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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방송 다시보기(24)]

영조, 정조를 시대를 무대로 한 대하 사극은 한국 방송사에 줄잡아 대여섯 번은 나왔다. 영, 정조 시대라면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뺄 수 없다.

1988년 7월4일부터 한 시즌 전파를 탔던 KBS 사극 <하늘아 하늘아>(안영동 연출)는 혜경궁 홍씨의 시각으로 그렸다. 혜경궁 홍씨는 ‘한중록’에다 “하늘아, 하늘아!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어려서 궁궐에 들어와 지아비를 잃고 우리 집안은 극악한 역적이 되고 마니, 만고에 이런 법도와 이런 이치가 또 어디 있으리오! 피를 토하고 죽어도 하늘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니 한이로구나!”라고 토로했다. 홍씨의 그 넋두리가 그대로 드라마 제목이 됐다.

이 드라마에서 홍씨와 사도세자는 하희라와 정보석이 맡았다. 드라마 초기 성인 배우가 등장하기 전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어린 사도세자가 어린 혜경궁 홍씨에게 키스하는 씬도 넣어 드라마에 재미를 더했다.

비슷한 시기 MBC <한중록>(이병훈 연출)으로 맞불을 놨다.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중 하나인 <한중록>은 1988년 10월19일 첫 방영했다. MBC는 홍씨와 사도세자에 최명길과 최수종을 내세웠다. 총평하면 최명길은 지적이긴 한데 좀 차가운 느낌이었고 하희라는 눈물만 글썽이는 다소 심약한 세자빈으로 두 사람의 연기 폭은 사뭇 달랐다.

‘한중록’이란 드라마 제목은 원래 MBC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찍이 1972년 봄 KBS가 김자옥(홍씨) 남일우(사도세자)를 앞세워 <한중록>이란 이름의 사극을 방영했다. 혜경궁 홍씨의 시각은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를 다룬 드라마는 <대왕의 길>도 있어 우리 방송사에 영, 정조는 자주 등장했다. 최근의 <이산>도 같은 시대다.

수많은 영, 정조 시대극에서 빠질 수 없는 악역은 정순왕후와 그 인척들이다. 80년대까지 정순황후는 이성이라곤 없는 악의 화신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이산>에서 정순왕후는 영민한 논리와 이지력을 갖춘 악의 화신이면서도 권력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비이성적인 양면을 지닌 여성으로 새로 태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정순왕후가 다시 등장했다. 참여정부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옆에서 참모가 안타까운 마음에...”라고 말하면서 수십억 비리혐의를 ‘생계형 범죄’로 간단히 치환시켰다. 조 교수는 엊그제 대검 청사 앞에서 소환돼 오는 자신의 주군을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그런 조 교수의 모습에서 정순왕후와 홍국영이 겹쳐진다.

▲ 이정호 참세상 편집국장

한달 전 가수 정태춘 씨는 요새 주변에 “이명박 정권이 이래도 돼요? 너무하지 않아요? 큰일 났어요”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정 씨는 “그런 사람들은 유심히 보니 지난 10년 동안 넉넉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더라. 노태우 때도, 노무현 때도, 또 지금도 변함없이 힘들고 살기 팍팍한 진짜 서민들은 그런 소리 안하더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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