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5월 13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춘천에서 두 번째 지역공청회를 개최했다. 일단 외면적으로 춘천공청회는 무리 없이 잘 끝났다. 250석 규모의 회의장이 2/3가량 찼고, 방청객 발언 시간도 마지막까지 충분히 제공되었다. 사회자인 강상현 공동 위원장이 폐회를 선언할 때는 플로어에서 박수까지 나왔다. 지난 부산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던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진행과 결과였다. 공청회 사회자 한사람만 바뀌었을 뿐인데, 지난 부산공청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대통령 한사람 바뀌었는데, 대한민국이 달라진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위와 지역 공청회에 대한 방청객들의 다양한 문제제기는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째, 여론조사에 관한 방청객들의 궁금증이다. 실제 춘천공청회에서는 방청객들이 여당과 야당 추천 공술인의 발언에 대한 질문과 의견개진을 했지만, 미디어위와 지역공청회 운영에 대해서도 상당한 질문과 문제제기가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과 문제제기다.

▲ 지난 5월 13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춘천에서 두 번째 지역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공공미디어연구소>
지금까지의 상황은 야당 측에서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여당 측 미디어위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당 측 위원들은 여론조사에 대한 국회 3당의 간사합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3월 5일 미디어위 구성 당시 여야 간사 간 합의사항에는 “정치인은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위원 운영은 자율에 맡기되 교섭 단체 간사는 운영 의견 개진하거나 청취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디어위는 여야당과는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정치인이 미디어위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의미다. 여론조사도 미디어위 자체적으로 결정하면 될 문제이지,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를 이유는 전혀 없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미디어위 취지에 따르면 이를 거부할 명분과 이유는 없다.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인 미디어위를 두게 된 만큼 미디어위는 미디어위원 20인 뿐만이 아닌 전문가의 의견 및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여 미디어 법안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여론조사 실시의 핵심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듣고자 함인데,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위가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측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것이거나 그 결과에 대한 자신이 없어 논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 여론조사를 못하겠다는 것 역시 국민의견을 무시하고 정책을 입안하겠다는 안하무인한 태도다.

둘째, 공술인들의 자격문제이다. 춘천 공청회에서 여당 측 공술인 4명 가운데 2명은 강원도 지역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들이다.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과 관련된 논의를 듣고자 하는 것이 지역 공청회의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관련없는 인물이 공술인으로 등장하자 방청객의 불만이 제기 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여당 측 공술인 가운데 일부는 지역방송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 부산지역 공청회에서도 여당 측 공술인은 2명은 지역 연고가 없는 인물이었다.

또한 여당 측 공술인은 한나라당의 법안에 대해 100% 찬성하지도 않은 인물들이 상당 수여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법안에 대해 충실히 설명할 수도 없었다. 춘천 공청회에서 모두 발언을 한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한나라당에서 미디어 법 개정의 근거로 제시한 여론다양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언론사의 재정적 문제이며 정치적 행위라고 단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노기영 한림대 교수도 공술문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신문 통신사의 진입은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비해 다양성을 저해하는 수준이 크며, 정서적 정치적 진입장벽으로 현실적으로도 실현성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역방송시장에서의 신문통신사의 방송교차소유는 지역에서 뉴스에 접할 수 있는 방송뉴스 채널이나 신문의 숫자 등을 고려할 때 관점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저해요인이 시너지를 통한 경제적 혜택보다 크기 때문에 현행처럼 신문방송 교차소유금지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여 한나라당의 법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수길 연구위원도 공술을 시작하기 전 여당의 미디어 법과 의견을 달리한다며 한쪽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5월 1일 주제별 공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측 공술인으로 나온 이연 선문대 교수는 공술에 앞서 “사실 공부하는 학자로서 여기 나온 것인데, 상당히 당혹스럽다. 개인적으로 여당이나 야당이 아닌데… 일본의 방송, 일본의 미디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고 해서 나왔다”며 자신의 발언에 전제를 달았다. 또한 하주용 인하대 교수도 “공술인으로 나오게 된 것은 영광이지만 여당추천으로 나온 것은 좀 난감한 점이 있다. 복잡한 요소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일방의 의견이 옳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있기 때문이다”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즉, 한나라당 측 공술인들은 한나라당의 법안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측 미디어위원들은 공술인을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 답은 역시 두 가지로 제시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한나라당의 법안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공술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어자피 6월 표결 처리가 된다면 한나라당의 법안이 통과될 것이기에 공술인을 통해 보다 높은 설득력을 담보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적당히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의 법안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라도 한나라당의 법안에 동의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가깝게는 한나라당 위원, 국책연구기관, 방통위 등 표면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존재하기도 한다. 주제별 공청회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여당과 야당 미디어위원들이 공술인을 추천 및 선정함으로써 자신들의 논리를 지지 및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득력을 높이려는 취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측 추천 공술인들은 한나라당의 법안에 대해 전면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아 한나라당의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과 문제제기를 충분히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공청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부 여당의 미디어 법과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 하는 등 진정한 공청회(公聽會, Public hearing)가 되려면, 우선 나경원 위원을 비롯한 미디어 법 발의자들이 공청회에 공술인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직접 공청회에 등장하여 국민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100일 시한의 미디어위 활동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요식행위가 아닌 ‘국민’위원회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미디어위가 되려면,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위의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대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