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누가 그를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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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누가 그를 죽였는가?
[풀뿌리닷컴] 김욱한 포항MBC PD
  • 김욱한 포항MBC PD
  • 승인 2009.05.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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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눕는 불면의 긴 밤이었으리라. 이른 새벽 컴퓨터를 마주하고 14줄의 짧은 글을 남기며 그는 폭풍 같았던 63년의 삶을 그렇게 정리하고 있었으리라. 두 어깨에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의 언덕을 올랐던 예수처럼 그도 가족과 지인과 지지자들과 한국의 역사를 노구의 어깨에 메고 허위허위 봉화산을 올랐으리라.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고 품어준 정겨운 고향 마을의 풍경과 발아래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도 그의 결심을 돌리진 못했을테고….

그렇게 그는 세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

누구였을까? 그의 등을 떠민 이들은….
고백컨대 나도 그의 죽음에 때론 적극적으로 때론 소극적으로 동조하고 방조해 온 공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죽음으로 항거하기 전까지 나는 몰랐었다. 내가 그를 예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과 또 그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희망을 던져 주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는 것도….

▲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인간 ‘노무현’이 우리들의 단기 기억 속에서만 명멸해간 것은 왜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는 틀은 기억의 영역이 아니라 최면과 각성의 영역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그를 잊었다거나 그가 보여준 신념과 행동을 잊었다는 것이 아니라, 잊은 것처럼 행동하도록 스스로를 최면시키는 날들이 짧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비이성적인 집단 따돌림이 그의 재임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져왔던 것은 아닐까? 그를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는 우스개 소리부터, 이른바 명문대 출신 먹물들의 한수 가르치기까지 좌와 우를 넘어서는 일치된 왕따가 저질러져 왔던 것은 아닐까?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는 과정이 극적이고도 급격했던 만큼,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조롱과 냉소의 동네북이 되는 과정도 순식간이었음을 기억하자. 이런 전면적이고 전복적인 이미지의 변화는 단순히 몇몇 언론에 의해서 주도되고 관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전 부분에서 저질러진 소수자에 대한 무시 혹은 비주류에 대한 겁박이 노무현이라는 포커스로 모아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보수측의 공격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진보측의 공격은 하나의 사회적 유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세련되고(?) 선명한 진보의 사상을 모르는 철없는 소시민주의자들의 얼치기 열정에서 나온 유아기적 지지쯤으로 치부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고, 당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간 ‘노무현’이든 정치인 ‘노무현’이든 그는 모든 국민들에게 철지난 유행처럼 어서 빨리 버려야할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무리에 속해 있었음을 고백하고 반성한다. 분명 현실 정치 속에서 그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버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는 모든 것을 다 아는 표정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너무도 간단히 요약 정리해 왔었다. 내게 그의 죽음이 더 안타깝고 죄스러운 이유다.

▲ 김욱한 포항MBC PD
누가 그를 산으로 내몰았고, 또 낭떠러지로 떠밀었는지 다시 한 번 물어본다. 이 답을 구하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고민과 숙제는 아마도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할 것 같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이 가장 매몰차게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집 뒷산을 택한 것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모욕을 주던 파파라치 같은 검찰과 언론의 비열하고 관음적인 시선에 대한 항거의 몸짓으로 읽힌다. 정치적 살인에 이은 인격적 살인, 그리고 결국은 육체적 자살로까지 이어진 이 비극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리고 이 비극은 어떤 결말로 치달을 것인가? 최고의 자리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몸을 던진 그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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