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위 ‘파행’ 조짐…6월 입법전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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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위 ‘파행’ 조짐…6월 입법전쟁 신호탄
‘여론조사’ 놓고 여야 이견…민주당 “표결처리 반대, 재협상해야”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5.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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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 그리고 지난 2월 임시국회에 이은 제3차 입법전쟁의 신호탄이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의원들뿐 아니라 새로 출범한 민주당 원내 지도부까지도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 의견의 입법 반영이 전제되지 않는 한 6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을 표결처리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섰다. 여당이 끝까지 여론조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판을 깰 수도 있음을 사전 경고한 것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한나라당의 4·29 재보선 참패는 국민을 무시한 일방적 국정운영이 원인”이라면서 청와대를 향해 언론관계법 개정 철회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도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6월 임시국회에서의 언론관계법 표결처리’ 합의는 여당에 의해 원천 파기되는 것인 만큼,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15일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전체회의 ⓒ공공미디어연구소
민주당 문방위원들도 같은 날 공동명의로 성명을 발표, 한나라당과 이들이 추천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 위원들이 여론조사를 거부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여당이 미디어위를 언론관계법 강행처리를 위한 시간 때우기용, 구색 맞추기용, 명분 쌓기용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명약관화해졌다”면서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의견의 입법 반영이 전제되지 않은 언론관계법은 의미가 없다. 여론조사 거부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 의견의 직접 수렴을 주장하는 까닭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이 방송·언론 구조의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부르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여야는 언론관계법의 6월 국회 처리를 합의하면서 100일 동안의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추천 미디어위 위원들이 지난 4월부터 신·방 겸영 허용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여론독과점 실태 조사와 함께 국민 여론조사 실시를 주장하는 데 대해,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을 일반 국민에게 물을 수 없다”(김우룡 위원장), “언론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도 (언론관계법의)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무리”(윤석홍 위원) 등의 논리로 반대해 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윤상현 대변인은 지난 17일 현안 브리핑에서 “여론조사로 입법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당 측 문방위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지난 12일 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는 맹점이나 허구성이 있기에 여론수렴 방법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각계각층 대표로 (미디어위라는) 자문기구를 구성한 만큼 그들이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에서 결국 ‘소통’이 아닌 ‘불통(不通)’의 의지만을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연말연초 한나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한 80% 가까운 반대 여론을 접하며 ‘홍보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설 연휴 기간 동 5억 원을 투입, 언론관계법 개정을 주제로 한 홍보물 100만부를 제작·배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밖에도 한나라당은 버스·지하철에 ‘언론법 개정=일자리 창출’ 등의 홍보물을 부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 13일 미디어위 춘천 지역공청회에 참석한 방청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를, 88%가 신문의 지상파방송 소유를 반대하는 등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전했다.

한나라당 문방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6월 국회에서의 표결처리를 합의한 만큼 이를 지키는 게 의회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이 여론조사를 이유로 재협상을 주장, 국회를 마비시킬 경우 여당으로서 그쪽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인 반면, 그렇다고 여론조사를 수용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여당이 언론관계법 개정을 추진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의 상당수가 부정적이었던 상황을 고려, 여론조사를 통해 이를 다시 한 번 확인, 반대 동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민주당의 계산이 가능한 배경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미디어위 차원의 여론조사를 촉구하되, 여당 추천 위원들이 끝까지 수용하지 않을 경우 6월 국회 개회와 동시에 문방위 차원의 여론조사를 주장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끝까지 거부할 경우 현업 언론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와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6월 임시국회에서의 ‘대충돌’이 하루가 다르게 가시화하자 고민에 빠진 쪽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요청으로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한 것이고 미디어위도 구성한 만큼 지금 와서 사정변경 운운하는 것은 정당의 신뢰를 기본적으로 없애는 것”(홍준표 원내대표), “언론관계법 6월 처리는 원내교섭단체 3당 모두가 합의한 내용”(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6월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편, 여당 추천 미디어위 위원들은 언론관계법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대신 언론수용 행태조사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측은 여론독과점 지표 개발·실태조사와 함께 여론조사 역시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문제로 미디어위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될 경우, 6월 국회 역시 대회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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