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율 1위? 우린 정말 잘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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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시즌3] ⑨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SBS
‘말의 성찬(盛饌)’이다. 쉴 새 없이 말하는 통에 2시간 동안 노래를 3곡도 채 못 틀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청취자들에게는 “사연 좀 재밌게 보내! 이럴 거면 보내지마”라며 사연을 구겨버린다. “얼굴도 마음도 예쁘다”며 골수를 기증한 동료간호사 사연에 대고도 한참을 칭찬을 하다가도 “얼굴이 예쁜지는 확인 해봐야죠”라며 웃음의 코드를 거두지 않는다. 할 말이 없어도 그냥 가지 않는다. 30초가 남으면 남는 대로 말장난을 한다. 가수 ‘드래곤플라이’를 ‘용파리’로 바꿔버리는 재주가 있는 그들이다.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자랑하는 SBS 파워FM(107.7㎒) 〈두시탈출 컬투쇼〉(연출 은지향, 오후2시)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 청취자들에게 나긋나긋 이야기를 건네던 우리가 흔히 접하던 라디오 DJ들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중독성이 강하다. 컬투에 철저하게 훈련을 당한 청취자들은 쉽게 다른 채널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다.

◇ 방청객과 함께 호흡…3년 동안 2만8000명 다녀가

3주년을 맞이한 〈컬투쇼〉는 라디오로는 최초로 매일 방청객과 함께하는 ‘공개방송’ 형식을 도입했다. 그동안 2만8000명에 달하는 방청객들이 다녀갔다. 매일 30명이 꽉 들어차는 라디오 스튜디오에는 객석이 모자라 바닥에 방석까지 깔고 앉아야 하지만, 누구하나 인상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 서로 웃고 떠들면 서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나간다.

하지만 초기에만 해도 성공여부는 불투명했다. 홍보도 안한 상태였고, 초기에는 작가들과 매니저들이 객석을 채웠다. 그러나 1주일 만에 객석은 방청객들로 가득 메워지기 시작했다. 정찬우는 “애가 울든가 전화가 온다든가 실수 아닌 실수가 나타날 때 그냥 그대로 내보낸다”며 “관객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리얼한 느낌을 보여주는 게 라디오를 살아있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종이 넘기는 소리마저도 조심했던 지난날의 라디오를 떠올려보면 이는 ‘파격’에 가깝다. 정찬우는 “라디오가 상상의 매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듣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만 웃기는 상황에 대해 궁금증을 갖거나 색다른 것들이 있죠. 웃음소리가 나오면 여럿이 같이 듣는 것 같거든요.”

▲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SBS
그래서 2시간 동안의 방송에서 방청객과의 호흡은 절대적이다. 사연을 신청해 초대된 방청객들은 컬투의 거침없는 질문에 얼굴이 새빨개지고 당황해 하면서도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말한다. “전 국민이 다 듣는 〈컬투쇼〉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싶었다”는 한 신청자는 진행자 컬투의 짓궂은 장난에도 떠듬거리며 고백을 한다. 딸이 공개방송을 신청해 제주도에서 온 한 아주머니는 직접 노지에서 재배한 한라봉을 “별 것 아니다”며 내어준다. 먹어보고는 “팔정도는 아니네요”라며 무안을 주지만 어머니는 깔깔대며 이들의 말장난에 박수를 쳐준다.

사연을 보내달라는 시간이 되면 컬투와 방청객은 한 몸이 된다. 컬투가 “샵(#)에 일공칠칠(1077)!”을 외치면 방청객들은 “50원~!”하고 방청객들은 목이 터져라 외친다. 월요일의 고정코너 ‘돌아온 히어링의 왕’에는 팝송을 틀어놓고, 우리말로 받아 적는 것을 한다. 흡사 〈웃찾사〉 시절 ‘미친소’를 보는 듯 하다. 제일 비슷하게 쓰는 게 관건인 이 코너에서 가장 비슷하게 들리도록 답을 보내는 이는 풍납동에 사는 청취자 김신창씨다. 그는 히어링의 왕 동호회를 만들어 회원들과 모여 받아쓰기를 한다. 이제 컬투는 그의 이름이 뜨면 그가 보낸 답과 자신의 답을 맞춰본다.

김태균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라디오의 한 코너로 동호회까지 만드는지 그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따로 불러 식사도 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문자가 오는 〈컬투쇼〉에 최다 11만개 문자메시지가 온 날도 있다. 문자를 많이 보낸 1~5등과도 따로 연락해 함께 밥도 먹었다. 그는 “우리에겐 너무 고마운 분들이기 때문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머리를 낮췄다.

◇ “방송 전 사연 절대 안 읽어…가식 생길까봐”

컬투는 방송 전 작가들이 뽑아놓은 사연을 읽지 않는다. 작가들이 재밌는 사연을 골라놨다고 판단하고,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섞어가며 연기를 한다. 읽어보면 가식이 생길까봐서다. “재미없다”며 사연을 때론 구겨버린다. 그게 좋다고 청취자들은 “제 사연 구겨 주세요”라며 또 글을 올린다. 정찬우는 “애정의 표시 아니겠느냐”며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게 우리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3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동시간대 청취율 1위 비결에 대해 이들은 “우리가 정말 잘해서”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정찬우는 “정말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얘기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솔직함을 좋아해주는 것”이라며 “청취율이 2위, 3위로 떨어지는 날이 오면 깨끗하게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은 “1등 하려고 골머리 싸맨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청취자들의 좋은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앞으로 전국민의 〈컬투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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