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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흥행, ‘웃찾사’·‘개그야’ 부진 이유

KBS 〈개그콘서트〉 열풍이 뜨겁다. ‘리얼 버라이어티’ 강세에 잠시 고전하던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말부터 다시 무섭게 성장하더니 이제는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예능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반면 비슷한 형태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과 MBC 〈개그야〉는 한자리수 시청률로 부진한 상태다.

물론 〈개그콘서트〉의 독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 1999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공개 코미디의 ‘원조’ 역할을 톡톡히 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반면 〈웃찾사〉와 〈개그야〉 는 몇몇 코너들이 큰 반향을 얻으면서 ‘반짝’ 인기를 누렸으나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요즘도 일부 코너만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뿐, 이렇다 할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황현희PD의 소비자고발’,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의 코너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수많은 유행어를 생산해내는 〈개그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더군다나 KBS는 최근 〈코미디쇼 희희낙락〉이라는 콩트 코미디까지 신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방송 3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이 같은 코미디의 ‘양극화’ 현실에 대해 누군가는 편성의 문제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통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유가 어디 한두 가지뿐일까. 〈웃찾사〉와 〈개그야〉의 부진 원인을 살피고, 〈개그콘서트〉의 강세 이유를 짚어봤다. 공개 코미디의 동반 성장으로 대한민국이 더욱 ‘웃기는’ 사회가 되길 기대하며….

웃음 엇박자 ‘웃찾사’ 신선하지 않은 ‘개그야’

지난달 SBS 〈웃찾사〉(금요일 밤 9시 55분, 연출 박재용·심성민)는 단 한 차례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했다(TNS미디어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 지난달 24일 겨우 턱걸이 한 10.9%가 지난 6주간 〈웃찾사〉의 시청률 최고 기록. 15일 3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웃찾사〉로선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MBC 〈개그야〉(일요일 오후 4시 20분, 연출 김구산·유호철)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토요일 자정에 방송되던 〈개그야〉는 지난 4월 한 달간 5~6%대의 시청률로 명맥을 유지하더니, 일요일 오후 4시 20분으로 시간대를 옮긴 지난 3일에는 4.6%라는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 ⓒKBS
반면 KBS 〈개그콘서트〉(일요일 밤 9시 5분, 연출 김석현·김상미)는 올해 들어 2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수도권 기준, 일일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체감 인기는 더 높은 편이다. 〈개콘〉을 보지 않은 사람도 ‘니들이 고생이 많다’, ‘참 쉽죠~잉’ 등의 유행어를 즐겨 따라 할 정도다.

〈개콘〉, 〈웃찾사〉, 〈개그야〉 등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의 자존심을 지키는 소수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웃찾사〉와 〈개그야〉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방송사간 코미디 발전의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웃찾사·개그야 ‘That's not very hot?’

〈웃찾사〉는 최근 ‘핫 초코 보이’란 코너가 ‘댓츠 베리 핫(That’s very hot)’이라는 독특한 노래를 유행시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최근 컬투가 합류, 〈개콘〉 ‘봉숭아학당’에 비유할만한 ‘뉴 비둘기 합창단’을 선보이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금요일 저녁 시간대의 주 시청자층과 〈웃찾사〉 특유의 개그 패턴 사이의 간극이 제법 커 보인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금요일 밤에 젊은 시청자들은 대부분 집에 없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인데, 그들이 보기에 〈웃찾사〉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웃찾사〉는 속사포처럼 빠른 말과 유행어를 반복하는 ‘총알개그’가 특징이다.

하지만 금요일 밤 주로 리모컨을 쥐고 있는 중장년층이 소화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웅이 아버지’ 등 중장년층을 겨냥한 듯한 장수 코너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개그 패턴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결국 캐릭터와 유행어로 승부하기보다 잘 짜인 이야기의 틀과 개그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셈이다.

〈개그야〉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공개 코미디”를 내세운 기획의도와 달리 개성 없는 개그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개그야〉는 다수의 코너가 패러디이거나, 어디선가 본 듯한 개그다. ‘무완도전’, ‘가슴팍도사’는 자사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과 〈무릎팍 도사〉를 각각 패러디했고, ‘미녀는 외로워’, ‘7년째 연애중’처럼 영화를 패러디한 코너들도 있다.

그런데 ‘무완도전’과 ‘가슴팍도사’의 경우 원작의 콘셉트를 따왔을 뿐, 이를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무완도전’의 개그맨들은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들을 거의 흡사하게 따라하지만 그게 전부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웃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가슴팍도사’ 역시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와 비슷한 세트에, 출연자 구성을 보여준다. 슈퍼주니어, 솔비 등 스타들의 출연이 시선을 끌지만, 코너 자체가 보여주는 신선함은 부족하다. 풍선을 넣은 듯한 심현섭의 가슴만 부담스러울 뿐이다.

▲ MBC <개그야>의 <무한도전> 패러디 코너 '무완도전' ⓒMBC
전체적으로 〈개그야〉의 ‘웃음 포인트’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또 템포가 느리고 캐릭터와 캐릭터, 혹은 개그맨과 관객 사이에서 유발되는 긴장감이 떨어져 일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쫓기엔 버겁다. ‘미녀는 외로워’는 4명의 개그우먼들의 말과 행동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고, 과거 〈개콘〉의 ‘사랑의 가족’과 ‘우비삼남매’를 섞어놓은 듯한 ‘아롱이다롱이’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정도가 지나쳐 민망할 정도다.

‘유정승의 재발견’에서 최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얘(유정승)가 정신 차리고 개그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가, UN 안보리가 함께 나서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입니다.” 지금의 〈개그야〉도 마찬가지로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개그 인프라의 부족 “개콘이 부러워”

탄탄한 ‘개그 인프라’도 〈웃찾사〉와 〈개그야〉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개그야〉의 심현섭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콘〉은 개그 공식을 아는 선배들이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개콘〉의 신-구 개그맨들의 앙상블은 〈웃찾사〉나 〈개그야〉가 내심 부러워하는 점이다.

〈개콘〉은 ‘선배’ 개그맨과 ‘후배’ 개그맨이 조화를 이루는 개그가 장점이다. 초창기 〈개콘〉을 이끌었던 김준호가 아직 활동 중이고 김병만, 이수근, 황현희, 유세윤, 강유미, 변기수 등으로 이어지는 인맥이 화려하다. 많은 스타들을 배출해냈지만, 특정 스타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다. 한편으로는 이수근이나 유세윤처럼 버라이어티에서 성공을 거둔 개그맨들이 변함없이 〈개콘〉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개콘〉은 선후배 개그맨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데, 경쟁만 시키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개그맨을 발굴하고 키워내 자원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개그야〉의 경우 일부 코너와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보인다. 2006년 ‘사모님’이란 코너가 화제를 모으면서 〈개그야〉도 인기를 끌었으나, 코너가 막을 내리고 김미려가 떠나면서 프로그램 인기도 하향세를 보였다. ‘별을 쏘다’, ‘주연아’ 같은 인기 코너들 역시 〈개그야〉의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으나, 그 인기를 오래 끌고 가기엔 힘이 부쳤다. 지난해 초에는 〈개콘〉의 스타였던 박준형, 정종철 등이 합류해 선전이 기대됐지만, 예상만큼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은 스타가 아닌 개그 자체가 중요했던 셈이다.

〈웃찾사〉는 강성범, 정찬우 같은 ‘선배’ 개그맨들이 받쳐주는 가운데, 신인 개그맨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그맨들이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이란 게 약점이다. 신인 개그맨들끼리 개그를 구성하다 보니 한계가 있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노출되지 않는 까닭에 오래 활동을 해도 낯선 얼굴들이 많다. 〈개그야〉처럼 “개그맨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개콘·웃찾사·개그야 “다 같이 웃자”

편성시간대 역시 이들 프로그램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현재 〈개콘〉의 방영 시간대는 일요일 밤 9시대. 〈웃찾사〉와 〈개그야〉는 각각 금요일 밤 10시대와 일요일 오후 4시대에 방송되고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시간대 측면에선 〈개콘〉이 제일 유리한 것 같다”며 “물론 〈개콘〉이 〈개그야〉나 〈웃찾사〉보다 브랜드 가치도 높지만, 편성 시간대가 유리한 게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개콘〉은 지난해 KBS가 대하사극을 1TV에서 2TV로 옮기면서 수개월간 일요일 밤 10시대에 방송되며 시청률 하락을 보였으나, 지난해 11월 다시 9시대로 복귀하면서 시청률도 동반 상승했다.

▲ SBS <웃찾사>의 '핫 초코보이' ⓒSBS
반면 〈개그야〉는 2006년 2월 목요일 밤 11시 5분 방송을 시작해 자리 이동을 반복하다 지금의 일요일 오후 4시 20분으로 밀려났다. 〈웃찾사〉 역시 2003년 4월 일요일 오전 방송으로 시작해 잦은 시간대 이동을 했다. 현재의 금요일 밤 10시대에 정착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그러나 금요일 밤 TV를 시청하는 젊은 시청자들이 많지 않은 편이어서 역시 흡족한 시간대는 아니다.

물론 ‘편성 탓’으로 돌리기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웃찾사〉와 〈개그야〉 자체의 아쉬움도 적지 않다. 또한 〈개콘〉이 공개 코미디의 기준이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의 ‘원조’로서 지난 10년간 〈개콘〉이 시도해 온 변화와 긍정적인 영향들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강명석 평론가는 “〈개콘〉은 시청률이 떨어지면 코너를 바로 내리고, 어떤 코너가 통하는지 제작진이 정확하게 판단해 시청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다”며 “그런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트렌드가 쉽게 바뀌고, 시청률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웃찾사〉와 〈개그야〉의 부진은 일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KBS 〈코미디쇼 희희낙락〉, OBS 〈코미디 다 웃자고〉 등 코미디가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웃찾사〉와 〈개그야〉가 오랜 부진을 털고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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