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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지난 3월 한 공영방송사에서 자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타 방송사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하였습니다. 상대 방송사 보도국의 비리에 대한 보도로 저녁 9시 뉴스와 이튿날 아침뉴스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이 보도는 상대 방송사의 일부 간부들로 구성된 단체가 자사 보도본부 내의 각종 비리의혹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 것으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덧붙였습니다.

물론 상대 방송사에서는 방송내용을 강하게 부정하고 그러한 보도에 대해 크게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허위 주장이 담긴 일방적인 성명서를 최소한의 사실 확인 절차도 없이 인용 보도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 안건을 논의한 방송심의소위원회는 특정 단체 등의 성명서를 인용 보도하더라도 그 내용이 정치적이거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아닌, 개인적인 비리 의혹에 대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면 최소한의 사실 확인 절차와 함께 반대쪽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나 주장도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의결했습니다.

그리고 보도의 대상이 경쟁 방송사에 관한 사항이었다면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사실을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지 않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 조직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보도의 내용이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요. 타 방송사의 비리에 대해 보도하면서 취재원이 상대 방송사 내부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보도윤리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특히 그것이 파렴치한 내용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러한 취재보도는 이미 뉴스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카더라 통신’의 한 유형입니다.

명예훼손으로 분쟁이 진행 중인 보도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의 경우,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인용 보도한 것이니 기자 본인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판례는 언론의 ‘사실 확인 의무’ 이행에 대해 강조하는 추세로, “OOO에 의하면 OOOO이라고 했습니다”류의 기사 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보도에 최소한의 장치를 요구하여 취재와 보도에 대한 최종의 책임이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지요.

▲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원로 언론인들의 자서전을 보노라면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취재기가 화려한 무용담으로 포장되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고백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해 취재환경이나 방식은 점점 제한적으로 한계 지우고 언론인에게 부과되는 책임과 의무의 크기만 갈수록 더 커져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바로 서는 것이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가장 빠른 길이니 함께 그 길을 가자 청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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