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28일 노 전 대통령 서울역 분향소 조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결국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터트렸다. 김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함께 28일 오전 서울역 분향소를 직접 조문, 헌화와 분향을 한 후 작심한 듯 취재진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정부 반대로 영결식 추도사 못해…민주주의 후퇴”

김 전 대통령은 “용감하고 낙천적이며 굽힐 줄 모르던 그분이 서거한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매일같이 수많은 군중이 모여 조문을 하는 것에 대해 감동을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국민이 왜 이렇게 슬퍼하고 모여들까. 그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함과 동시에 국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슬픔이 합쳐져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29일 서울역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한 후 취재진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민주당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분향하는 것을 막고 있고, 제가 내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것마저 정부가 반대해 못하게 됐다”며 “지금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후퇴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초 한명숙 전 국무총리(장의공동위원장)의 요청으로 29일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정부 측에서 의전과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장의위원회,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노 전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부인, 아들, 딸, 일가친척 등이 모두 싹쓸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소환 후 20여일이 지나도록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세상은 흐린 날도 밝은 날도 있는데 견뎌야지, 당신처럼 용감한 사람이 못 견디면 어떻게 하냐’는 심정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이 겪은 치욕과 좌절,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이런 결단일 수밖에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남북관계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내가 앞장서서 해왔다. 경제도 외환위기 당시 내가 처음 맡았을 땐 외환보유고가 37억 달러였지만 (다음 정권에) 1400억 달러를 넘겨줬고, 노 전 대통령은 1200억 달러를 더해 2600억 달러를 (현 정권에) 넘겨줬다”면서 “이번 (외환) 위기 때 이것이 없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런 시원한 남자는 처음 봤다. 사랑한다’는 게 국민의 직선적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영결식에선 검정 넥타이…이후 노란 넥타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봉하마을의 빈소에 이어 서울역 분향소를 지켰던 ‘노무현의 남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7일 자신의 팬카페 ‘시민광장’에 글을 올리고 29일 경복궁에서 열리는 영결식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가겠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정권(政權)과 검권(檢權) 언권(言權)에 서거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 옛 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 죄 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 조문을 명분 삼아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에 그래도 나는 가야만 한다”며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 노랑 넥타이를 맬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28일 오후 다시 글을 올리고 “노랑넥타이 때문에 봉하마을 장의위원회에서 연락이 왔다. 영결식에 대해 혹시라도 누가 되는 말이 날 수 있기에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장의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요청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검정넥타이를 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결식장 안에서만 검정 넥타이를 매겠다. 밖에서 매는 것까지 문제가 되기야 하겠냐. 내일 노란옷, 노란 리본, 노란 풍선, 노란 스카프…슬프지만 우울하지 않고, 슬프지만 어둡지 않은 분위기에서 우리 마음 속의 영원한 대통령을 보내드리면 좋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