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공영 多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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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1공영 多민영’ 미디어렙 체제 도입 착수
한선교 의원 등,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송법 개정안 발의…6월 처리 밀어붙이나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5.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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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개의 방송사로 하여금 1개 이상의 미디어렙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18일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이하 코바코)의 독점적인 지상파방송 광고판매 대행 업무에 대해 헌법 불합치 선고를 내림에 따라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과 관련한 입법을 마무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방송광고제도 변화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방송사들이 각각의 장단점을 따지며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6월 국회를 앞두고 ‘1공영 다(多)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공식화한 여당의 법안은 일련의 모든 논의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SBS 미디어렙 출현 가능성= 한선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현재 KOBACO와 그 출자회사에 한해서 지상파방송의 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범위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허가한 사업자로 확대했다. 또 KBS와 EBS 등의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을 위해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한국방송광고대행공사를 설립토록 했다.

▲ 지난 3월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광고판매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또한 개정안은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최대 소유 지분을 51%로 제한하고, 다른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의 논란과 함께 불거지고 있는 공영방송 민영화 논란 속 SBS뿐 아니라 MBC도 각각 지분의 51%를 소유한 자회사로서의 미디어렙을 등장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사실상 ‘1공영 다(多)민영’ 민영 미디어렙 체제로의 변화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밖에도 법안은 종교·지역방송 등 광고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 등 방송광고의 균형발전과 광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근거조항을 신설하고, 방송광고대행공사에 방송광고균형발전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법에 이어 또 의견수렴 생략?= 한 의원 등이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방송가 안팎은 벌써부터 시끄럽다. 우선 법안 발의까지 공개적인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는 18일 오후 성명을 발표하고 “한 나라의 미디어 산업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어떻게 아무런 여론 수렴 과정 없이 밀실에서 결정, 발의할 수 있냐”며 “6월 국회를 겨냥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종교계, 지역 등 다양한 계층과 시·청취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토론회·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 3사의 의견도 여전히 조율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민주당에서 미디어렙 관련 논의를 총괄, 진행하고 있는 최문순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KBS와 SBS는 각각 ‘1공영 1민영’(허가제), ‘1공영 다민영’(등록제→신고제) 체제를 주장했다.

이들 방송사는 또 미디어렙 소유구조에 대해서도 방송사·대기업·광고기획사 지분 참여를 일정 비율로 제한할 것과 방송사의 지분 참여를 보장(최대주주의 지분은 51% 이상)하되 대기업·광고기획사·공적재원의 지분 참여는 금지하자는 등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한 의원이 지난 11일 법안를 앞두고 자당 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6월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위함으로 해석되는데, 그보다 더 중한 것이 이해 당사자인 언론계와 시청자들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냐”고 아쉬움을 전했다.

■취약매체 연계판매제도 실종= 언론노조는 또한 “한 의원의 법안을 보면 방송법인지 방송광고판매법인지 모를 정도로 방송광고판매에 대해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정을 담고 있다”며 “현재의 방송법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면 그 사안에 대해서만 법을 개정하고 나머지는 별도의 법률로 가는 게 맞다. 본회의 통과의 편의성을 위해 한꺼번에 모든 것을 규정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광고취약매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름 뿐인 방송광고균형발전심의위를 만들어 30%로 줄어든 방송발전기금으로 도대체 누구를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용인한 취약매체 연계판매제도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언론 공공성·공익성·다양성 훼손 등을 우려했다.

지역방송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한선교 의원의 이번 개정안은 지역을 지역의 잣대가 아닌 산업의 잣대로만 재단하며 굴욕적인 생존만을 강요하는 개악”이라고 비판하면서 “미디어렙을 통해서 자본과 중앙의 지배를 받게 될 지역방송이, 어떻게 지역의 의견을 대변하고, 어떻게 서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이에 앞서 KBS와 SBS는 취약매체 지원과 관련해 지역방송에 대한 한시적인 방송발전기금 지원, 광고주가 선택할 수 있는 패키지 형식의 선택적 연계판매 허용 등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난달 14일 토론회에서 허가제를 기본으로 한 ‘1공영 1민영’의 제한경쟁체제를 제안하면서, 공·민영 미디어렙의 차이는 소유구조에만 두자고 주장했다. 공·민영 미디어렙 구분 없이 지상파 전체의 방송광고 판매를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또 종교·지역방송과 관련해 법안에 ‘강제 위탁되는 광고매출에서 상위 3개 방송사업자의 방송광고 매출의 합이 9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 사실상 강제위탁 되는 방송광고 매출의 10%를 연계판매 하도록 강제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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