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 60분’ 구성작가 축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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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PD 집필능력 향상 목적" … "작가 역할 이해부족" 반발

▲ <추적 60분> ⓒKBS
KBS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지난 8일 작가를 5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고 통보했다. PD들의 집필 능력을 향상시키고, 시사·다큐 프로그램의 경우 궁극적으로 PD가 직접 원고를 작성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킨다는 명분이었다.

이영돈 기획제작국장은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은 취재하는 사람이 원고를 쓰는 게 맞다”며 “작가를 줄이는 대신 리서치 요원 등을 충원하고 에디터(편집기사)를 쓸 수 있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 제작인력은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적 60분> 작가 5명은 곧바로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다. 신지현 KBS 구성작가협의회장은 “이들은 단순히 인원감축에 대한 반발보다 KBS가 작가의 역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모두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PD들의 집필 능력을 향상시킨다는데 공감하지만, 그 결과가 왜 작가의 감축으로 나타나야하는지 의문”이라며 “원고 쓰는 것 외에도 섭외, 취재 등 작가가 하는 일이 많은데 단순히 PD의 원고 집필을 늘린다고 작가를 줄이는 것은 작가 역할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작가를 줄이고 에디터를 충원한다는데 편집이야말로 PD의 고유영역 아니냐”며 “당장 PD가 원고를 쓰는 것이 개인의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프로그램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점차 시사·다큐 프로에서 작가 인원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작가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된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일선 PD들 사이에서는 “시스템 보완이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작가를 줄이면서 작가가 하던 일을 PD가 떠맡게 돼 제작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획제작국 A PD는 “제작기간이 긴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취재양도 상당하고, 팩트(사실) 확인도 끊임없이 해야 하는데, 작가 없이 PD 혼자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작가를 11명에서 9명으로 줄인 <소비자고발>의 B PD는 “기획·구성 단계부터 취재, 자료조사까지 작가와 함께 했는데, 작가가 없으니 자료검색 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며 “취재만 해도 바쁘기 때문에 업무가중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제작시스템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획제작국 C PD는 “기획, 섭외, 편집까지 PD 혼자 하는 경우는 세계 어느 나라도 없다”며 “작가의 역할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의 바탕에 PD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면 제작진의 사기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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