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쓴 영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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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쓴 영화비평]
‘시월애’ 단상
  • 승인 2000.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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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한국영화사에서 멜로는 끊이지 않고 만들어져 온 일종의 적자(嫡子) 장르다.
|contsmark1|한국에서 멜로영화는 아주 오래된 장르지만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불멸의 영화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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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90년대 중후반, 이른 바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알린 신호탄도 멜로 영화였다. 호러장르가 부활했다고 떠들썩하던 98년에도 멜로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졌고, 신개념의 액션영화들이 나왔다고 난리를 치던 99년에도 멜로는 계속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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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세기가 바뀐 2000년에도 역시 멜로영화는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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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물론 멜로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contsmark11|그리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고, 그 쏟아 부은 물량에 비하면 흥행성적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셈이니까 제작자들이 멜로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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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그만큼 한국에서 멜로영화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내기에 가장 좋은, 가장 안전한 장르의 하나다.
|contsmark15|적어도 한국에선 ‘웬만큼(!) 만들어진 멜로영화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공식도 성립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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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0|지금 얘기할 ‘시월애’도 이 ‘웬만큼의 공식’이 적용되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그저 ‘웬만큼’ 만들어진 멜로영화로만 받아들여질 순 없는 몇가지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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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우선, ‘시월애’는 누구나 인정하듯이 아름다운 화면이 눈에 띈다.
|contsmark24|전작들에서도 보였듯, 미대 출신 이현승감독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미적 영상 추구, 그리고 ‘하우등’,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에서도 확인되었던 촬영감독 홍경표라는 도장이 눈에 들어온다.
|contsmark25|게다가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바닷가 갯벌위에 지어진 예쁜 건물 일마레 역시 이 영화의 아름다운 화면에 톡톡한 몫을 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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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8|거기에 부드럽고 헌신적인 이미지의, 그러나 터프한 남자 이정재와 사이버틱한 느낌의 상큼한 이미지를 지닌 전지현의 등장은 관객들에겐 매력적인 흡인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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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1|그리고 1999년에 보낸 편지가 1997년을 사는 남자에게 전달되어 두 사람이 시간을 초월한 사랑, 時越愛를 나눈다는 사실 역시 관객들에게는 좀 더 색다른 느낌의 멜로영화로 보여질 충분한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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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4|97년도의 ‘접속’이 pc통신이란 수단을 매개로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 것과 비교하면 2000년의 ‘시월애’에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은 진일보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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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7|‘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란 장치는 상반기 ‘동감’에서도 유감없이(?) 그 매력을 발휘했었지만 ‘시월애’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통수단으로 전통적인 ‘편지’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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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0|97년도에 ‘접속’이 pc통신이란 새로운 소통수단을 통한 사랑을 다룸으로써 반향을 일으켰던 것과 반대로 ‘시월애’는 오히려 향수에 호소하는 복고 스타일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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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3|요즘의 젊은이들 취향이 복고적임을 고려하면 오히려 편지라는 통신수단의 사용은 pc통신이나 무선통신보다 더 계산된 적절한 장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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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6|이렇게 현대적인 스타일과 영화적 장치를 통해 ‘시월애’는 야심만만하게 관객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contsmark47|그 결과 흥행성적 면에서도 소위 ‘대박’은 아니지만 웬만큼 흥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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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0|미지의 타인에 대한 은밀한 기대와 애틋한 사랑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이는 영화 ‘시월애’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갈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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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3|그러나, 솔직히 필자는 이 영화 ‘시월애’가 너무나 진부하고 답답했다.
|contsmark54|아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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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7|그건 단순히 시간을 초월한 얘기가 ‘동감’에서 먼저 시도되었기 때문도 아니며, 촬영이나 편집, 미장센 등 영화로서 갖춰야 할 기본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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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0|그러면 ‘시월애’가 진부하고 재미없는 이유는?
|contsmark61|혹은 안타까웠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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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4|한마디로 ‘시월애’는 너무나 아름다운 화면 때문에 재미가 없다.
|contsmark65|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화면만 아름답다는 혹평과도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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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8|솔직히 ‘시월애’를 보는 내내 이 점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다. 혹시, 정말 ‘혹시’이길 바라지만, 이현승 감독이 한 컷 한 컷 화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다가 이야기의 완급조절에 실패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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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1|지난 여름 박기형 감독의 ‘비밀’을 보았을 때 했던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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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4|바닷가 갯벌 위에 지어진 집 일마레, 다른 시간대에 사는 두 주인공을 연결해 주고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도구 우체통, 군데군데 보이는 깔끔하고 앙증맞을 정도로 예쁜 소도구들과 화면구성, 어느 하나 따로 따로 뜯어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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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7|그러나 이렇게 떼어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그림 한 장 한 장들이 90분의 영화 속에서 합쳐졌을 땐 유기적인 구성도가 떨어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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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0|그 결과 ‘시월애’는 너무나 평이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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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3|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면서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즉, 제목처럼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 외엔 신선한 이야기도, 사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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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86|게다가 만날 수 없는 두 사람(물론 지하철 역에서 이정재와 전지현이 만나지만 전지현은 이정재를 모를 수 밖에 없다)이 편지를 교환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둘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느낌을 전달할 만한 사건이나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
|contsmark87|아픈 사랑의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를 하고 걱정해주는 과정에서 사랑이 싹트지만, 둘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편지만 교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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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0|즉, ‘시월애’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알게 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는 시간을 초월하여 사랑을 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contsmark91|바로 이 점이 영화 ‘시월애’를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드는 점이다. 차라리 좀 더 비현실적으로 갔더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비현실성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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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4|두 사람이 만나야 하는 것이 지금 현재 한국의 상업멜로영화가 지켜야할 공동선이기에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할지라도 마지막 장면의 어색함은 여전히 어색한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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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97|그 역시도 감독과 제작자의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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