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겸영만 허용해도 ‘재벌신문정치방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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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언론단체 긴급연속토론회② ‘언론악법과 조·중·동 방송, 왜 안 되나’

“6월로 미뤄진 언론법 입법전쟁에서 한나라당이 재벌을 제외하고 신문의 방송진출만을 허용하겠다고 할지라도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미 어지간한 재벌은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을 제외한 방송에 진출해 있는 상황일뿐더러,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 그리고 방송진출을 주장하는 언론사의 사주들과 이중 삼중의 혼맥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문의 방송진출만 허용해도 재벌과 족벌언론,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장악이 가능해져 한국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방송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2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4층 소회의실에서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등 11개 언론·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언론악법과 조·중·동 방송, 왜 안 되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의 문제제기다. 이번 토론회는 ‘MB정권의 언론탄압과 민주주의의 위기’ 주제 아래 지난 1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언론·시민단체 긴급연속토론회의 두 번째 시간이다.

신 위원장은 이날 발제에서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방정책을 사실상 막후에서 지휘하는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에 빗대 ‘수구반동복합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재벌과 족벌언론사주, 정치권력과 일부 법조인들을 한데 묶어 비판한 것으로, 이들이 현재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과 IPTV,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한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
신 위원장은 “정파적 관점을 앞세우고 족벌사주와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일방적인 주장과 편파보도로 일관해 온 족벌신문들이 여론형성 시장의 한 축인 신문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구반동복합체에 의해 지상파 방송을 통한 진실의 추구와 사실보도, 다양한 의견 형성의 길이 원천 차단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 여당 그리고 방송진출을 희망하는 신문들은 현재의 신문위기를 방송진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 위원장은 “현재 신문의 위기는 조·중·동 등의 족벌신문이 자초한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족벌신문은 언론이나 신문으로서의 기본과 최소한의 의무와 상식조차 내팽개쳤는데, 지난 몇 번의 선거(보도)에 비춰볼 때 사주·경영진뿐 아니라 그 안의 기자들까지 (권력의) 마름으로 전락한 듯하다”고 비판했다.

또 “조·중·동의 연간 자연절독율도 35~45%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촛불시위 등을 거치며 잠재 독자였던 초·중·고등학생들마저 이들 신문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되면서 조·중·동은 신문만으로 미래를 담보할 수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전문·종합편성채널 등에 진출해도 당장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 경우 이들 신문은 정부에 사업허가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국고 지원을 요청하거나 디지털 전환과 MMS(멀티모드서비스) 시행으로 증가할 지상파 방송 채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조·중·동 재벌방송이 안 되는 이유’ 48개를 열거, “정부 여당 최고위층, 재벌과 혼맥으로 이중 삼중 연결돼 있는 신문이 방송에 진출할 경우, 피는 물보다 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자체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신문법·방송법 등 MB악법 저지투쟁에 나서는 한편, 언론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위 활동 기간 동안 재벌과 족벌언론 등 특수관계자의 지상파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형상 변호사
 “언론 발행인 자격 엄격히 제한해야”

박형상 변호사: 한국 언론의 현실은 외국과 다르다. 실례로 불과 몇 명의 신문방송학과 교수들이 조·중·동에 획일적인 칼럼을 기고해 언론법 관련 여론을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신문권력이 정치와 자본권력을 향해 한 줄로 서있는 상황에서 방송까지 장악하게 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융합이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면 우리는 조건부 반대를 해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 언론인의 자격, 신문 발행인의 자격은 법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완화됐다. 최소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언론사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거나 발행부수 등을 명확히 해 신문시장 내 점유율 몇% 이상에 대해선 방송진입을 제한하고, 편집권의 민주적인 행사, 투명한 회계 등의 전제조건으로 해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을 몇 개까진 허용할 수 있다는 식의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신방겸영 이후 우경화된 일본사례 주시해야”

▲ 원용진 서강대 교수
원용진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 1950년 이후 신문이 방송을 접수한 일본 사회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종 결과물이 ‘우경화’다. 이른바 ‘제1차 교과서 파동’ 당시 <산케이신문>와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2차 교과서 파동’ 때는 어느 신문도 일본이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여론의 흐름을 신문이 주도하고 방송은 이를 그대로 따랐으며, 사회와 정치는 (그에 맞춰) 움직였다.

또한 ‘겸영’의 의미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일본에선 신문사가 방송사를 동일 법인으로 소유하는 것을 ‘겸영’이라 한다. 여당의 진성호 의원은 신문과 달리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동일법인 안에 공정해야 할 방송사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신문사가 있는 우스운 모양이 되지 않겠나. 그밖에도 조·중·동과 MBC 내 중간관리자 노조가 언론법 국면 속 MBC 재정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민영미디어렙 도입, 지역방송의 가장 무서운 현실”

▲ 이해승 청주MBC 기자
이해승 지역방송협의회 사무국장(청주MBC 기자): 종합편성 채널 허가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지역방송사들이 서울보다 더 걱정하는 까닭은 연계판매를 통한 최소한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가장 먼저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시장이 확실히 커지지 않는 상황에서 종합편성 채널이 도입되고 나면 그들이 광고를 수주할 수 있는 곳은 지역과 연계 판매되던 시장일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언론법 개정으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 지역 MBC에서만 150명이 구조조정을 당했다. 일부 방송사는 기본적 방송시간을 맞출 수 있는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 현재 지역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따른 지역 언론사의 존폐위기 대응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행동 등에서 지역 언론 특위를 만들어 대책마련을 한다지만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인 상황에서 이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역방송 중심의 생존방안을 자체적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방송진출 않는 언론의 조중동 견제 필요”

▲ 안경숙 미디어오늘 신문팀장

안경숙 ‘미디어오늘’ 기자: 6월 임시국회에서 언론법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오면서 조· 중·동은 기업들과의 짝짓기에 나서고 있고 구체적인 이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MBC가 시장에 나오면 인수하겠다는 계획은 경영권 행사에 최소 1조원의 자금이 들고 사회적 비판 그리고 MBC 내부의 반발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돼 일단 종합편성 채널 쪽에 기운 듯하다. 이들도 당장 종합편성 채널 진출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고 있진 않지만 채널을 받지 못하면 업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들의 움직임에 대처해야 할 신문들, 방송에 진출하기 어려운 신문들은 사설 등을 통해 ‘조중동 방송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대응이나 관심은 미미한 상태다. 시민단체나 국민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며 ‘남의 일’ 보듯 하는데, 그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대신 피를 흘려주겠나. 조중동 방송 진출 폐해의 가장 우선적 피해자일 신문사들이 먼저 나서야 할 때다.

“세계적 미디어 그룹 탄생, 민주주의 손상”

▲ 양승동 KBS PD
양승동 KBS PD: 정부 여당은 언론법 개정을 통해 세계적 미디어 그룹의 탄생을 꾀하고 여론 다양성을 증대, 민주주의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버트 맥체스니의 ‘부유한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세계적 미디어 그룹이 많은 미국의 경우 과도한 상업화와 저널리즘의 손상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전체 일간지에서 노동문제를 전담하는 기자는 10명도 안 되는 반면 기업을 다루는 기자는 수없이 많았다. 취재도 취재비가 안 들고 취재하기 쉬운 뉴스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는 민주주의의 손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춘 ‘민주적 좌파 세력’에 의한 미디어 개혁을 정치적 아젠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춰봤을 때 6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이 끝날 때까지 전국언론노조와 MBC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KBS의 경우 노조가 지난 3월 언론법 관련 파업찬반 투표를 85%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시켰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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