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의 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5월 25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우리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표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대응을 우리가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동안 줄곧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했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북핵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직 국방장관 입에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고 국내 일부 신문들도 남한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정부의 이런 대응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과거 북한이 보여 온 행태를 볼 때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마다할 것 같지는 않다(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북한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군사력 중심의 강성대국을 국가적 과제이자 자존심으로 내세우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도 아니고 여기서 북핵문제에 관해 어설픈 견해를 덧붙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개성공단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여당이 보였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지난 해 11월 개성공단의 위기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여당에서는 ‘우리 쪽에 그 정도 공단은 수 백 개 있다… 그거 하나가 우리경제에 무슨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못사는 니들이 아쉽지, 우리는 아쉬울 것 없다’는 말이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정부 안팎에서 비슷한 맥락의 주장들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뜻은 정확히 전달됐을 것이다. 그 뒤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남북관계가 경색 일변도로 기울자 통일부 장관은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제까지 정부의 정책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입장 하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쎄, 이래가지고야 어디 문제가 풀리겠는가? 대통령이 말한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대응’이 또 다른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이광조 CBS 〈8585 퀴즈쇼〉 PD

끝으로 한마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폼 나게 힘자랑은 안했지만 군사적 긴장 고조로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외국의 유수 언론들과 정치 지도자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발 좀 실용적으로 살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