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SBS 스페셜> ‘마지막 선택, 품위 있게 죽고 싶다’ / 26일 오후 11시 10분

우리사회가 직면한 존엄사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모두가 납득 가능한 한국형 존엄사법의 대안을 찾아본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그러나 죽음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우리의 문화는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번 주 에서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죽음에 대한 우리 자신의 가치관임을 강조하고 어떻게 죽음을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 

▲ ⓒSBS
나의 죽음은 내가 선택한다.

작년 12월 영국 스카이TV는 불치병에 걸린 영국인 크레이그 유어트의 안락사 장면을 방영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소름끼치는 죽음에 대한 관음증’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그의 ’죽을 권리‘에 대한 의지는 확고했다. “인생의 나머지를 살아있는 무덤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 스위스행을 택했다” 그가 도움을 받은 곳은 스위스의 안락사 조력단체 DIGNITAS이다. 외국인의 안락사까지 허용하는 스위스로 그동안 크레이그 유어트를 포함한 850여명이 ‘죽을 권리’를 찾아 자살 여행을 떠났다. 스위스와 네덜란드, 미국의 오레곤, 워싱턴주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생존기간이 6개월 이내인 말기환자들에게 법으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안락사의 전제인 환자 스스로의 안락사 의사 표명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들은 삶이 그렇듯 죽음도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에게 죽음은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

K병원 중환자실, 지난 3월 심장마비를 일으킨 정할머니는 심폐소생술로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심한 뇌손상으로 식물상태에 빠져있다. 인공호흡기, 영양튜브와 같은 연명장치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 설상가상 할머니가 쓰러진 다음날 할아버지마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주일에 300만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가족은 그만 퇴원을 원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정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 없다고 한다. 일단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면 함부로 뗄 수 없는 게 의료계의 현실, 연명장치를 제거한 후 환자가 사망하면 살인죄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료계에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선택권은 누구에게도 없다. 

한국의 존엄사 문제 어디까지 와있나?

2008년 11월 법원은 환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다면 회복 불가능한 식물상태에 빠진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로 이제 최종판결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은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였다. 이미 국민의 87.5%가 존엄사를 찬성하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는 지금 ’존엄사 법안‘을 검토 중이다. ‘회생 불가능한 말기환자’에 한하여 ‘사전에 본인의 의사가 있었다면’, ‘생명연명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인정할 것인가? 존엄사법 제정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 우리사회가 직면한 존엄사 문제의 핵심을 짚어보고 모두가 납득 가능한 한국형 존엄사법의 대안을 찾아본다. 

존엄한 죽음의 조건 - 사전의료지시서

존엄사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환자의 의사결정’이다. 의식이 있을 경우는 그 뜻에 따르면 되지만 존엄사를 고려하는 경우 상당수가 환자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앞서 판례에서 환자의 뜻은 ‘사전의료지시서’나 ‘평소의 진지한 언행’을 통해 추정, 판단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사전의료지시서‘란 생명연장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판단능력이 있을 때 임종과정에서 받게 될 의료에 대해 미리 뜻을 밝혀두는 것이다. 미국과 대만,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존엄사와 관련하여 법적·관행적으로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어떤 죽음을 원하십니까? 당신의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

췌장암 말기 환자 곽노민씨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병동 입원을 선택했다. 아내는 이로 인해 죽음이 앞당겨질 것을 알았지만 생의 마지막 시간을 오롯이 함께 보내기 위해 남편의 선택을 따랐다. 그가 사망하기 전 호스피스에서 보낸 40여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마무리하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가족은 그가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그러나 죽음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우리의 문화는 당신이정말로 원하는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는 죽음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접근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죽음에 대한 당신의 가치관이다.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