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UBC 특집다큐 <고래잡이 원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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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제작기] UBC 특집다큐 <고래잡이 원형을 찾아서>
목숨을 건 라마레라의 고래잡이
  • 승인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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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생존포경’-가혹한 자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 최저한의 고래를 잡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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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상업포경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지금, 고래잡는 일은 몇몇 소수민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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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적도부근의 바다에서, 창 하나로 거대한 고래에 도전하며 바다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손바닥만한 배로 바다에 나가, 오직 육체의 힘으로 만 고래와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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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인도네시아에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역을 꼽으라면 몇 지역이 거론된다.
|contsmark10|우선 구석기시대의 생활상이 현재에도 지속되는 파퓨아뉴기니섬의 이리얀자야, 이에 버금가는 곳이 플로레스섬 동쪽의 아도나라섬을 지나 룸바타라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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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인구 약 70만 정도가 바닷가를 끼고 여러 곳에 살고 있지만 룸바타섬 남서쪽의 라마레라라는 마을은 아직까지 원시적인 방법으로 고래사냥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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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2000년 8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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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9|서울을 출발한 지 이틀째, 카메라맨 이희우, 오디오맨 김지훈, 그리고 현지 가이드 이기수 씨까지 4명의 취재팀은 발리섬을 뒤로 하고 화산섬이 점점이 계속 이어지는 슨다열도 동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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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2|발리섬을 출발해 3일째, 남성적인 경관속에 우리들의 눈을 끄는 룸바타섬의 모습이 드디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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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5|창 하나로 고래에 도전, 그 고래고기로 연명을 하는 바다의 사람이 바로 이 룸바타섬의 남쪽에 위치한 라마레라 마을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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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마을 인구는 모두 2000여명 정도, 마을 앞 해변은 고적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약 500m정도 뻗어있고, 그 역사적인 고래잡이 목선이 20여척 바다를 향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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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인도네시아 중에서도 이 지역은 가장 건조한 기후에 속해 강수량은 대단히 적다.
|contsmark32|게다가 화산섬의 토지로 인해 땅은 황폐하고 그나마 경작할만 한 평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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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5|바다 또한 수심이 1000미터에 달해 그물을 사용한 고기잡이는 물론, 낚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불모의 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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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이렇게 농작물도, 작은 고기도 얻을 수 없는 라마레라 사람들에게는 고래밖에는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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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1|포경금지의 소리가 높았던 1973년.
|contsmark42|국제연맹의 식량농업기관(fao)이 라마레라의 포경을 조사했다.
|contsmark43|그 결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생존포경으로서, 이 곳에서의 고래잡이가 허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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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이장의 집으로 안내되어졌다. 취재허가를 구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조용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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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고래를 잡는 것은 목숨을 건 싸움이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한다. 고래를 잡아야만 우리의 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죽고 사는 것, 그것은 운명일 뿐이다. 우리는 4백년 동안 변함없이 이 일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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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2|그의 말에 의하면, 라마레라 사람들이 잡는 고래의 수는 년간 10마리 전후.
|contsmark53|이 수만 포획하면 마을 사람 모두가 굶지 않는다고 한다.
|contsmark54|이처럼 고래는 이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귀중한 바다의 자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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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말로만 전해들은 이들의 고래잡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contsmark58|벌써 마음은 바다에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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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1|오전 6시께.
|contsmark62|남자들이 한사람 한사람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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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5|끌어당길 듯 단단한 몸, 갈색이다 못해 까만 피부, 모두 고래와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단련된 강인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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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8|그들이 조심스럽게 바다를 살피는 동안, 우리는 고래잡이 배를 자세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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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1|전장 10m, 최대폭 2m, 바다를 향해 늘어선 20여 척의 배가 모두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다.
|contsmark72|모두 나무로 짜맞추어 만들어져 있고, 접합부는 나무못이 사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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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5|가장 특이한 것은, 뱃머리에 길게 이어진 사수대.
|contsmark76|뱃머리에 대나무를 길게 이어 나무판을 댄 사수대는 이른바 라마파라고 불리우는 사수가 이곳을 발돋움대로 창을 들고 고래를 향해 몸을 던지는 포경포와 받침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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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9|오전 6시30분께 드디어 출어.
|contsmark80|고래가 나타나는 5월에서 9월까지, 남자들은 이렇게 매일 아침 배를 띄워 고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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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3|우리들 취재팀 역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고래를 기다리는 일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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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6|간소한 배, 간단한 장비, 육체의 힘만을 믿는 고기잡이야말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우리에게는 무모함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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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9|이러한 배와 장비로 고래를 잡는 일이 가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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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2|실제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모습이었다.
|contsmark93|그러나 고래는 보이지 않고, 적도의 뜨거운 태양아래 긴 기다림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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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6|구석기 시대의 유물인 울산의 국보 ‘반구대 암각화’속에는 많은 고래의 모습과 그 고래를 쫓는 배의 모습 그리고 창을 들고 선 사람의 모습이 오랜 세월 풍화를 이겨내고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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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9|처음, 이 고래잡이의 원형을 실제로 화면에 담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반신반의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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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2|오래전에 그려진 이 암각화의 모습이 과연 어디에 남아 있을 것이며 설사 남아있다고 해도 어떻게 화면에 담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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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5|그러나 불가능은 없었다.
|contsmark106|뜻이 있는 곳에 길이, 길이 있는 곳에 라마레라의 고래잡이가 있었다.
|contsmark107|14박15일의 취재기간.
|contsmark108|적도의 태양은 뜨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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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1|고래를 추격하면서의 흥분과 실망, 포획하고 난 후의 가슴 떨림과 안도의 한숨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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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4|이 모든 것이 지금은 한바탕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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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7|그렇지만 어렵고 힘들었던만큼, 오랜 시간 라마레라의 모든 것이 두고두고 반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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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0|마지막 남은 원시의 고래잡이 마을, 라마레라. 그들의 생활에는 자연의 혜택에 감사함과 동시에, 자연을 우러르는 경외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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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3|그들에게는 유일한 단백질원으로서의 고래.
|contsmark124|그러나 그들은 결코 많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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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7|“굶주림이 있기 때문에 행복을 실감할 수 있다”고 하면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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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0|그들에게 있어, 굶주림은 행복을 실감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contsmark131|그러나 배고픈 것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는, 오래전부터 본래의 먹는다고 하는 행위에, 행복감과 감사의 마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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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4|우리는 이 라마레라 마을에서 많은 것을 찾았다.
|contsmark135|구석기시대 그려진 고래잡이 원형은 물론,우리의 선조들이 그러했듯,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을 경외하는 인간의 원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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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8|우리가 먼 이국땅에서 찾은 원형의 고래잡이와 원형의 목소리를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contsmark139|그들의 기도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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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2|“산의 신이여, 정령들이여, 우리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들의 바다를 축복하소서. 우리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신성한 바다의 양식인 커다란 고래를 내려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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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5|(방송예정 10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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