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 지역공청회 파행…활동시한 연장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 6월 임시국회 앞두고 미디어위 파행 책임론 공방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논의 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 주최로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첫 번째 지역 공청회가 여당 추천 위원장의 일방적인 종료 선언으로 파행으로 끝났다. 언론관계법 논란이 불가피한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미디어위 활동에 대한 책임론의 칼끝을 서로에게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요식행위 지역 공청회” 논란

미디어위는 지난 6일 부산 공청회를 비롯해 5월 한 달 동안 총 5차례의 지역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 속 신문·방송 겸영과 대기업의 방송 참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이 지역 언론이니 만큼 당사자인 지역 언론인들과 시청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함이다.

▲ 한겨레 5월7일 8면
그러나 첫 번째 지역공청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다름 아닌 공청회 개최의 가장 근본적 이유인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지 않고 예정 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여당 추천 위원장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가 일방적인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청중들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공청회를 왜 하겠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김 위원장과 여당 측 공술인들은 퇴장했다. 여당 측 황근 위원(선문대 교수)이 되돌아와 “다음 공청회에선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겠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파행을 수습할 순 없었다.

야당 추천 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여당 측 위원들과 공술인이 빠져 나간 공청회장에 남아 40여분 간 청중들의 질문을 받은 뒤 “지역 여론 수렴을 위해 개최한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낸 데 대해 8일 전체회의에서 공식 문제제기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추천 일부 위원, 일찍부터 지역공청회 ‘회의론’

첫 번째 지역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나기 전부터 일련의 상황은 예고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추천의 일부 위원들이 일찍부터 지역 공청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 달 10일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추천의 강길모 위원은 “회의 공개와 철저한 자료조사 등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게 지역 공청회”라면서 “서울에서 회의하면 촌놈들은 모른다는 식은 지역민들에 대한 모욕인 것 같기도 하고, 미국처럼 각 주 별로 방송·언론제도가 달라 그 지역에게 가서 다른 얘기를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 않은데) 왜 우리가 지역 공청회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오히려 TV 생중계나 인터넷 생중계가 더 지금 시대적 상황에 맞춰 볼 때 합리적이지 않냐”고 말했다.

역시 여당 추천의 김영 위원도 “돈도 시간도 없는데 지역 공청회보단 전체 국민들이 직접 눈으로 귀로 들을 수 있는 생방송을 하는 게 낫지 않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추천의 박민 위원은 “미디어위가 만들어진 것은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 외에도 국민들로부터 의견을 듣기 위함”이라면서 “그렇기에 가능한 많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자는 취지로 지역 공청회를 잡았고 일부에선 지역방송사가 있는 전체를 다 돌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박 위원 외 야당 추천 위원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여야 공동위원장들은 공청회를 개최하되 지상파 방송 3사에 생중계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했지만, 이날 회의를 마친 후 야당 추천 위원들은 “지역 공청회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민 의견을 수렴,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냐”며 여당 측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6월 국회 앞두고 미디어위 논란 책임론 예고

지난 1일 주제별 공청회가 결론 없는 논박으로 끝나고 향후의 주제별 공청회에서도 마찬가지의 논란이 예고된 데 이어 지역 공청회까지 파행으로 끝나자, 6월 임시국회를 준비하고 있는 여야는 언론관계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 ‘험로’의 책임을 벌써부터 서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7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로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표결처리 하기로 하지 않았냐. 약속이 준수돼야 한다는 게 사회생활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미디어위의 파행을 이유로 표결처리 반대를 주장할 것에 대해 미리부터 대비를 하고 나섰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법사위·정무위 연석회의에서 지역 공청회 파행과 관련해 “이분들(여당 추천 위원들)이 미디어위를 장식품처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산고 끝에 탄생한 미디어위를 허울 좋은 장식품처럼 위상을 격하시키고, 실질적으로 입법에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미디어위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며 “야당인 민주당은 이런 운영을 용납할 수 없다. 미디어위가 무력화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숫자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언론악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 공청회 다시…미디어위 활동 연장”

한편, 언론장악 저지 및 지역언론 공공성 지키기 부산연대와 전국언론노조 부산·울산·경남지역협의회는 7일 성명을 발표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공청회 주재자는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 상호 간 질의·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방청인에게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미디어위 부산 지역 공청회는 이 같은 공청회 요건을 결여한 만큼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정절차법은 공청회 개최 14일 전 관련 사항을 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부산 공청회는 불과 4일 전에 개최 사실이 미디어위 홈페이지에 게시됐고 발표자는 이틀 전에야 알려졌으며 그들의 발표내용은 공청회 당일 공청회 장소에서 공개됐다”며 “여러 면에서 공청회 요건을 갖추지 못한 만큼 부산 지역 공청회는 다시 한 번 개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디어위의 남은 활동기간 40일은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60일을 허비해 놓고 40일 만에 언론법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미디어위를 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위한 들러리로밖에 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인 만큼 활동시한을 연장하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