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클리핑]‘언론책임론’에 한겨레는 ‘반성’ 동아는 ‘발끈’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위한 서울광장 개방을 끝내 불허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촛불시위를 경험한 이명박 정부가 집회 확산을 우려해 국가적 애도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광장 개방 문제를 놓고 경찰→서울시→행정안전부 등 국가기관끼리 결정과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시민추모위원회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려고 한 추모제에 대해 “장의위원회에서 서울광장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행사를 자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허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시민추모위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평화적이고 비정치적인 행사가 보장되면 광장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법령상 시설사용 허가권을 지닌 서울시가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결정권을 사실상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시민추모제가 임박한 시점에 추모위 대표단을 불러 최종 불허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시민추모제는 덕수궁 뒤편 시립미술관 앞 정동 로터리에서 열렸다. 시민추모위는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고 최대한 평화적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정동 로터리로 행사장소를 옮겼다”고 밝혔다.

정부의 서울광장 불허 방침은 촛불시위 재점화를 두려워하는 이명박 정부의 촛불·광장 공포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청와대는 추모제가 촛불시위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직 대통령에 걸맞은 예우를 갖추겠다는 것이 공권력을 동원해 추모행사를 틀어막는 것이냐”고 말했다.

▲ 경향신문 5월 28일 3면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경찰의 엉터리 수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엉터리 초동 수사가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경호원 진술에만 의존해 부실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으며 ‘음모론’과 ‘타살설’ 등 온갖 의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노구 경남경찰청 수사과장은 27일 3차 수사발표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당일 오전 6시14분 이모 경호원에게 (정토원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켜 경호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수사 발표 내용이 계속 번복된 것은 부실한 초동 수사가 원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사저 출발 직후 마을 주민을 만나고 정토원 주변까지 간 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밝혀졌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전적으로 이 경호원의 진술에 의존한 것도 문제다. 이 경호원은 처음에 “부엉이바위 주변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진술했다가, “정토원으로 대통령의 심부름을 다녀오는 사이 이미 부엉이바위에서 사라졌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 경호원은 또 3차 진술에서 “부엉이바위 쪽으로 등산객이 접근했고, 이를 제지한 뒤 돌아보니 대통령이 투신했다”고 계속 말을 바꿨다.

경향은 “경호원의 오락가락한 진술도 문제지만 이 진술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경찰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등에서는 시해설까지 제기됐다. 인터넷 등에선 경호원이 1명만 따라간 문제나, 컴퓨터에 유서를 쓴 문제, 현장에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문제 등을 그럴듯하게 짜깁기한 시해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중앙일보 5월 28일 6면
불거지는 ‘경호 책임론’…조작·은폐설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경호원 없이 혼자 있었다는 재수사 결과가 밝혀짐에 따라 ‘경호 책임론’ 또한 불거지고 있다. 〈한겨레〉는 “경찰이 밝힌 대로라면, 당시 노 전 대통령 경호실과 수행 경호관은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전직 대통령 경호실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수칙에는 두 사람 이상의 경호원이 대통령과 함께해야 한다는 ‘페어(짝) 근무 원칙’이 있다”며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한 사람은 막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아침, 자택 경호동에는 4명의 경호관이 있었음에도 이모 경호관 혼자만 수행했다.

‘촉수거리 유지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바위에서 247m나 떨어진 정토원까지 심부름을 다녀오면서도, 다른 경호원을 부르는 등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청와대 경호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했을 당시 경호원이 곁에 없었고, 해당 경호원이 경위를 ‘거짓 진술’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것일까. 또 경호처는 경호원의 이 같은 ‘언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던 것일까.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경호처의 노 전 대통령 서거 경위 은폐 의혹을 거론했다. 노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을 수십분이나 혼자 내버려둔 증거를 은폐시켰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관련 CCTV 화면이나 무전 연락자료가 남아 있어 정확한 진상규명이 초기부터 가능했을 텐데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진술이 번복되는 등 (경호처의) 집단적인 허위 진술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호처가 자체 조사에 나선다면 또 다른 오해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지금까지 자체 조사는 일절 실시한 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당시 사라진 노 전 대통령을 찾으려고 무전이 오갔다는 점에 비춰 보면 현장 관계자들이 서거 경위를 허위 보고했거나, 보고를 받은 경호처가 진상을 숨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유서와 결행 과정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뜻이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투신 사실에까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는 형편이다.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그만큼 깊은 탓”이라며 이겠다. “전면 재수사를 해서라도 의혹을 풀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동아 “사회혼란 조장 세력…일부 미디어 선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와 국민장을 폄훼하고 비판하는 친여·극우 인사들의 ‘막말’이 잇따르고 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도 보수신문도 가세했다.

대표적인 극우성향 논객인 지만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사회 전체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파렴치한 죄를 짓고 그 돌파구로 자살을 택한 사람이 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라고 따졌다.

한나라당 추천 미디어발전국민위원인 변희재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 인터넷신문에 게재한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해서는 안된다”며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국민세금은 단 돈 1원도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조폭의 보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앞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각각 “비민주적·비과학적인 ‘서거’라는 용어보다 ‘노무현 자살’이 흠잡을 데 없는 용법” “이 비극의 책임은 노씨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참으로 어려운 때인데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있어 소요사태가 일어날까 정말 걱정”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분명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지만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을 겨냥한 듯 “오늘 특정정치집단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겉은 국민장을 얘기했지만 속은 딴 생각을 하지않나 의구심이 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마저 공안검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 “야당과 시민들에 대한 모욕발언이자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등 야권의 비판도 일제히 쏟아졌다.

▲ 동아일보 5월 28일 27면
한 술 더 떠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우리 사회 일각에는 고인의 영결식을 이용해 한바탕 광풍(狂風)을 몰고 오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촛불시위 같은 무법천지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동아는 “위중한 시기에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반(反)정부 시위를 벌여 사회혼란과 국민 분열의 불쏘시개로 삼으려는 세력은 순수한 추모군중과 거리가 멀다. 일부 미디어도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넘어 선동의 기미마저 보인다”면서 “책임 있는 언론의 모습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일부 세력이 ‘검찰과 정권 그리고 일부 언론의 합작 살인’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망발”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이어 “정부는 내일의 영결식이 차분하고 질서 있게 치러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살인정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낙인에 주눅이 들어 일부 과격세력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큰일”이라며 “국민장을 국가 혼란의 장으로 끌고 가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방송 3사 특집, 엇갈린 평가

지상파 방송 3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가 보수와 진보진영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방송 3사는 각종 뉴스 특보와 더불어 고인의 삶을 뒤돌아보는 많은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특집방송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했다. 방송개혁시민연대는 26일 성명을 내고 서거 특집방송에 대해 “형평성을 크게 벗어난 과도한 편성”이라며 “특집방송이 국민감정을 자극해 특정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변철환 대변인은 “다른 보수단체들이 특집방송이 많다고 말하는데, 이번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전 대통령 서거 때와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MBC가 마치 경찰의 은폐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도를 몰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공정하지 않은 방송을 한 점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진보 쪽에서는 주로 KBS와 SBS가 “적극적으로 추모 현장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4일 봉하마을 조문 행렬을 보도하면서 KBS는 조문객 수를 300명이라고 축소했고, 또 KBS와 SBS는 덕수궁 인근에서 경찰이 조문객을 몰아낸 일을 단신으로 보도하는 등 올바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검찰 수사를 받아쓰기 보도한데 이어 조문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KBS PD협회와 노조도 각각 성명을 내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KBS의 보도와 편성을 비판했다. PD협회는 23일에 예능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송하고 24일 대체편성에 코미디영화를 집어넣은 데 대해 “단순한 편성상의 착오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국민의 정서와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앞날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제작본부 수뇌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노 전 대통령 관련 ‘KBS 스페셜’을 방송 취소시키는 등 시청자의 비난을 자초했다”며 “‘추모 정국’을 최대한 자제시키려는 정권의 의도에 정확히 부합하는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국일보 5월 28일 31면
“보도본부장이 정부 비판 인터뷰 빼라 지시”…당사자 부인

KBS 보도본부장이 정부를 비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기자협회는 27일 성명을 내어 “서거 둘째 날부터 보도 수뇌부는 관련 뉴스를 드라이하게 다루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김종률) 보도본부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또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보도 책임자들이 정권에 불리한 ‘추모 정국’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는 최근 KBS 안팎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보도하는 KBS 보도가 국민들의 추모 분위기를 제대로 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KBS 뉴스는) 추모 열기를 전한다면서 추모 주체로 국민들을 먼저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를 찾은 정치인과 고위 관료 등을 서거 뉴스의 톱으로 전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러나 김종률 보도본부장은 “(기자협회의 주장처럼) 비판 인터뷰를 빼라고 하지 않았다”며 “다만 현장의 감정이 북받친 인터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다른 것으로 대체하라고 지시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덕수궁 앞 중계차를 뺀 데 대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당일 외교통상부 취재를 위해선 가장 가까운 덕수궁 앞 중계차를 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겨레 “언론 책임론 무겁게 여겨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언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론을 무겁게 받아들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언론의 보도가 비판자들이 생각하는 대로 악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혐의를 노 전 대통령에게 집중해 보도한 사실을 보면 그런 의혹 제기를 나무랄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실제 악의가 아니었다 해도, 많은 문제를 내포한 보도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진실에 접근할 만한 충분한 검증조차 없이 기사를 쏟아냈고, 수사 대상자의 인권은 아예 배려도 하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이 점에 관한 한 보수언론이나 다른 언론뿐만 아니라 <한겨레>도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치열한 취재경쟁과 제작상의 한계 탓에 검찰 등 취재원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재 시스템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아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제 언론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취재관행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피의자나 사회적 약자 보호 및 진실 규명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면서 “조중동은 특히 자신들이 왜 이렇게 불신의 대상이 되는지 반성하고,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공익에 이바지하는 책임 있는 언론으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한나라당 지지율 추락…20%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추락, 20%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27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7.4%로 지난 4월(32.7%)에 비해 5.3%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더욱 큰 폭(9.9%포인트)으로 떨어진 21.5%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4월(13.0%)에 비해 7.8%포인트 상승해 한나라당과 비슷한 수준인 20.8%로 나타났다.

지난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3.2%를 기록했다. 지지율 급락에 대해 리얼미터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책임과 관련하여 정부와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는 데다, 시민들의 추모 행사와 관련된 정부의 강경 입장 등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부 PSI 참여에 북한 “강력한 군사적 타격”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발표한 데 대해 북한이 27일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거듭 규정하고 서해상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위기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남한 정부의 PSI 전면 참여가 “조선반도를 전쟁상태로 몰아넣었다”며 서해상에서 한국군·미군의 군함 및 일반 선박의 “안전 항해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명은 PSI 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우리 선박에 대한 그 어떤 사소한 적대행위도 즉시적이고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남조선 당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가하는 것으로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는 선전포고를 해왔다”며 “우리는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 그리고 우리 정부의 PSI 참여로 한반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위기 국면을 한껏 부풀리며 핵주권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기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동아는 ‘北, 꽃게잡이 어선까지 불법나포할 수도’ 등의 기사에서 위기를 한층 강조했고, 〈조선일보〉도 “1·2차 연평해전과 같은 함정간 충돌 등의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대부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 동아일보 5월 28일 3면

때맞춰 핵주권론이 고개를 들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에 대한 대응과 관련, “우리의 (핵)주권 문제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어느 것이 국익에 맞는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향은 “이날 외통위가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점, 핵무장과 다른 차원의 문제인 핵 주권을 마치 동일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날 유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은 핵주권론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조선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黨政)협의회에서 “북한의 핵 공격이 현실화되는 상황인 만큼 2012년 4월부터 전시작전권을 우리 군이 단독으로 행사하기로 한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할 것을 당 차원에서 정부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선은 이어 “일부에서는 북한 핵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 조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면서 “박희태 대표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의 구체화를 요구하면서도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에 대해 충분한 억제력을 갖도록 우리가 자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고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자위용(自衛用) 핵무기 개발 선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또 4면 ‘정치권 “핵무기 갖는게 北核 포기시키는게 가장 효과적 방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핵 무장론은 아직 소수”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포기한 ‘평화적인 핵 이용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상황이 달라진 만큼 2012년으로 못 박은 전환 시기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은 “2012년은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다 한·미 연합 전력 구조의 틀이 뒤바뀌는 상황은 치명적인 취약점이 될 수 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한·미 간 전작권 전환 논의가 양국 사이에 충분한 신뢰와 이해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에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또 “노 대통령 임기 내내 한·미 동맹관계는 최악이었고 이런 분위기가 전작권 전환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중앙은 이어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도록 요청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그것만으로도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촉발된 작금의 안보 불안을 일정하게 가라앉혀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5월 28일 4면
공발연, 29일 ‘PD수첩’ 주제로 세미나 열어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련)가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PD수첩 사건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고 동아가 보도했다. 이민웅 한양대 교수는 앞서 27일 배포한 발제문에서 “PD수첩의 보도는 지난해 7월 31일 서울남부지원의 판결문과 7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린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문을 고려할 때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저널리즘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50분 분량의 프로그램에서 그 많은 실수와 오역을 했다는 건 의도적 조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조작이 아니라도 있을 수 없는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위한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자신들의 판단과 행동에 책임지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MBC가 지금이라도 자체 조사를 실시해 조작 여부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PD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D도 체계적 저널리즘 교육을 받아야 하며 △시사 프로그램의 특수성을 빙자해 내부 게이트키핑을 회피하지 말고 △사문화된 내부 윤리강령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PD 대신 방송작가가 원고를 쓰는 관행은 저널리즘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예종 사태’ 학교위상·교권문제로 확산

황지우 총장의 사퇴를 빚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예술종합학교 감사 파문이 한예종의 위상과 교권을 둘러싼 한예종과 정부의 전면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라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한예종의 교수와 학생들은 문화부가 이번에 이론학과를 축소하고 통섭교육을 중단하도록 요구한 데 대해 학교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예종 교수들은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요구를 철회해 달라는 결의문을 25일 문화부에 제출했다. 또 26일에는 석관동 캠퍼스에서 교수협의회 주최로 교수, 학생,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예술종합학교 감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한예종의 반발은 황 총장 등에 대한 중징계 외에, 한예종의 교육 프로그램 및 시스템 개편에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감사를 통해 이론학과 축소, 통섭교육 중단 등을 지시했다. 한예종 설치령 제3조 ‘예술영재교육과 체계적인 영재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 양성’을 들며 실기 위주로 한예종을 재편하겠다는 것이 문화부의 입장이다.

반면 한예종은 ‘예술실기 및 예술이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한다는 설치령 제2조를 들어, 이론교육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임웅균 한예종 음악원 교수는 26일 토론회에서 “미국의 줄리어드나 커티스 음대 등 세계적인 음악학교들의 경우 교과과정에서 이론의 비중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면서 “좋은 예술가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도 이론을 강화해야 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예종을 ‘좌파 엘리트들의 온상’으로 매도하는 일각의 분위기도 한예종 교수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뉴라이트 계열인 문화미래포럼(상임대표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은 “한예종은 문화예술분야의 좌파 엘리트 집단의 온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마당에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채현 한예종 교수협의회 의장은 토론회에서 “일부에서 한예종 교수들에 대한 이념 공세에 나서고 있다”며 “교권 단체와 연대한 교권 수호운동 등을 통해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