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검사 시도조차 안한 식약청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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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 KBS <소비자고발> 전수영 PD

▲ 전수영 KBS PD ⓒPD저널

지난 1일 아기들이 쓰는 파우더에서 ‘발암 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보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로 처음 알려졌지만 식약청은 KBS <소비자고발>의 취재결과를 통보받고서야 조사에 착수, 서둘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실을 최초 확인한 사람은 <소비자고발>의 전수영 PD. 그는 “식약청에 통보한지 3일 만에 자체조사부터 대책마련까지 완료됐다”며 “그동안 왜 검사 시도조차 안 해 우리 아이들을 석면에 노출되게 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 후속 취재에 한창인 전수영 PD를 지난 6일 만났다.

- 처음 어떻게 취재를 시작했나.
“아는 선배로부터 우연히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문가(<석면: 침묵의 살인자>의 저자 안종주 박사)에게 물어보니 1987년 일본에서 같은 일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조사한 사례는 없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베이비파우더를 수거해 검사했고, 조사를 의뢰한 12개 중에 5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너무 충격적이라 믿고 싶지 않아 다른 기관에 2차 검사를 의뢰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석면이 검출된 파우더는 우리 애도 쓰고 있는 제품이라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못할 정도였다.”

- 조사 결과를 해당 업체와 식약청에 통보했다.
“의외로 제조업체들은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수긍했다. 그동안 업계 쪽에서도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식약청 기준이 없었다고 했다. 식약청도 마찬가지로 가능성엔 충분히 공감했다. 식약청은 원래 방송 후 자체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사안이 크다고 생각해서인지 부랴부랴 조사해 방송 몇시간을 앞둔 지난 1일 오후 6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부분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도 방송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번 아이템은 원래 4월 15일 방송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모 기업이 <소비자고발>에 광고를 붙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알아보니 그 업체에서 갑자기 광고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중간에 실험결과가 새나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방송 일자를 앞당겼다.”

- 이번 아이템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중국산 김치, 멜라민 파동부터 이번 석면 파우더까지 식약청은 일이 터져야 수습하는 모습만 보여 왔다. 정말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미리 연구해서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고 본다.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은 이미 22년 전 일본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어른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 제일 속상하다.”

▲ 8일 방송되는 <소비자고발>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 - 후속편'의 예고 장면. 8일 오후 11시 5분 2TV 방송. ⓒKBS

- 8일 방송되는 후속편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나.
“당초 베이비파우더와 함께 화장품도 검사를 의뢰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방송될 것이다. 제작진은 탈크(활석)를 주원료로 하는 파우더와 콤팩트 파우더 등 19종의 성인용 화장품을 구입해 석면분석연구소에 석면 검출 실험을 의뢰했다. 이와 함께 지난 방송 후 식약청과 해당 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도 방송 내용에 담을 예정이다.”

- 앞으로 <소비자고발>에서 다루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지난달 1일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본사 기획제작국으로 발령받았다. <소비자고발>에서 처음 맡은 아이템이 ‘베이비파우더 석면검출’이다. 운이 좋았다. ‘소비자가 웃을 때까지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프로그램의 모토인 만큼 석면 문제는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다. 현재 맡고 있는 ‘유통’분야는 경제의 중심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대기업의 횡포 등 그릇된 관행들을 바로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환경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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