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의 의미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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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서거의 의미와 극복
[사설]
  • PD저널
  • 승인 2009.05.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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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이 불의의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 그 충격과 비탄을 무엇에 비길 수 있겠는가. 시시각각 좁혀오는 검찰의 수사에 고뇌하고 번민하다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던지기에 이른 저간의 사정은 인간으로서 나아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어떤 측면에서 보든 안타깝고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애증(愛憎)의 대상이었다. 인권변호사로서, 청문회 스타로서 혜성처럼 등장하였으나 광휘는 잠시, 현실 정치인으로서 그는 여러 번 좌절하였다. 그래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애칭이 그에게 주어졌다. 이후 가랑비에 옷이 젖듯 그의 진정성은 점차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쇼맨쉽도 아니고 면피용도 아닌, 온몸을 던진 승부사적인 결단 끝에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평민 대통령, 진정한 보통사람의 시대, 참여정부의 출범이었다.

모든 정치세력은 권력을 획득하는 순간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된다. 이 점에서 노무현 정부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드높은 기대의 대상으로 출발했으나 지역, 계층, 이념 그 어느 쪽으로 보아도 열세인 노무현 정부는 아쉽게도 국민들에게 신뢰와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되는 일은 없고 말만 많다’는 지탄이 공공연하게 퍼져갔다.

견제는 강하고 성원은 미약했다. ‘잃어버린 10년’을 읊조리며 호시탐탐 고토 회복을 꿈꾸던 보수 세력의 탐욕, 체질적으로 그를 용납할 수 없었던 보수언론의 공격성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조건이었다. 부인할 수 없이 참여정부는 많은 한계를 노정했다. ‘제왕적 대통령’ 대신 권력기관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파천황(破天荒)적인 실험은 매우 긴절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정치문화는 이를 수용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의욕과 수사(修辭)가 앞선 대통령의 캐릭터, 정권에 참여한 일부 인사의 준비되지 않은 역량도 여기에 일조했다.

17대 대선에서 그와 연고를 가진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뒤이은 총선도 지리멸렬이었다. 보수 세력은 경제살리기와 뉴타운을 약속하고 신방겸영과 종편 채널로 세인들을 미혹케 하였다. 불통과 압박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이 땅에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MB 정권 15개월은 지난 10년 동안 형성된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배신이었다. ‘살아있는 권력’에게 ‘죽은 권력’은 한 움큼도 못 되는 신세다. 그들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미 사유화된 권력기관으로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눈엣가시였고 경계해야만 하는 잠재적인 경쟁자였다.

마침내 그의 유일무이한 존재기반이었던 ‘도덕성’이 무너져 내렸다.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빌미를 부인할 수 없겠으나 집요한 정치보복적 공세에는 무죄추정주의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인격도 유린되었다. 실체적 진실을 무시한 여론재판을 위한 검찰의 흘리기는 일부 언론의 가학적 공세로 더 악화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협량하기 짝이 없는 현 정권, 그리고 피에 굶주린 보수언론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제 살길을 찾겠다고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부인한 야당과 진보세력이 여기에 방조했다. 고립무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후의 승부수를 던져야만 했다. 그것이 지난 5월 23일의 상황이다. 이후 봉하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 도처에 국화와 촛불이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추모는 안타까움과 자책감과 울분의 반영이다. 물론 극악한 반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노 전 대통령의 그늘 아래 있다.

이제 그의 희생을 딛고 이 나라는 새로운 반전(反轉)을 이루어야 한다. 대립과 증오의 시대에서 공존과 상생의 시대로 거듭나야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MB 정권 이후 심화된 독단과 오만의 정치가 바뀌어져야 한다. 문제는 이 정권이 스스로 그렇게 나설 가망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5월 29일 이후 시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너무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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