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수신료 인상 계획, 방송가 분열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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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국회 앞두고 KBS 달래고 MBC 옥죄기 논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수신료 인상을 내년에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4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론관계법을 비롯해 공영방송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에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여당은 지난 정권 당시 반대하던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으나, 구체적 시기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국회 ‘불공정 게임’ 조장?= 최 위원장의 ‘내년 수신료 인상 계획’ 발언이 논란인 이유는 우선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가 언론관계법 전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방통위원장이 여당이 제출한 언론법 개정안의 처리를 벌써부터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문방위 간사들은 미디어위 전체회의에 출석,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측 간사들과 달리 여당 간사는 상견례를 겸한 제1차 전체회의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여당에선 자유로운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방통위원장의 언론법 개정·공영방송법 제정을 전제로 한 수신료 인상 계획 발언은 사실상 여당이 준비한 법 제·개정안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이 ‘불공정 게임’이라 비판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 서울 여의도 KBS본관.
■언론법 강행 처리 이후 그림 제시= 그렇다면 최 위원장의 내년 수신료 인상 계획 발언은 언론법 개정 국면의 6월 국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나라당 문방위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국회에 있는 만큼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업무보고를 위해 문방위에 출석한 이병순 사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게 수신료 인상일 만큼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KBS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이다.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은 “(방통위원장) 개인의 발언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수신료 인상은 국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것인 만큼 방통위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에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땐 방통위의 의견을 첨부한다”면서 “방통위의 의견에 따라 조건부 인상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최시중 위원장은 (통상의) 방통위원장 이상의 권한을 휘둘러오지 않았나.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KBS가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류성우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도 “방통위가 한 마디를 하면 정부 여당의 나머지 조직들이 (그에 따라) 상황을 정리해가는 형국 아니냐. 종합편성채널이나 수신료 인상, 공영방송법 제정 등의 문제 역시 6월 국회뿐 아니라 금년 한 해 동안 (방통위원장 의중대로) 하나하나 정리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언론법 반대 진영 파편화 노림수?= 방통위원장의 수신료 인상 관련 발언은 미디어위 활동의 무력화만이 아니라 6월 임시국회에서의 언론법 표결 강행을 반대하는 방송가 안팎의 목소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올해 초 KBS 노조가 언론관계법 관련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키긴 했지만 (KBS라는) 조직 전체가 수신료 인상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6월 임시국회 국면에서 언론법 반대 진영, 특히 MBC를 고립시키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 봤다.

그는 “결국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간 방송가 안팎에서 공공연히 얘기되던 ‘언론관계법 표결 강행처리(6월)→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개편(8월)→KBS·EBS 이사진 개편(9월)→공영방송법 제정(10월)’ 수순의 ‘언론장악 제2차 시나리오’ 현실화의 주춧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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