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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조절론의 오류와 남북방송교류

|contsmark0|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다가 조선일보의 허위왜곡보도에 의한 사상공세에 시달리다 결국 그 자리를 물러난 바 있는 최장집 교수가 대북정책의 속도조절론을 거들고 나섰다.
|contsmark1|“너무 통일을 향해서 급진전하는 것보다 우리 형편에 맞는 페이스를 찾아 차근차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속도의 완급조절은 중요한 정책사안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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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잘 알다시피 속도조절론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는 주장이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야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니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고 하겠으나, 다른 사람도 아닌 최 교수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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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7|보도에 따르면, 최 교수는 “대북정책은 잘하고 있으나 다른 부분의 개혁이 균형을 못 맞추고 있다”며 “경제, 정치개혁 등도 제대로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더 이해하기 어렵다. 강연내용과 배경설명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그런 취지였다면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에서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면 될 일이 아닌가? 대북정책 때문에 다른 분야의 정책추진이 잘 안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남북관계의 진전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게 제로섬게임인가?
|contsmark8|최 교수의 이번 발언은 심히 우려스럽고 매우 시의부적절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냉전적 대립구도를 선호하는 조선일보가 딴지걸기의 일환으로 시종일관 주장했던 속도조절론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의 분석대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설득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이의 발언이기에 더욱 더 그러하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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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1|사실 재작년 최 교수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상공세에 대응해 44개 시민단체가 참여해 결성된 ‘조선일보 허위왜곡보도 공동대책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최 교수가 보인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공대위는 정책기획위원장이 아닌 학자로서의 최 교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은 이미 개인의 차원을 떠난 일이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소를 취하함으로써 김을 빼고 조선일보로부터 비웃음만 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이 대목에서 무엇 때문에 속도조절론을 옹호하며 사서느냐는 말이다.
|contsmark12|남북관계 진전의 속도가 과속이라는 주장에는 얼마만큼 진실성과 객관성이 담겨있는가? 수구집단의 사고가 굳어 있어 그리 보이는 것이지 결코 과속은 아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경우는, 야당과 수구언론이 녹아내리는 냉전적 사고를 다시 얼리고자 하기에 멈칫거리고 있을 따름이다. 동교동 가신들의 전횡이나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다스리지 못하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것을 남북관계의 전개상황과 연계시키는 것은 악의적이거나 어리석거나 둘 중 하나다.
|contsmark13|물론 대북정책도 무조건 선이라고 지지할 수는 없다. 사안별로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수구집단이 제기한 속도조절론은 건설적인 비판이 결코 아니다. 기본적으로 역사의 흐름을 역류시키지는 못해도 대립과 긴장의 구조를 최대한 연장시키려는 의도임에 분명하다. 이 장단에 최 교수가 춤을 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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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6|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정착될 무렵에는 민간차원의 교류 협력이 줄을 이을 것이다. 각 분야의 기관과 단체들은 지금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신중하게 돌다리도 두드려가자는 선의라면 머리를 맞대고 점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속도를 늦추는 것은 상대에 대한 불신과 반목을 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차원의 협력분위기 다지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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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9|이제부터는 민간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추진되어야 할 차례다. 방송분야의 교류도 예외는 아니다.
|contsmark20|방송분야 교류의 세세한 사안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각 단체와 방송사들이 준비하고 추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만 얘기하기로 한다. 디지털 방송의 실시와 관련한 문제다. 정작 속도조절이 절실히 요구되는 곳은 바로 여기다. 1997년에 미국식으로 결정했을 때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미국 자신도 미국방식에 대해 결함을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민족의 통일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마당에, 불과 서너 나라만이 선택하고 있는 방식을 고집하고 서둘러 밀어 부치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방송방식의 결정은 남북의 교류와 협력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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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끝으로 방송에 바란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 현상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확고한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임하라는 것이다. 판을 쫓아다니기에 급급하거나 시류에 따라 관련 프로그램 한 두개 편성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민족의식에 입각한 장기적인 기획에서 취재와 제작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 비슷한 논리를 폈던 점을 떨쳐버리고, 수구의 논리를 제압하면서 민족적 관점에서 통일지향적 방송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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