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민영미디어렙 도입 앞두고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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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민영미디어렙 도입 앞두고 잰걸음
KBS ‘1공영 1민영’, SBS ‘1사 1렙’, MBC는 지켜보기?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4.1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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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0년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방송광고 판매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도 변화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이하 코바코)의 독점적인 지상파방송 광고판매 대행 업무에 대해 헌법 불합치 선고를 내림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올해 말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나라, 1사 1렙 v.s 민주, 1공영 1민영

여야는 늦어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담당 의원을 지정하는 등 입법 작업에 한창이다.

한나라당에서 관련 법안 작업을 맡고 있는 이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한선교 의원으로, 현재 한나라당은 1개의 방송사가 1개 이상의 미디어렙을 소유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입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3월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방송광고판매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민주당에선 역시 문방위 소속인 최문순 의원이 현업 방송인들과 방송·언론단체들과 함께 입법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최 의원 주최로 14일 국회에선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는데, 이날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허가제를 기본으로 한 ‘1공영 1민영’의 제한 경쟁체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영 미디어렙이 KBS·MBC·EBS 등 공영방송을, 민영 미디어렙이 SBS와 지역민방 등의 광고 판매를 전담하는 게 아니라, 구분 없이 지상파 전체의 방송광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민영 미디어렙의 차이는 소유구조에만 두자는 것이다. 또한 대주주와 대기업의 전횡 방지를 위해 민영 미디어렙에 개별 방송사의 지분참여를 10% 이하로 보장하되, 자산규모 10조원 이하의 기업만 미디어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따른 타격의 직접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교·지역방송과 관련해선 법안에 ‘강제위탁되는 광고매출에서 상위 3개 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 매출의 합이 100분의 90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 사실상 강제위탁 되는 방송광고 매출의 10%를 연계판매 하도록 강제하도록 했다. 동시에 취약매체의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에 있어 감면·유예 등 탄력적 운영을 보장하고, 방통위 산하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의결을 통한 지역방송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할당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1공영 다(多)민영 체제에 무게를 두고 제도 개선 작업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실제로 김재철 방송운영과장은 지난달 방통위 주최로 열린 민영 미디어렙 토론회에서 “사업자 수가 너무 많을 경우 과도한 경쟁에 따른 시장 혼탁 가능성이 있고 사업자 수가 너무 적을 경우 경쟁 도입 실효성이 낮아진다”며 사실상 1공영 다민영 체제에 무게를 뒀다.

KBS ‘1공영 1민영’, SBS ‘1사 1렙’, MBC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한 각자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공개된 KBS와 SBS의 입장은 비교적 명쾌하다.

우선 KBS는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 따른 상업성 심화와 취약매체 문제 등의 부작용 최소화가 이유다. 미디어렙의 설립요건과 관련해선 허가제를, 미디어렙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방송사·대기업·광고기획사 지분 참여를 일정 비율로 제한, 해당 주체의 직접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약매체 지원과 관련해선 종교방송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종교재단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지역방송에 대해선 상업방송의 기금 지원과 한시적인 방송발전기금 지원 등을 말하고 있다.

SBS는 1사 1렙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미디어렙 설립은 일정 조건을 전제로 한 등록제로 시작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디어렙 소유구조와 관련해선 방송사의 지분 참여를 보장하되 최대주주의 지분은 51%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광고기획사와 공적재원의 지분 참여는 반대하고 있다. 취약매체에 대해선 한시적으로 방송발전기금을 통한 지원을 보장하되, 광고주가 선택할 수 있는 패키지 형식의 선택적 연계판매는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MBC는 신문·방송 겸영과 민영화 등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마무리된 후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방송광고 판매시장에서 경쟁체제의 도입은 미디어렙이 ‘기업으로서’ 안정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MBC는 지난 2004년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국회 문방위(당시 문화체육관광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답변서에서 공영 미디어렙 3개를 설립해 지상파 방송 3사 별로 각각의 미디어렙을 구성하는 ‘1사 1렙’ 체제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는 방송구조 개편 및 MBC 민영화 논란과 계속되고 있는 광고악화 등의 상황 속에서 ‘1공영 1민영’과 ‘1사 1렙’ 체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MBC와 SBS의 정책담당자들이 만나 미디어렙과 관련한 의견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길화 MBC 대외협력팀장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각사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성회용 SBS 정책팀장도 “미디어렙 체제가 연내에 고쳐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MBC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는지 개괄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만났다. MBC의 소유구조는 공영이지만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측면은 같기 때문에 추후에도 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현 지역MBC정책연합 팀장은 “민영 미디어렙과 관련한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방송광고비의 배분구조와 연계판매 등의 합리적 조정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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