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의 ‘조중동’화 갈수록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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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주년 집회보도 … 시위대 폭력성 부각·경찰 과잉진압 침묵

방송 뉴스가 촛불 1주년 집회를 보도하면서 시위대의 불법·폭력성만 부각시켜 균형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송도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의 보도 행태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 주말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거리로 나선 시민 200여명을 연행했고,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집회를 원천봉쇄해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연행 과정에서 항의 하는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고 취재장비를 갖춘 사진기자에게도 체포를 시도하는 등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 진보신당 <칼라TV>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연행된 시민 가운데는 1993년생 미성년자와 중국인 관광객, 즉석공연을 하던 시민악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말 TV 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 경찰은 지난 주말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거리로 나선 시민 241명을 연행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시위와 연관이 없는 시민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대부분의 언론은 시위대의 불법성과 폭력성에 주목했다. 특히 지난 2일로 예정됐던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식이 시민들의 점거로 무산되자, 방송 3사 뉴스는 한 결 같이 경찰의 시위대 엄중 처리 방침을 해당 리포트 제목에 넣어 보도했다.

KBS는 3일 <뉴스9>에서 “어젯밤 서울시청 앞 광장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범국민 대회 이후 시위대가 서울 광장으로 모여들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청계광장 원천 봉쇄가 안됐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는 촛불시민연석회의 대표의 주장은 끝부분에 짧게 언급했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은 “경찰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점은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시위대가 하이서울 페스티벌 개막식을 무단 점거한 점만 부각시켰다”며 “1개의 리포트에서 과정에 대한 내용을 생략된 채 충돌 이후 양상만 전하다보니 시민들이 왜 그런 시위를 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게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SBS는 3일 <8뉴스> ‘촛불 1주년 집회에 막힌 축제마당…112명 연행’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경찰의 원천봉쇄나 과잉진압에 대한 문제를 일체 제기하지 않았다. 양만희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경찰의 집회 원천봉쇄에 따라 사태가 확산됐다는 점을 지적하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MBC는 같은날 <뉴스데스크>에서 “시위대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방침과 “경찰의 과잉진압이 원인”이라는 시민들의 반발을 비슷하게 다뤘다. 하지만 김주만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는 “보도에서 경찰의 원천봉쇄는 언급했지만, 무차별 연행 등 과잉진압은 지적하지 않았다”며 “대신 4일 뉴스데스크에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003년 노동·사회갈등 보도준칙을 제정하면서 ‘이해당사자가 대립하는 사안 등을 다룰 때는 어느 한편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공정하게 다룬다’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파업이나 시위 보도의 공정성을 위한 내용이었지만 이번 촛불집회 보도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앞서 2일 아침 <뉴스광장>에 보도된 ‘노동절 집회 격화…시위대 70여 명 연행’ 기사를 두고 보도국장이 ‘경찰 멘트가 하나도 없어 제대로 전달이 안됐다’고 지적했다”면서 “현장기자의 취재내용과 상관없이 책상에 앉아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했으니 당연히 불법’이라는 식으로 예단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중동은 4일치 신문에서 시위대를 ‘폭력집단’이라며 맹공을 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촛불시위 한다는 사람들이 막가파인 줄은 알지만 정말 해도 너무했다”면서 “법이란 법은 다 무시하면서 선량한 시민에게 욕질해대고 피해 입히는 비(非)시민, 반(反)민주 저질 작태를 그만두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불법 폭력시위’를 비판하면서 국회에 복면금지법 통과를 촉구했다. 중앙은 이날 사설에서 “집회 도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시위자는 가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 집시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동아도 “국회는 복면방지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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