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는 국민의 의견을 들을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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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익한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활동 마감시한 30여 일을 앞두고, 여론조사 실시 여부에 대한 여야 추천 위원들 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파행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 측은 미디어법과 같은 정책결정과정에 국민 여론조사가 반영될 수 없고, 이미 여러 언론 등을 통해 ‘MB 악법’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전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불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야당 측은 여론조사의 거부는 국민의 소리를 수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위원회 활동 재고 의사를 밝혔다.

여측 여론조사 최종 거부, 여론조사는 ‘비과학적’?

15일 회의에서 여측이 여론조사를 최종 거부한다며 밝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법과 정책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며 둘째는 이미 미디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측은 지속적으로 특위를 구성해 여론조사 범주와 내용, 문구까지 일일이 합의해서 하자며 여론조사를 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드러났듯이, 여측이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또 다시 번복되었다.

▲ 지난 15일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전체회의 ⓒ공공미디어연구소
결국, 이러저러한 여론조사 불가 이유를 여측 위원들이 밝혔지만, 핵심은 전술한대로 미디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퍼져 있기 때문에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MBC에 대한 여측 위원들의 고집스런 악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회의 석상에서 수 십 차례 여측 위원들이 MBC의 소유구조,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은 미디어위가 여론다양성과 관련하여 논의하고 있는 내용과도 일맥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내적다양성과 외적다양성 논란이다. 내적다양성은 하나의 매체 안에서 의견의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외적다양성은 동일한 매체군 내에서 의견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의 경우를 보면, 여측 위원들은 MBC 보도를 문제삼으며 지속적으로 MB악법처럼 보도했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치우쳤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MBC 보도가 치우쳤는지, 그 결과로 국민 여론이 반대하는 쪽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채 주장하는 여측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MBC 보도가 치우쳤다 한다고 치더라도, 조중동 신문들이 연일 지면을 쏟아내며 찬성 주장을 펼쳤고,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조중동의 기사와 칼럼이 게재 되어 2차 유통되기도 했다. 즉, 매체 간 다양성인 외적다양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의견이 치우쳤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측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논리학에서 흔히 인용되는 비유로서, 누군가 나에게 도둑이라는 혐의를 씌우려면 혐의를 씌우는 사람이 내가 도둑이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역으로 나에게 너가 도둑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지 못한다면 너는 도둑이라는 식의 주장을 한다면, 이는 심각한 논리적인 오류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 먼저 명명한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고 논리다.

또한, 여측 위원들은 법과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전문적이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정책입안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그렇다면 여측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할 것인지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태까지 시간이 없다며 공청회 횟수를 조정하고, 부산 공청회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여론수렴을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여론을 수렴할 것인지에 대한 일말의 논의와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만을 일삼으며 합당한 반대의 이유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여론조사에 대한 여야 3당 간사의 합의가 중요하다던 애초의 주장에서 한나라당 측은 최종적으로도 나경원 의원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언론인터뷰처럼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이날 회의에서 전했을 뿐인데, 이처럼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해 준 정당에 정파적이고 정략적인 태도로 나오기 때문에라도, 양문석 위원이 제안했던 위원회 활동 이후 일정 기간 미디어 관련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당장이라도 밝혀야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거부, 실태조사는 OK 했는데 야측이 거부했다?

▲ 지난 15일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전체회의 ⓒ공공미디어연구소
이날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여측은 법과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는 반대하며, 실태조사는 운영소위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황근 위원은 이날 저녁부터 언론 인터뷰에서 야측이 실태조사마저 거부했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민위원회 논의 중 핵심은 여론다양성, 지배력에 대한 문제였고, 전체회의와 분과회의에서 관련한 데이터를 두고 논의를 했지만, 데이터 결과가 상호 모순되는 점이 많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야당 측 강혜란 위원이 조사위원회를 별도로 꾸리자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그리고 15일 전체회의에서도 실태조사에 대한 문제는 여당 측 위원들이 여론조사를 거부하며 제안했던 것이기 때문에, 야측에서도 내부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는 것으로 거부가 아닌 유보상황이었다. 따라서 황근 위원이 마치 이것을 자신들이 제안했음에도 여측에서 거부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또한, 실태조사에는 찬성하되 여론조사는 반대한다는 여측의 주장은 조사의 방법에 대한 무지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데이터를 가져가겠다는 식의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언론재단 등에서 조사하는 미디어영향력과 이용실태조사 역시도 일정한 응답자 표본을 설정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 방식이 마치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는 여측의 주장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간의 조사결과를 보면 여론영향력과 지배력 부분에서 지상파방송이 신문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것도 조사하려는 매체의 모집단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여하튼  여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만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러한 조사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정략적인 발상과 주장만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위는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반영하기 위해 구성된 만큼,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국민 의견을 반영할 것인가를 머리맡대고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애시당초 하지 않겠다고 결론 내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반영하지 않으려고 애쓴 여측 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시민사회가 경고하건데, 능력이 없으면 스스로 물러나고 더 높은 곳으로 영전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라면 시민사회가 그때가 오기 전에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 줄 것이다. 합리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숙의해서 국민위원회가 끝까지 파행 없이, 그야말로 국민의 위원회가 되어줄 것이라 마지막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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