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목소리, 두 사람이 만나면 OK”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디오스타 시즌3] ⑤ tbs ‘김학도·박희진의 9595쇼’

▲ tbs FM <김학도 박희진의 9595쇼> ⓒtbs
여기 두 명의 ‘웃기는’ 코미디언이 있다. 한 명은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숱한 유명인들의 성대모사가 가능한 ‘축복받은 성대’를 가진 김학도. 시트콤 〈프란체스카〉에서 “이게 뭐하는 시추에이션”으로 안방을 뒤집어 놓던 ‘안성댁’ 박희진. 목소리 연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사람이 만났으니, 이들이 와글와글 시끌벅적 할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지난 13일 tbs FM(95.1㎒) 〈김학도·박희진의 9595쇼〉(연출 차현나, 매일 오후 12시 16분) 라디오 스튜디오는 두 DJ의 다채로운 목소리로 가득했다. 김학도와 박희진은 “콩트 경연대회가 있으면 우리가 1등 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도 그럴 것이 〈9559쇼〉에는 딱딱한 시사를 패러디로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들이 펼쳐져있다.

〈디스크자키〉 DJ 이종환의 목소리를 본 딴 짝퉁 이종황이 선보이는 ‘황이가 만난 사람들’, 모 재벌그룹의 이름을 본 딴 것 같은 ‘삼손그룹 임원회의’,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 중인 애나벨과 함께 한국사회의 단면들을 트로트로 풀어보는 ‘트로트 잉글리시’ 등에는 연령과 세대를 초월하는 목소리가 등장한다.

김학도 “사회풍자 항의, 그리 개의치 않아”

그 중에서도 김학도가  최고의 〈9559쇼〉코너로 꼽은 ‘이상한 논평’은 박희진이 앵커로 진행하며 김학도가 세상을 풍자하는 코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박연차 게이트나 우리나라 검찰·경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보낸다. 이들은 “일부러 한 번 더 비트는 게 묘미”라고 설명한다. 뇌물 정치인에 대해 “왜 그거 밖에 못 받았냐”며 비꼬는 식이다.

그래서 가끔 항의를 받는다. “100%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70대 30대라도 항의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별한 사안이 아닌 이상 너무 한쪽 편을 들지는 않아요. 소수의 약자들이 피해보지 않는 상황으로 연출하죠.” 둘 다 크게 개의치는 않는 눈치다. 베테랑다운 배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김학도 박희진 ⓒPD저널
하루에도 수십 명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9595쇼〉. 효과음이 필요할 때도 둘은 디지털적인 소리 대신 자신들의 손과 발을 이용한다. 이를테면 종이를 말아 소리를 모으거나, 필통으로 문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식이다. 김학도는 “약간은 촌스러운 아날로그 방송이지만 된장찌개 같은 구수한 방송”이라며 “청취자들이 상상을 더 하게 되면 ‘저 안에서 DJ들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이들의 고집스런 이유를 밝혔다.

공동 진행이 3년째 되는 그들. 한 번의 엉킴도 없이 술술 넘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해 “대본연습은 언제하냐”고 물어보니 대뜸 “안 한다”고 답했다. “훌륭한 감독은 투수 던지는 폼만 봐도 좋은 투수 나쁜 투수인지 안다. 유능한 코미디 PD는 그 코미디언의 숨소리만 들어도 무슨 개그인지 안다. 생방송 도중에 넘어오는 원고라도 우린 대본 앞 글자 세 글자만 봐도 대략의 내용을 파악한다. 둘이서 굳이 맞춰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들이 거만해서일까. 아니다. 그만큼 라디오에 능숙한 프로라는 자신감에서다. 김학도는 tbs 심야음악프로그램인 〈0시의 세종로〉를 비롯해 SBS에서는 배칠수와 함께 〈와와쇼〉를 진행했고,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활약했다. 박희진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와 함께 MBC 〈별이 빛나는 밤에〉 DJ를 비롯해 MBC 라디오 〈만화열전〉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홍일점으로 단연 돋보이는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다.

박희진 “앞으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

최근 KBS N 드라마 〈그녀의 스타일〉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희진은 앞으로 ‘배우’로 불리고 싶어한다. “신인 때도 사극과 정극을 주로했다”는 박희진은 “연기자로 전향한다기 보다는 그동안 꽤 많은 시트콤을 해온 것처럼 색깔 있는 연기로 서서히 대중들에게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 그에게 〈9595쇼〉는 매일 목소리로 콩트 연기를 선보이고 평가받는 무대이다.

그래서 박희진은 “우리들의 목소리가 매일 전파를 타고 청취자들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방에서 보쌈과 먹을거리를 잔뜩 싸온 청취자도, 숨소리만 듣고도 몸 컨디션을 아는 청취자도, 난치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공개방송에서 접하는 청취자들까지 모두 그들에게는 ‘고마운 분’이라며 꼭 전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