스트·장자연 수사·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과 같은 뉴스는 <뉴스데스크>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역시 특집으로 꾸민 KBS <뉴스9>. 30꼭지 가운데 23꼭지가 북 로켓발사 소식이었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 제외) 하지만 KBS는 이날 저녁 8시부터 ‘뉴스특보’를 편성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KBS 역시 MBC 못지 않은 ‘도배질’을 한 셈이다. 

‘정상적인 궤도’를 밟은 건 SBS 뿐이었다. SBS는 <8뉴스> 30꼭지 리포트 중 24꼭지가 북 로켓발사 관련 리포트였다. 하지만 KBS와 MBC처럼 ‘특집 도배질’은 하지 않았다. (인터넷 기준, 스포츠·날씨·단신 제외)

미사일 아닌 위성으로 밝혀져 … 좀 더 냉정하게 접근해야

▲ 4월 5일 KBS <뉴스9>
사실 북 로켓발사에 있어 최대 관심은 로켓에 실려 있는 물체가 미사일 탄두인지, 인공위성인지 여부였다. 북한의 로켓은 인공위성으로 밝혀졌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궤도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6일자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인공위성 발사’라고 해도 “위성을 띄우는 데 필요한 로켓 기술은 쉽게 장거리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 이번 로켓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핵실험을 한 나라가 이런 기술을 보유한 것 자체가 지구촌에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냉정과 자제가 우선이다. 언론이 일본 정부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 일본 정부의 과잉 대응엔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 회복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한국 언론 특히 방송이, 거기에 부화뇌동할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발사가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 이외에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앞둔 내부 단합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이유도 없다.

정부. 초기 강경대응 방침에서 수위조절 모드로 들어갔다.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할 경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 ‘수위조절 모드’는 언론 특히 지상파 방송사에게 절실한 것 같다. 일본과 북한의 ‘정치적 의도’에 호들갑을 떨며 흥분하는 건 ‘우리’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다. 6일자 한겨레 사설 마지막 두 문장을 방송뉴스 담당자들에게 권하는 것도. 한번 정도 음미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갈 수는 없지만 그 파장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발사 국면이 길어질수록 모두가 피해자가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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