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이어 ‘관제홍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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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5천만의…’ 청와대 기획 의혹…정부부처 정책홍보 평가

정부의 백지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오전 KBS 1TV에서 방송된 ‘정책 버라이어티쇼’ <5천만의 아이디어로>(이하 5천만의…)를 놓고 방송 편성의 자유를 침해한 정권 홍보 방송이란 비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제기됐다.

KBS 정책버라이어티, 정권의 ‘편성의 자유’ 침해 논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KBS의 업무보고가 진행된 지난 27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KBS가 서명한 ‘TV 프로그램 제작 협찬 약정서’를 공개했다. 이달곤 행안부 장관과 이영돈 TV제작본부 기획제작국장이 계약한 이 약정서 제6조에는 ‘보안유지’가 명시돼 있는데, 이에 따르면 KBS는 당해 계약을 통해 얻은 정보 또는 국가의 기밀사항을 계약이행의 전후를 막론하고 외부에 누설할 수 없다. (6조 1항)

▲ KBS와 행정안전부가 ‘5천만의 아이디어로’와 관련해 체결한 약정서 ⓒ최문순 의원실
약정서 6조 2항은 또 “KBS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갑(행안부)과 병(정부 관계부처)이 보안을 요구한 사항에 대해 참여인력의 보안교육·보안대상의 관리 등을 철저히 해야 하며, 관리 소홀로 인한 자료 유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했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은 “<5천만의…>는 공개적인 프로그램인데 왜 이런 조항이 있는 것인가. TV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보안유지 조항이 있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국가기관의 개입을 통해 제작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병순 사장은 “인천시에서 하는 도시축전이 있는데 그를 위해 KBS와 (인천시가) 체결한 MOU(양해각서)에도 외부발설 금지 조항이 있다”며 ‘보안유지’ 조항의 존재로 국가기관의 개입을 의심하는 건 타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해당 약정서에는 협찬조건(제3조)으로 정부 부처가 원하는 홍보 내용을 포함하는 조항이 있다. 행안부·관계부처가 시청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각종 내용들을 방송에 적합한 경우 정확하고 알기 쉽게 알릴 수 있도록 반영해 올바른 정보가 시청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고 적혀 있는 것이다.

또 “갑과 을(KBS) 그리고 병의 정책변경과 편성변경 등이 예상될 경우 지체 없이 통보, 상호 협의하여 처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련의 조항들은 정권홍보 방송과 정부의 방송 편성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밖에도 행안부는 지난 25일부터 향후 5개월 동안 <5천만의…> 프로그램 협찬금으로 6억 6000만원(회당 3300만원, 총20회)을 지급하게 된다.

이어 최 의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최초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외주제작사 ‘해오름’과 현 정권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5천만의…>의 공정성·객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KBS 아트비전 사장 출신의 정선언씨가 ‘해오름’의 대표인데, ‘해오름’은 지난 97년 대선부터 한나라당의 대선홍보물을 주관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08년) 대선 후 ‘해오름’ 제작팀장이 청와대 홍보 비서관으로 갔다”면서 “이 같은 배경을 놓고 KBS 내부에선 (<5천만의…>가) 청와대의 기획안이란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병순 사장은 “정선언 대표가 KBS 출신이라고 하나 (제가) 제작이나 PD쪽은 잘 모르고, (사장이 직접) 일일이 외주제작사를 파악하는 게 (일견) 당연하나 부정적 측면도 있어 알아보고 하지 않는다”며 관련성을 일축했다.

“정부 부처 정책홍보 평가, 관제홍보 부추겨”

그러나 정부의 언론매체를 통한 정책 홍보 등과 관련한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28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정부가 각 부처의 홍보 평가를 부활시키기로 한 데 대해 “언론장악에 이은 관제홍보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난 2월 19일 문방위 전체회의 당시 최문순 의원에 의해 문화부가 다른 정부부처와 함께 KBS 1TV를 통해 정책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신설하려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 유인촌 문화 장관이 백지화 약속을 했던 것을 상기하며 “<5천만의…>는 당시 문제가 됐던 내용과 거의 같다. 장관이 거짓을 말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유 장관은 “이번 홍보 평가는 콘텐츠 품질이나 기획홍보 사례, 외신대상 홍보 등 국민소통을 위한 노력”이라면서 “이 같은 점을 살피면 정부의 관제홍보와 다른 개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도 “정부 협찬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된 건 이번 정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2002년 66건(46억원), 2003년 72건 (40억원), 2004년 87건(317억원), 2005년 122건(140억원) 2007년 92건(69억원) 등 연속되는 흐름으로, 민주당이 여당에서 야당의 신분으로 바뀌었다고 같은 사업을 놓고 정치적 의도를 운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정책은 홍보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정책을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느냐가 중요한데, 권력의 힘으로 언론매체를 일방 활용하는 선제적 일방통행 관제홍보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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