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아는 단순한 상식 외쳤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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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아는 단순한 상식 외쳤을 뿐”
[인터뷰] 복직한 임장혁 YTN <돌발영상> 팀장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9.05.2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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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언론가에서 해직, 정직, 구속된 언론인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현실은 여전히 씁쓸하지만, 돌아오는 얼굴은 반갑다. <PD저널>은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을 벌이다 징계를 받고 복귀하는 기자와 PD 3명을 만났다. KBS 사장 교체시기에 이사회 방해 등으로 각각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오는 29일 복귀하는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와 김현석 대변인, ‘구본홍 사장 반대운동’으로 정직 6개월을 받고 지난달 7일 업무에 복귀한 임장혁 YTN 기자를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24시간 보도전문 채널 YTN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2003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돌발영상〉이다. 방송되지 못하고 버려진 수십 개의 테이프를 보고 만든 1분 30초짜리 영상은 신선했고, 당시엔 꽤 큰 충격이었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돌발 발언, 행동, 뒷얘기들이 짧은 영상 안에 담겼고, 그 속에 녹아있는 위트와 풍자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이후 〈돌발영상〉은 YTN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됐다.

〈돌발영상〉은 그러나 지난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과정에서 잠시 중단되는 운명을 맞았다. 당시 사측은 조합원 33명을 징계하면서 〈돌발영상〉 정유신 PD에게 해고를, 임장혁 팀장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제작진 3명 가운데 2명이 징계를 받으면서 지난해 10월 8일 이후 〈돌발영상〉은 방송을 이어가지 못했다.

▲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PD저널

그렇게 6개월. 정직됐던 임장혁 팀장이 복귀하면서 〈돌발영상〉도 부활했다. 물론 복귀 과정에서 임 팀장이 〈돌발영상〉이 아닌 사회1부로 발령 나 진통도 있었지만, 임 팀장이 〈돌발영상〉 제작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결국 지난 달 20일 이후 방송이 다시 시작됐다.

방송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임 팀장은 “아직 심적으로 안정된 상태는 아니”라며 “예전처럼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해고된 기자 6명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고자 6명 가운데 〈돌발영상〉을 함께 제작했던 정유신 PD가 포함돼 있어 임 팀장의 마음은 더 무겁다. 그는 “정유신 PD가 복귀해야 〈돌발영상〉이 완벽하게 부활하는 것”이라며 “내가 돌아왔지만 우리 팀원들조차 아직 뭔가 허전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무려 259일. “대선 후보 특보 출신은 방송사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상식”을 외쳐온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다. 임 팀장은 “우리가 처음 싸우게 된 건 거창한 이념이나 선악을 말하고자 한 게 아니”라며 “공정방송이라는, 방송인으로서 단순한 상식을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단순한 문제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뭉칠 수 있었겠죠. 처음에는 단순한 상식을 외쳤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이익이 있을 수 있겠다고 느꼈고, 단순한 상식을 외치는 것에도 불이익을 주려 한다면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임 팀장은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6개월 동안 마이크를 빼앗겼고,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경찰에 체포되는 상황까지 겪었다. 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돌이켜보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 줄 착각하고 행동한 죄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임 팀장은 그러면서도 “투쟁으로 당한 불이익으로 생길 수 있는 ‘위축’은 없다”고 말했다.

“1년 동안의 투쟁이 진정어리지 않았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동안 내부 구성원들에게 확인한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압력이 되는 것 같아요. 누가 얘기하진 않지만 성역 없는 비판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저 스스로에게 압력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여 동안 이어져온 ‘YTN 사태’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달 1일 노사합의가 이뤄지면서 일부에서는 YTN의 ‘정상화’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도 조합원 2명의 징계 사태가 벌어졌고, 해고자와 관련한 법원 소송도 진행 중이다. 임 팀장은 “사측에서 말로는 화합할 때라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화합과 어긋나는 조치들만 계속 하고 있다”며 “특히 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상화’도 이뤄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해고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정방송 제도를 만들고, 열심히 방송 하더라도 내부 구성원들이 심적으로는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할 겁니다. 해고자 문제가 해결돼야 회사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임 팀장은 “해고자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6개월 쉬는 동안 편집 기술이 많이 바뀌었다”며 “새 편집 기술을 익히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돌발영상〉이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훌륭한 후임자를 찾아 넘겨준 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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