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방송] ‘KBS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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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방송] ‘KBS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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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1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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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1TV <KBS 스페셜> / 17일 오후 8시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

▲ ⓒKBS
자살률 10.4%, 일반 자살률의 500배 - 5·18은 끝나지 않았다

1980년 5월 18일, 그로부터 29년.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5·18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는 등 5·18은 지나간 역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고문을 받고 부상당한 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의 기억으로 인해 반복되는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일부는 극단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5·18 피해자 중 사망한 376명 가운데 3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2007년 8월 기준). 10.4%의 높은 자살률. 2009년 현재까지도 5·18 피해자들의 자살은 계속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조용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생명인권운동본부)의 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최초로 실시된 집단 심리학적 부검 보고서. 그 안에 담긴 충격적인 내용이 밝혀진다.

5·18 부상자 사망 원인 1위 ‘자살’,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가

2009년 3월 24일, 김00씨 오피스텔 방에서 수면제와 술을 먹고 자살. 2009년 3월 26일. 한00씨 부인과 심한 다툼 끝에 칼부림 후 자살. 사망한 두 사람은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5·18 피해자들의 자살은 드문 일이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부상을 당한 후 사망한 사람들의 5·18 이후 평균 생존기간은 13.1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잇따르는 5·18 피해자들의 자살로, 5·18 기념재단은 생명인권운동본부에 심리학적 부검을 의뢰, 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이른다.

심리학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란 자살자가 생전에 남긴 각종 기록들과, 주변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질문 조사를 통해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무엇이 5·18 피해자들을 죽음으로 이끄는가.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자살 원인을 밝힌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억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이덕호 씨 : 5·18 당시 총격 및 구타를 당함
김공휴 씨 : 5·18 당시 구타 및 개미 고문을 당함
염동유 씨 : 5·18 당시 구타 및 고문을 당함

KBS스페셜은 세 명의 5·18 고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각 가정에 CCTV를 설치하여 24시간 관찰하고, 전문가가 실시하는 외상적 기억에 대한 임상 인터뷰와 심리척도 등을 통해 이들이 겪고 있는 증상이 어떤 것인지를 진단해 보았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5·18 자살자들의 심리학적 부검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자살자들이 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TSD란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환이다. 공황발작, 환청, 공격적 성향, 충동 조절 장애,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신의 병명조차 알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죽음을 선택한 자살자들. 과연 생존해 있는 다른 피해자들은 안전한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억, PTSD에 대해 알아본다.

폭력과 알코올, 와해되는 가정 - 피해의 대물림

전처 살해 후 교도소에서 자살한 이영길 씨. 그의 가족은 극빈과 우울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음독자살한 최재원 씨의 큰 아이는 가출과 비행 끝에 소년원에 있고, 가족들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역시 음독자살한 박재진 씨의 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다 최근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자살자들이 생전에 보였던 알코올 중독과 폭력적인 성향은 2차적으로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폭력으로 인해 입은 신체적, 정신적 상처는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거나 또 다른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차, 3차적으로 이어지는 피해를 막으려면 어떤 처방전이 필요할까. 절망 속에 빠진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보았다.

자살, 소리 없는 구원의 요청 - 그 대책은?

“... 한 번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에 술이 만취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산장을 올라가서 죽기 위해서 가는데 죽을 때가 안돼서 그랬는지 오토바이 체인이 끊어져버렸어요.(5·18 부상자 김공휴 씨)

많은 5·18 피해자들이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괴롭더라도 계속해서 드러내야만 한다. 치료는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선뜻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가에서는 이미 6차에 걸쳐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했다. 그러나 진정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보상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와 보살핌이다. 이어지는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체계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잊혀진 역사로, 기억에서 사라진 것으로 치부되던 5·18.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끊임없는 고통 속에서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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