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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최경진 교수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 최경진 교수.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족벌신문사들과 재벌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 위원장은 금년 내로 종합편성(종편) 채널의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CNN과 같은 거대 미디어그룹을 만들어 글로벌미디어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가질만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종편 채널은 그 운영을 위한 재정규모가 막대해 재벌 대기업 등과 같은 재력이 있는 조직이 아니고는 감히 그 소유를 생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결국 일부 특정 대기업에게만 주어지게 될 특혜의 성격을 띤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 미디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군림하면서 재력을 갖춘 이른바 일부 족벌 신문사들도 포함된다.

시장경제 신봉주의자들이 즐겨 주장하듯 족벌신문사들이나 재벌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현 정부가 완전 자유 경쟁과 자본주의의 논리만을 좇아 방송사업 진출을 주장하는 데에는 소위 경쟁의 자유방임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역할은 그러한 자유방임의 상태를 결코 과도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는 데에 그 비판적 대안논리가 존재한다. 산업적 이해만을 지나치게 고려한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그로 인한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 사회적으로 파생되는 폐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규제의 논리는 여전히 그 존재가치를 갖는 것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야심차게 CNN이라는 거대 미디어 그룹을 들먹이며 성공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미국 나름의 문화적 전통과 미디어 환경 그리고 정치 사회적 여건에서 탄생한 경우지 결코 대한민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사례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특수한 정치 사회 문화적 여건과 역사 그리고 미디어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디어가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미묘한 역학관계 속에서 파행적이고 기형적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디어 정책에 관한한 이명박 정부가 언급하기를 거리끼는 글로벌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경우를 보자. 그는 산업적 관점에서만 보면 대단히 성공한 미디어 기업인이다. 매출액 증가나 성장률 그리고 기업의 인수합병 또는 매각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 경영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디어의 산업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다. 미디어의 사회적 공익성이나 공공성 측면에서 본다면 그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라진다. 미디어의 기업적 성장이나 이득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매각 또는 합병의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것이 루퍼트 머독의 경영방식임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서 미디어의 사회 공익적 공공적 의미를 논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과거에 재벌대기업이나 족벌신문사가 미디어 사업에 진출해 국가 사회적으로 막대한 물의를 일으킨 사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고 또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 삼성 그룹이 소유했던 언론사들이 보였던 아전인수식 보도행태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다. 모 기업의 사회적 비리나 파행이 사회적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가치와는 전혀 관계없이 자의적 잣대에 따라 보도되었음을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고 또 지금도 족벌 미디어 기업들의 행태를 통해서도 목도하고 있지 않는가.

최시중 위원장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왜 구태여 그다지 돈도 되지 않는 보도기능을 가진 종편 채널 허가에 그렇게 목을 매는지. 그리고 족벌신문과 재벌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로 인한 폐해와 악영향에 대한 우려는 차치하고라도 산업적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담보한다는 일부 관영 연구소의 의심스러운 연구결과대로 정말 그렇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고 있는지.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혹여 어떤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보도기능을 제외한 드라마나 스포츠 등의 오락기능을 가진 케이블 방송 운영을 통한 미디어 산업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대장금’처럼 한류를 겨냥한 고수익성 프로그램이나 국제 미디어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차마고도’ 같은 양질의 다큐멘터리 제작이야말로 글로벌 미디어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훌륭한 산업적 전략의 실마리일 수도 있을 텐데 왜 반드시 보도기능을 갖춘 종편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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