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제작진 전원 체포한 검찰, MB 내조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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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PD연합회·작가협회 ‘PD수첩’ 제작진 체포 항의 기자회견

▲ “검찰, MB 내조의 여왕?” 등의 팻말을 든 작가들이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제작진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검찰은 MB 내조의 여왕?”
“MB 생각대로 검찰, 비비디바비디부”
“난 광우병이 위험하다 말했을 뿐이고, 그러다 잡혀갔을 뿐이고”

검찰이 소환을 통보해온 MBC <PD수첩> ‘광우병’ 편 제작진 6명 전원에 대한 체포를 끝내 감행했다. 28일 새벽 검찰은 조능희 전 CP와 송일준 PD(진행자) 그리고 김은희, 이연희 작가 등 제작진 4명을 전격 체포했다. 지난 24일로 검찰의 체포․압수수색영장 시한이 끝남에 따라 이들이 한 달 동안 MBC 사내에서 벌여온 농성을 해제한 지 채 하루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앞서 검찰은 한밤중에 도로 한복판에서 이춘근 PD를 강제 체포하고, 결혼을 나흘 앞둔 김보슬 PD를 체포해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이 28일 새벽 또 다시 언론인에 대한 강제 체포를 감행하자 이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작가들까지 체포함에 따라 KBS, MBC, SBS, EBS 방송4사 구성작가협의회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프리랜서 신분의 작가가 프로그램 때문에 검찰에 체포된 것은 방송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공동 행동에 들어갔다.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이 소속된 방송인총연합회와 방송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PD수첩> 제작진 체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방송인총연합회와 방송4사 구성작가협의회 주최로 <PD수첩> 제작진 체포 규탄과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PD저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끊임없이 계속된 언론탄압의 상징적인 사건이 <PD수첩> 탄압”이라며 “정치적 배경이 없다면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PD수첩> 제작진 체포는 명백한 정치수사”라고 비판했다.

신민정 방송4사 구성작가협의회 부회장은 “우리는 작가실에서 함께 밤을 새며 원고를 쓰던 동료작가가 체포된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며 “방송 4사 모든 구성작가들은 김은희 작가의 체포가 비단 한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가라면 누구에게라도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또 “이번 사건의 본질은 <PD수첩>이 광우병 사태를 왜곡했는지가 아니”라며 지난 달 6일 작가 소환의 부당성을 지적한 한국방송작가협회 성명서를 인용했다.

당시 작가협회는 성명에서 “시사 프로그램의 중요한 영역의 하나가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인 바 프로그램 내용이 해당부처의 정책 방향과 다르더라도 그것은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에 대한 비판으로 봐야지 일개인의 인격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작가는 “또다시 비상식적인 일로 프로그램에서 오직 글로만 존재해야 하는 작가들이 다시는 거리로 나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결코 김은희, 이연희 작가가 외롭게 싸우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순기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PD수첩> 탄압의 본질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과 공무원인 검찰이 이번 기회에 언론을 손봐 자신들의 밑에 두려는 생각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며 “검찰 공무원이야 말로 퇴출 1순위, 구조조정 1순위”라고 꼬집었다.

김정대 미디어행동 사무처장은 “수많은 촛불시민, 네티즌들이 원하지 않았는데도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언론·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사가 됐다”며 “그렇게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경찰과 검찰”이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검찰이 권력의 시녀, 언론탄압의 선봉장에 서있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토론과 논쟁을 통해 사법부의 양심과 정의를 지켜라”고 촉구했다.

34년 전 박정희 정권 시절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투쟁하다 강제해직당한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장도 규탄 발언에 나섰다.

정 위원장은 “이 자리에 서니 다시 30여 년 전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며 “<PD수첩> PD와 작가까지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 나라가 완전히 거꾸로 돌아갔구나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의 책무를 당연히 수행한 <PD수첩>에 대해 검찰이 나서서 탄압하는 것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의 언론탄압 양상과 비슷하다”며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돼 언론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검찰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표현·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정권치고 끝까지 간 정권은 없다”며 “이번 싸움은 반드시 이긴다. 이제 봄이 왔으니 작년보다 더 큰 촛불이 활활 타올라 이명박 정권과 검찰을 규탄하고 그들의 야욕을 저지시키고 말 것”이라고 외쳤다.

김영희 PD연합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며 “<PD수첩> PD와 작가 2명까지 체포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이명박 정권과 검찰, 조중동이 합작해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전국의 언론인, 민주시민, 작가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전국 PD 859명이 참여한 규탄 서명과 방송4사 구성작가협의회의 항의서한을 검찰청에 전달했다.

작가들은 항의서한에서 “검찰은 기어이, 프리랜서인 방송작가까지 체포하는 사상 초유의 검은 발자국을 내딛고 말았다”며 “MBC, KBS, SBS, EBS 구성작가협의회 회원들은 방송작가를 체포한 검찰의 사상초유의 만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가들은 이어 “방송작가들의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 시키는 것이 이 수사의 목적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자는 것이 검찰의 속내가 아니라면, 김은희 작가와 이연희 작가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작가들은 또 “정부 정책을 감시,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채, 방송 제작 현장의 모든 제작진들에게 공포를 주어 재갈을 물리려는 작금의 음흉한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제,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도 노트북을 버리고 거리에 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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