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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투고

방송위원회 제재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
초자연적이면 비과학적인가
민중적 정서·서민들의 신비체험을 특정 종교 기준으로 매도
권문혁 < MBC 교양제작국 >
l승인1997.05.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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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최근 소재선택과 접근방식에 있어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와 마찰을 빚었던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 (이하 이야기속으로 )가 지난 21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제작책임자 및 연출자 징계’ 명령을 받았다. 미신적인 이야기를 실제 상황인 것으로 묘사하는 내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반복해 방송하여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고, 시청자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었다는 것이 그 제재이유였다.그러나 이야기속으로 제작진은 방송위의 심의제도와 제재절차, 제재이유에 대해 전면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과학지식이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한다는 방송위의 제재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다. 이야기속으로 제작진은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한편 이야기속으로 제작진 중 권문혁 pd가 연합회보에 방송위 심의제재 전반에 관한 제작진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투고해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contsmark1|자신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이유로든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실로 프로듀서에겐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할 수 없는 애착과 그에 해당하는 고생을 감내하고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세상의 일각에 의해 경멸당하고 폄하되는 일은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또한 프로듀서가 이처럼 자기만족과 자기도취에 빠져 있기만 하다고 또 누가 문제 삼는다해도 이를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프로듀서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나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최대한 따져보고 이렇게 저렇게 겨냥하고 궁리하고 시간과 조건이 허락하는 한까지 이에 대한 결론을 마치고 세상에 내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에 따른 영향에 대해 프로듀서로서의 윤리적·도덕적 판단이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제도적인 보완절차에 따라 검증되고 심의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 필자를 포함한 mbc 교양제작국의 프로듀서 5명이 제작하는 이야기속으로 에 내려진 방송위원회의 제재는 우리 프로듀서들에게 매우 큰 충격과 놀라움을 주고 있다.방송위원회는 그동안 자체내의 자문적 성격의 기구인 보도교양심의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이야기속으로 에 대해 5차례의 경고와 그리고 급기야 해당 방송순서의 책임자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명령했다. 이를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올 1월에서 4월까지 세 차례의 경고를 했고 다시 지난 5월 21일에는 5월 2일 방영분에 대해 ‘징계명령’을 내리면서 그 이전에 방영되었던 (3월 28일, 4월 11일) 프로그램에 대해서까지 소급해서 다시 함께 경고를 내렸다. 그래서 경고가 모두 5번에 ‘징계’까지 받게 된 것이다.이와 같은 방송위원회의 조치에 대해 5명의 프로듀서들은 우선 그 제재의 이유를 분명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거나 번복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 보았다. 즉 재심의 절차를 밟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방송법에는 이같은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도대체 방송위원회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든지 방송위원회가 전지전능하지 않고서야 제작진이 인정할 수 없는 심의결과에 대해 재론의 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는지 제작진은 우선 여기에서부터 울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방송위원회의 판단이 만에 하나라도 틀릴 경우라면 제재를 당하는 프로그램과 제작자들은 이유도 없이 (혹은 안해도 되거나, 해서는 안되는) 사과방송을 해야 하고, 징계를 받고, 연출정지를 당해야 하는 이 모순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현재 방송심의규정에 명시된 바 재심의가 가능한 것은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 뿐이다. 그 이외에는 모두 방송위원회의 판정에 무조건 승복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통해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의 프로그램과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는 프로듀서라면 방송위원회가 알아서 검증하고 심의하고 제재한 것을 (인정하든, 하지않든) 다시 방송과는 무관한 법정에까지 가서 시시비비를 가릴 이유가 추호도 없다. (또 현재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조금의 시간과 노력이라도 더 기울이는 일이 마땅한데 어느 바보같은 프로듀서가 그와 같은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할 것인가)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방송계 내부에서 방송위의 심의와 제재를 재론하거나 검증할 아무런 제도적 장치나 보완절차도 결여되어 있는 형편이다.다음으로 우리는 아무리 우리가 확신하는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많은 시청자와 방송학자,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과 관련되는 전문가, 그리고 방송관련 인사들이 모두 한결같이 이야기속으로 는 시청자들과 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이 명백하므로 벌을 받으라고 합의한다면 달게 벌을 받을 용의가 있었다. 제작진은 그럴 경우 눈물을 머금고 징계도 받을 수 있으며 사과방송이나 연출을 중지당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우리들은 이번 방송위의 결정이 오로지 몇 명의 방송심의위원들에 의해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점에 특히 고통과 좌절감을 느꼈다. 만약 방송위의 제재사유가 그동안 흔히 적용된 심의규정에 따른 것이었다면(예를 들어 건전한 가족윤리를 침해했다든지-불륜, 중요한 신체부위를 노출시켰다든지-선정성 등등) 그것은 늘 하던 바이니까 일단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그와 같은 사례라도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경우는 아닐 것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리의 심의규정이 너무나 보수적이고 경직되었으며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국사회의 이중성 때문에 방송은 언제나 이리저리 터질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매일 방송을 때려도 우리 사회가 결코 더 도덕적이 되거나 건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방송이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며 또 방송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야기속으로 가 심의에 저촉된 것은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했다는 조항 때문인데, 이 조항은 그동안 빈번하게 적용되지도 않았고 ‘징계’에까지 이른 경우는 우리가 아는 바로는 없었다. 그런만큼 앞으로 중요한 선례가 될 사례라면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가.정말 우리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했는지 아니면 비과학적,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그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계기와 전기를 마련했는지는 심도있는 논의와 신중한 검증을 통한 확인이 필요했다. 더구나 이번 방송위의 심의과정에는 특정 종교단체(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tv모니터팀)의 활동이 개입되었다는 징후가 발견되고 있어 우리는 방송위의 판정이 더욱 불공정하고 졸속적이었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방송위는 지난 5월 15일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요청하는 공문에 아예 이 단체로부터 시청자불만이 접수되었다는 사실을 명기하고 ‘시청자 불만 처리에 관한 사항’에는 사단법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의 시청자 불만내용을 검토한 후 이를 심의위에 상정심의토록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물론 시청자의 불만은 방송위가 성실하게 접수, 처리, 조치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특정 종교의 색채가 뚜렷한 단체의 모니터내용이 방송위 심의에 너무 충실하게 반영되었다는 점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견진술이라는 형식절차가 1시간도 채 안되는 동안 진행된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한 종교단체의 요구와 관련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우리 프로그램에 가해진 제재에서 문제로 지적된 내용이 이 단체가 프로그램 제작진에 직접 보내온 항의공문에 담긴 내용과 일치하는 점도 참으로 기이하게 여겨진다. 심지어 문구나 자구까지 똑같은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많은 종교가 공존하고 각 종교별로도 하고 많은 단체가 있는데 특별히 한 단체만의 모니터와 시청자불만이 그토록 온전하게 방송위의 제재에 반영될 수 있단 말인가.현재 이야기속으로 의 제작진들은 지금까지의 방송위의 제재로 인해 제작의욕은 꺾이고 심한 좌절감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동안 우리 프로그램은 방송위의 일반권고에 따라 무속인도 출연시키지 않았으며 굿과 같은 무속행위는 내용전개에서 필연적인 경우라도 제외시켜 왔다. 그러나 지금은 무속인은 인권도 없는 것인지, 소중한 우리 민속이자 전통문화유산인 굿이 과연 비과학적이며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tv에 소개되면 안되는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우리 프로그램은 결코 미신적인 이야기를 실제상황인 것으로 묘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실제의 체험을(개인이 아닌 가족, 마을 단위의 공동체험) 이야기 형식으로 전해왔다. 방송위는 다큐멘터리 장르까지 문제삼고 있는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 자체가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확대 재편되는 것이며 최소한 재연과 인터뷰가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기법의 하나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더구나 이땅의 신비한 이야기나 귀신이 등장하는 소재는 모두 비과학적이고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처사가 체험자들의 증언을 확인하고 이루어졌는지, 그 같은 단정이 과연 외국의 제작물에도 적용될 것인지, 또 그러한 단정이 분명히 실체로 존재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무조건 수면하에 덮어둠으로써 정말 과학적 규명이나 과학적 접근을 가로막는 진정으로 ‘비과학적 자세’는 아닌지 묻고 싶다. 우리 제작진은 오히려 이야기 속으로 를 사랑하는 시청자들로부터(pc통신 등) 기독교 단체의 문제제기와 항의가 부당하다는 격려와 지원을 받아왔으며, 이번 방송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들을 전해듣고 있다.도대체 한국인의 민중적 정서에 기반한 서민들의 신비체험을 한심하게 여기는 근거는 정말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거기에다 우리 시청자들의 수준이 이야기속으로 를 시청하고 나서 비과학적 인식에 빠질 만큼 우매하고 무지몽매하다는 전제는 어떻게 해서 가능했는지 명확한 자료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막연한 추측이나 예단으로 한 프로그램의 명예와 신뢰도를 함부로 훼손할 수는 없는 법이다.그러한 전제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 제작진은 결코 이야기속으로 가 오늘날의 현명한 시청자들에게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했다는 방송위의 판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제작진은 아직도 방송위가 시청자들의 인식의 지평을 제한한 한국의 토속적 신비체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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