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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첫 방송…이요원·고현정 ‘여성사극’ 계보 잇는다

5000년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을 다룬 드라마가 나온다. 〈내조의 여왕〉 후속으로 오는 25일부터 방송될 MBC 창사 48주년 특별기회 〈선덕여왕〉(극본 김영현·박상연, 연출 박홍균·김근홍)이 지난 14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2년여의 기획기간을 거친 〈선덕여왕〉은 국내 최초로 신라를 본격적으로 다룬 역사 드라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왕의 자리에 공주의 신분으로 도전해 신라 제27대 임금이 된 선덕여왕의 성장과 성공을 그린다. 이재갑 MBC 제작본부장은 “다른 사극과는 달리 권력 투쟁의 양상보다 훌륭한 인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릴 것”이라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진정한 지도자의 힘,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천추태후·자명고 잇는 여성사극…쟁쟁한 제작진

▲ MBC '선덕여왕'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박예진, 이요원, 고현정, 엄태웅 ⓒMBC
〈선덕여왕〉은 〈천추태후〉, 〈자명고〉 등 최근 ‘대세’를 이루고 있는 여성사극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그러나 야심차게 시작한 SBS 〈자명고〉는 한자리수 시청률로 부진을 보이며 조기종영설에 시달리고 있다. KBS 〈천추태후〉는 시청률 10% 중반대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같은 기존의 KBS 대하사극만한 명성은 못된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선덕여왕〉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타이틀롤을 맡은 이요원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사극이 많이 나와 개인적으로 좋다”면서도 “우리 드라마는 선덕여왕이 미실을 동경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 과정에서 세세한 에피소드들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덕여왕〉이 조금 특별한 ‘여성사극’이 될 것으로 기대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김영현 작가 때문이다. 김영현 작가는 앞서 〈대장금〉을 통해 당시 사극에서 흔치 않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역사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로서 뛰어난 필력을 선보인 바 있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는 〈대장금〉, 〈이산〉 등 사극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김근홍 PD와 〈뉴하트〉의 박홍균 PD가 공동 연출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더하고 있다.

출연진도 쟁쟁하다. 선덕여왕(덕만공주) 역을 맡은 이요원을 포함해 고현정, 엄태웅, 박예진 등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에 대적하는 미실 역으로 사극에 처음 도전하며, 엄태웅은 신라의 명장 김유신 장군으로, 박예진은 덕만공주의 쌍둥이 자매인 천명공주로 출연한다. 미실 역할을 탐냈다는 고현정은 “이렇게 큰 대작에서 색깔이 분명한 역할을 맡은 게 저로선 더 이로운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일정한 리듬과 박자가 있던 기존의 연기 틀을 하나씩 깨면서 연기하고 있어 아주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비 절반 ‘미술’에 투입…화려한 영상 압도

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드라마는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촬영의 많은 부분이 이뤄진다. 이를 위해 MBC는 지난해 12월 경주시 등과 〈선덕여왕〉 제작 지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무려 2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는 MBC 200억, 경주시 20억, 신라밀레니엄파크 20억, 경상북도 10억원 등의 투자로 이뤄졌다.

경상북도와 경주시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박홍균 PD는 “신라 시대를 처음으로 다루는 만큼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역사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MBC 대하사극 '선덕여왕'의 제작발표회가 지난 14일 경북 경주시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MBC
신라시대 미술은 화려하고 섬세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선덕여왕은 신라에서도 가장 많은 문화 유적을 남긴 왕 중 한 명이다. 때문에 미술과 영상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 제작진은 제작비의 절반에 가까운 120억원 가량을 미술 부문에 투자해 신라시대 화려한 미술을 재현하고 있다.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공개된 20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은 제작진이 의상과 미술 등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경기도 용인, 경상북도 경주 등 곳곳에 세트도 만들어졌다. 용인의 세트에는 대형 연무장, 침전, 공주궁, 대나무 숲, 포석정 등 20여개 동이 건축됐고, 면적 5520㎡에 달하는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내 세트에는 미실궁과 김유신 화랑산채, 원형 연무장 등이 세워졌다. 또 지난 2월에는 중국 사막지역인 은천과 둔황일대 등에서 촬영을 진행해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예고하고 있다.

신라시대의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선덕여왕〉은 오는 25일 밤 9시 55분 첫 방송된다.

▲ 선덕여왕을 지지하는 세력. 왼쪽부터 선덕여왕(이요원), 천명공주(박예진), 김유신(엄태웅), 진평왕(조민기) ⓒMBC
선덕여왕을 지지하는 세력은 덕만의 아버지인 진평왕(조민기), 쌍둥이 언니인 천명공주(박예진), 김유신(엄태웅), 김춘추(유승호) 등이다. 반대로 선덕여왕에 대적해 미실을 지지하는 세력은 그녀의 남편인 세종(독고영재), 남동생 미생(정웅인), 정부 설원(전노민), 숨겨둔 아들 비담(김남길) 등이다.

선덕여왕이 인화를 강조하는 반면, 미실은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밀리느냐 이기느냐의 경쟁에서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들이 펼치는 숨 막히는 정치적 대결과 사람을 얻어가는 과정은 리더십에 대한 역사적 교훈이 될 수도 있고 오늘날에 비추어 시사하는 의미도 남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실을 지지하는 세력. 왼쪽부터 미실(고현정), 세종(독고영재), 미생(정웅인), 설원(전노민) ⓒMBC
많은 인물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는 ‘악역’ 미실이다. 미실은 화랑세기에서도 언급된 신라 시대 권력자로 뛰어난 미모와 색공술을 무기로 왕들과 화랑들을 휘어잡았던 여걸이자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2005년 출판된 김별아의 베스트소설 ‘미실’로도 잘 알려졌다.

고현정은 미실 역에 대해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남편도 많았고, 왕을 많이 섬겼다는 것만 회자되는 게 한편으로 아쉬웠다”면서 “성골의 신분을 타고나진 못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황후의 자리에 올라가려는 처절하면서도 고독한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연 작가는 “미실은 명불허전의 인물이다. 따라서 덕만공주와 김유신, 김춘추 등이 미실이라는 엄청난 인물을 어떻게 쓰러뜨릴 것인가가 드라마 초·중반의 목표가 될 것”이라며 “그 부분이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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