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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언론단체 “미디어위 무시, 언론법 통과 밀어붙이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올해 12월까지 종합편성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방송가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진행한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에도 종편PP의 연내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와 달리 현재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꾸려져 종편PP 도입을 비롯한 언론관계법 개정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방통위의 이 같은 계획은 성급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방통위, 미디어위와 종편PP 도입 사전 교감?”= 방통위는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민관합동 회의에서 올해 12월까지 신규 종편PP를 도입,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다만 종편PP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과 신문의 소유 지분 제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여당의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만큼, 관련 논의가 완료된 이후 사업자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방통위의 이번 계획이 사실상 6월 국회에서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구성한 언론법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위는 여당 추천 위원장의 공청회 일방 종료 선언 등을 파행을 빚고 있고 한나라당이 ‘6월 국회 표결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할 때, 방통위가 각 정부 부처 장관 앞에서 사업자 선정 일정 등을 못 박은 것은 결국 법안 강행 처리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실례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11일 “방통위가 미디어위의 활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미디어위도 결국 종편PP 도입을 확정할 것이라는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떤 이유든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결국은 지상파 죽이기 논란= 방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밝힌 종편PP 도입 이유는 △방송통신 시장의 서비스 경쟁 강화 △시청자의 다양한 미디어 욕구의 충족 등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공공미디어연구소가 발표한 ‘종합편성PP 허용이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는 종편PP 도입이 기존 방송사의 심각한 광고 매출액 감소를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보도PP 없이 종편PP만 2개가 도입됐을 때 광고비는 최소 15.81%에서 최고 36.04%까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방통위 역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에 의뢰해 진행한 연구 결과 종편PP 도입으로 당장 광고 시장의 파이가 키워지진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 경쟁 강화가 아닌 제한된 광고를 놓고 기존의 방송사와 종편PP가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현행법상 종편PP는 지상파 방송처럼 ‘의무재전송’ 권리는 누리지만 광고영업이나 심의 등에 있어 규제는 느슨하다. 의무는 적고 규제는 느슨한 전국단위 방송이 탄생,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악화일로의 광고상황에 직면한 지역 방송들이 설 곳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편PP 도입=지역방송 말살’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정부의 종편PP 도입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ISDI는 지난 2월 방통위 의뢰로 작성한 ‘보도PP 및 종편PP 제도 연구’ 보고서에서 “최근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송보도채널의 다양성 및 전문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보고서를 공개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종편PP 도입의 필요성으로 보도 및 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조중동+대기업’에 방송내주기= 방통위의 종편PP 도입 계획을 정권에 친화적인 일부 거대 신문과 대기업 컨소시엄에 사실상 지상파와 같은 방송을 주겠다는 계획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미디어위의 주제별 공청회에서 야당 측 공술인으로 출석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1년 운영비가 수천억에 달하는 종편PP에 뛰어들기 위해선 신문만으로는 불가능한데 광고시장은 한정돼 있다. 결국 보도기능을 원하는 대기업이 참여, ‘족벌신문+재벌방송’의 탄생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지난 8일 공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 “종편은 ‘뉴스 보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여당을 위한 사영 보도채널을 확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라며 “종편PP 도입은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와는 무관한 만큼 저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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