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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출, 예술과 악수한 리얼리티

|contsmark0|대다수 영화배우들은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것을 약간은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다. 영화와 텔레비전에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자신을 탤런트가 아닌 배우로 소개해 주기를 바라고 스스로도 그렇게 소개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텔레비전은 영화보다 덜 예술적이고 덜 세련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예술적인 속성에 가까운 텔레비전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다. 어쩌면 앞으로는 예술적인 경지에 이르러야만 지상파 방송에서 살아남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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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kbs <가을 동화>(연출 윤석호)가 확보한 예술이라는 말은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바, 매력 있는 시각적 자극이라는 뜻의 물리적이고도 속어적인 의미와 오늘을 사는 동시대인으로 하여금 사유케 하는 삶의 진실이라는 관념적이고 고상한 의미 두 가지다. <가을 동화>는 예술의 의미의 제1의(意) 즉, 시원하고 아름다운 구도를 가진 화면과 제2의(意), 한 인간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동정과 감정이입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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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6|기존의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여백이 많은 샷(하늘을 많이 담은 폐교, 바닷가 샷)과 클로즈업 샷과 롱 풀 샷의 끊임없는 교섭(주로 바닷가 장면), 실루엣이 강조된 인물 샷 등은 시청자를 안방에서 영화관으로 인도할 만큼 시원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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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3|영화같은 장면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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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8|적절한 부감샷의 사용(태석의 집 현관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앵글은 생경하고 신비한 태석의 지위와 위치를 설명하는 듯),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창가에서 유리창을 닦는 준서와 은서의 등을 마주 한 구도와 손끝의 떨림을 포착해내는), 준서가 교통사고로 죽는 모습을 형상화한 실루엣(그 사이에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수많은 스틸화면을 끼우는 재치까지) 등은 드라마의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흐름과 화면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진행되어야 할 연출의 줄기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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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프로그램 어느 화면이든 화면 분할이나 구도가 일관된 수준에 닿아있다. 잘 위치된 오브제는 의미를 생성하고, 이 의미들이 선택되고 배열되면서 화면이 이야기를 한다. 화면의 구도나 앵글, 질감은 이야기구조나 연기력 못지 않게 드라마를 끌고가는 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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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4|화면의 구도나 앵글에 빛을 더한 것이 조명의 적절한 사용이다. 조명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하다는 것은 외국에서 찍어온 인터뷰 화면의 질감이 우리의 것과는 다르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가을 동화>의 자연광과 한 톤 낮은 조명은 드라마의 질감과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담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황혼이 지는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잡은 바스트 샷은 주인공의 대사보다 아름다운 화면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스토리에의 몰입을 방해하고 픽션임을 드러내는 기제로 작용하는 한 톤 높은 얼굴조명을 <가을 동화>에서는 찾기 어렵다. <가을 동화>의 주인공들이 받는 한 톤 낮은 조명은 시청자로 하여금 “그래 이건 드라마야. 하지만 너무나 그럴 듯해”라는 생각을 줄만큼 절제되어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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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3|절제된 조명 사용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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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8|텔레비전의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특정직종의 전문지식이 무색할 만큼 상식화된 마당에 드라마를 현실로 믿는 시청자가 어디 있을까? 시청자는 드라마라는 것이 픽션임을 알고 있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을 속여 줄만큼 그럴 듯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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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1|자제된 조명사용의 극치는 저녁 바닷가 신. 주인공들의 얼굴이 어둠에 묻혀 어렴풋하게만 보이고 어둠의 색깔이 그대로 살아나도록 조명은 낮은 포복을 계속했다. 처음에 어두워 보이는 화면은 곧 시청자를 그 실재하는 어둠으로 끌어들였다. 역광 조명으로 인물의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또한 아름다운 화면이 주는 즐거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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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4|이 드라마의 미덕은 드라마의 줄기가 아름답고 예쁜 그림에만 함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생의 굴곡과 빛과 그림자를 어느 것 하나 외면하지 않고 담아내고 있다. 장터의 남루한 식당, 어촌 구멍가게의 삶, 자녀가 바뀐 것을 알고 다시 돌려지는 운명의 음험함까지 똑바로 바라본다. 삶의 그림자도 놓치지 않고 정면대결하고 있고 그 리얼리티를 통해 오히려 화면의 아름다움이 가질 수 있는 ‘비현실적일 수 있는 허무함’을 덮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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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7|<가을 동화>라는 드라마의 성공이 물론 화면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을 동화>가 시청자를 처음으로 끌어들인 어린 연기자의 열연, 송승헌 송혜교의 이미지와 아우라,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를 열연한 김해숙, 선우은숙의 혼신의 연기, 최근의 드라마가 우려먹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극악스런 도시생활에서의 성공과 뻔한 삼각관계 아니면 불륜이라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동화라는 양식으로 대중의 원초적인 호기심과 불안감에 의문을 잘 던지고 잘 받아낸 대본의 역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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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50|하지만, <가을 동화>를 다른 드라마와 구별짓는 것은 화면의 의미발생과정과 그 의미의 선택과 배열이 드라마의 줄거리를 만들어 갔다는 점이다. 이는 윤석호라는 작가에의 오마주를 넘어서 드라마, 텔레비전, 대중문화를 보는 시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텔레비전을 둘러싼 예술과 일상에 대한 논쟁뿐만 아니라, 우리가 숨쉬는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를 호명하는 계기로서 <가을 동화>는 제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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