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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세계의 명화 <페드라> / 25일 오후 11시 10분

원제: Phaedra
감독: 줄스 다신
출연: 멜리나 메르쿠리, 앤서니 퍼킨스
제작: 1962년 / 흑백
방송길이: 116분
나이등급: 15세

줄거리
그리스 아테네의 한 항구에서 출항식이 성대하게 개최된다. 군악대의 연주와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하는 가운데 그리스 선박왕의 일가가 등장한다. 선박왕의 두 딸과 두 사위, 그리고 손녀 어시가 행복한 파티를 즐기는 가운데 둘째딸 페드라(멜리나 메르쿠리 분)의 이름을 딴 ‘페드라 호’가 출항에 나선다. 한편 페드라의 남편은 선박업계의 실력자인 타노스. 그에게는 전처에게서 나은 아들 알렉시스가 있다. 알렉시스는 아버지의 뜻대로 런던에서 경제학 공부에 전념하지 않고, 그림공부에 빠져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에 화가 난 타노스는 페드라에게 아들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런던에 있는 아들에게 선박업을 물려주고 싶은 야심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페드라. 그녀는 런던에 가서 알렉시스를 만나 파리로 데려가겠다고 타노스에게 약속하고 여행을 떠난다. 24살의 젊고 유쾌한 알렉시스를 만난 페드라는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만다.

타노스가 뉴욕에서 사업을 위해 협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파리에서 금단의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폭풍 같은 사랑을 나눈다. 알렉시스는 페드라에게 런던으로 함께 돌아가자고 하지만 페드라는 냉정한 표정으로 그리스로 돌아오지 말란 말을 남기고 떠난다. 타노스는 그리스로 돌아온 페드라에게 이상한 기류를 느끼지만 알렉시스가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자 아들에게 줄 신형 자동차를 준비한다. 마침내 재회한 페드라와 알렉시스. 하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에 괴롭기만한 알렉시스는 페드라에게 추하다고 말하며 시선을 피하기만 한다. 환영파티가 열리고 페드라의 조카 어시가 알렉시스에게 반하자 두 사람의 결혼을 논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알렉시스와 어시의 결합은 그리스 선박왕 일가를 더욱 곤고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질투에 눈이 먼 페드라는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한다고 선언하며 의붓아들과의 관계를 남편에게 고백하게 된다. 분노에 찬 타노스는 아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그리스를 떠나라고 소리친다. 알렉시스는 페드라에게 당신이 죽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긴 후 해안가로 차를 몰며 페드라를 부른다. 한편 페드라는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고요히 눈을 감는데...

주제
영화 <페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폴리토스, 테세우스, 페드라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리스 선박왕의 딸 페드라는 여신 같은 미모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인데 선박업계의 실력자인 타노스와 결혼한다. 그러나 남편의 장성한 아들 알렉시스를 보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알렉시스 역시 페드라에게 매료당한다. 새어머니를 사랑하게 된 알렉시스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자살한다. 피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감독은 아름다운 그리스의 풍광과 바흐의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절규를 총동원했다. 또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연정을 품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이야기는 고전비극과 ‘페드라 콤플렉스’라는 프로이드 정신분석 용어를 어렵지 않게 묶어내 주제를 극대화하고 있다.

감상 포인트
1952년 매카시 열풍에 희생양이 된 줄스 다신 감독이 유럽을 떠돌다가 멜리나 메르쿠리를 만나 영감을 받은 작품 중 하나가 <페드라>다. 40, 50년대 필름누아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줄스 다신. 하지만 그가 공산당으로 몰리면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미국을 등진 뒤 10년 만에 돌아와 할리우드에서 완성한 <페드라>는 한 마디로 자극적인 멜로 드라마다. 인간의 욕망을 비장한 음악에 얻어 배우들의 절규로 풀어낸 이 흑백 영화는 1967년 국내에서 개봉될 당시 <죽어도 좋아>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근친상간이라는 비극적인 소재가 그리스를 대표하는 음악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와 바로크의 거장 바흐의 음악과 맞물려 강렬한 감동을 주었다. 절망의 끝에 자살을 선택한 앤서니 퍼킨스가 달리는 자동차에서 "파도야 반갑다, 보자마자 이별이구나.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는 대사를 남긴 후 "페드라, 페드라!"라고 외치는 절규는 <페드라>의 명장면으로 불린다.

감독 줄스 다신(1911년 ~ 2008년)
1911년 12월 18일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러시아 유태계 이발소집 여덟 명의 자녀 중 하나로 태어났다. 연기와 연극 프로듀서로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해외 특파원>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 연출에 뜻을 품은 그는 <고자질하는 심장>(1941)으로 감독 데뷔했다.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도입한 필름 누아르 영화 <벌거벗은 도시 (Naked City, 1948)>와 <밤 그리고 도시 (Night and the City, 1950년>로 명성을 알렸으나 1952년 동료 감독이 공산당으로 고발하는 바람에 할리우드 블랙리스트(Hollywood blacklist)에 올라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가야 했지만, 그곳에서 더 화려하게 경력을 이어나갔다. 프랑스에서 걸작 범죄영화 <리피피 (Du Rififi Chez Les Hommes, 1955)>를 연출했고 이후 그리스에 정착해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칸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62년에는 국내에서 <죽어도 좋아>로 알려진 <페드라 (Phaedra)>를 그리스 신화와 접목시켜 완성시켰다. 그는 멜리나 메르쿠리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여러 편 연출했는데 훗날 그리스 문화부장관이 되는 멜리나 메르쿠리와 1966년에 결혼했다. 말년에는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의 아테네 송환 운동을 적극 지원했는데 이를 위해 아내의 이름을 딴 멜리나 메르쿠리 협회(Melina Mercouri Institution)를 만들었다. 뉴아크로폴리스 박물관(New Acropolis Museum)의 개관식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향년 96세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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