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 국민과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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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 국민과의 마지막 날
[미디어클리핑] 동아, 언론책임론에 “BBK보도 좌파매체 반성해야”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5.2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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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늘(29일)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떠난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늘 오전 11시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엄수된다.

<한겨레> 1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영결식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정·관계 주요 인사, 주한 외교사절과 조문단, 각계 인사와 유족 등 3000여명이 참석한다. 영결식은 고인의 약력 보고와 조사, 종교의식 및 생전 영상 상영, 헌화와 추모공영 순으로 진행된다. 조사는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맡고, 국립합창단이 조가 ‘상록수’를 부른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노제는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다. 도종한 시인이 제관(사회)를 맡아 조시 낭독과 진혼무 공연 등을 30분 동안 진행한다. 노제가 끝나면 2000여개의 만장을 앞세우고 서울역 분향소까지 장의 행렬을 벌인다.

노 전 대통령의 주검은 이날 새벽 5시 30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출불해, 경복궁과 서울광장, 서울역을 거쳐 수원시 영통구 연화장에서 화장된다. 화장을 마친 유골은 다시 봉하마을로 옮겨져, 묏자리에 묻히기 전까지 봉화산 정토원에서 일시 안치된다.

▲ 한겨레 5월29일 1면

인터넷 대통령 보내는 길, 인터넷도 ‘국민장 묵념’

<한겨레> 2면 보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영결식을 맞아 인터넷 공간은 추모의 빛이 더 짙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체 엔씨소프트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13개 게임의 서비스를 모두 중지하겠다는 알림글을 띄웠다. 잠시 서버가 접속되지 않으면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온라인 게임 업계에서 상상하기 힘든 추모 방식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넥스는 28일부터 ‘영결식에 마음으로 동참하자’는 안내문을 이 회사가 운영하는 26개 모든 게임에 띄웠다. 29일에는 게임 화면 아래쪽에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동참하여 추모의 예를 다해주십시오”라는 공지를 내보낸다.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29일 0시부터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초기화면의 광고를 모두 없애고 노 전 대통령 사진으로 페이지 전체를 채우는 파격적 편집을 한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이날 영결식 상황을 중계하며, 기존의 배너광고 대신 노 전 대통령 추모 이미지를 내보낼 예정이다.

▲ 경향신문 5월29일 1면

노 전 대통령 마지막 길까지 李정부 ‘광장 공포증’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부터 마지막 길까지 현 정권의 ‘광장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부의 ‘광장 통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도심 집회 원천 불허’라는 위헌적 발상을 하더니, 서울광장에서의 시민추모제 불허, 영결식에서 전직 대통령의 추도사 반대 등 시민들의 노 전 대통령 추모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에 따르면 서울광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엿새 동안 ‘봉쇄’ 상태였다. 추모를 위해 서울광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70%를 넘지만, 전경 버스를 동원해 겹겹이 둘러싼 채 접근을 일체 불허했다. 정부는 또 28일엔 김대준 전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추도사’를 불허했다. 전직 대통령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했지만 “분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큰 배경이었다. 같은 연장선에서 정부는 29일 노제 때 내걸린 ‘만장’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을 운구하는 이동 중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실제 정부의 ‘광장 공포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의 경우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불법행위자는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경향은 “이는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21조에 정면 위배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선 좀체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여론 통제’ 발상”이라고 지적한 뒤 “반면 28일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시민 등 1만여명은 손에 촛불을 들었지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 A4 용지에 절절한 애도의 글을 남기며 소통과 민주주의 복원에 대한 희구를 담아 ‘광장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동아, ‘언권(言權)’ 횡포 반성여론 속 진보언론에 반성 요구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현 정부와 검찰 그리고 언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들이 높다. 경향 3면 만평 ‘김용민의 그림마당’에서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한 남성이 “받아쓰기식 중계만평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만장을 들고 있는 것도 일련의 ‘책임론’에 대한 대답이자 자기 성찰이다.

▲ 동아일보 5월29일 26면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날 신문에서 이른바 ‘좌파 매체’들에 대한 반성을 요구했다.

26면 ‘동아광장’에 실린 변희재 객원논설위원(실크로드CEO포럼 회장)의 칼럼 <좌파 매체들, 지난날 뭐라고 보도했던가>에서 “노 전 대통령 자살 이후 또다시 언론에 의한 언론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이 흘려주는 정보에 따른 ‘무분별한 추측보도와 악의적 공격’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부른 원흉이라는 비판이다. 주로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등 진보좌파 매체들이 이런 주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위원은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아간다”면서 2002년 대선 당시 KBS, MBC, <오마이뉴스>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보도에서 김대업씨의 발언에만 의존해 악의적인 추측보도를 쏟아냈으며,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씨에 대해, 최근엔 고(故) 장자연씨 유서와 관련해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언론계가 시급히 개혁해내야 할 과제는 노 전 대통령의 수뢰혐의 사건과 관련한 보도 태도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하나의 보도 원칙이나 관점이 정략적 이해 관계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면서 스스로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점이다. 일부 세력은 정략적 목적으로 언론계 전체를 매도하면서 독자들에게 언론 혐오증을 유포하고 있다. 이들은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는 괴담 같지도 않은 괴담을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이어 27면 사설 <‘김경준 거짓말’ 증폭시킨 언론과 정치인들>에서 “어제 대법원이 2007년 대선 기간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각종 허위 의혹을 제기한 BBK 전 대표 김경준씨에게 징역 8년과 100억원을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며 “일부 신문과 방송은 지난 대선을 앞둔 수개월 동안 김씨의 일방적인 거짓말을 중계방송하듯 보도하고 왜곡 해석해 여론을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어제 대법원 판결은 김경준씨의 거짓말을 검증도 하지않고 무책임하게 과장 보도한 일부 언론과 선거에 악용한 정치인들에 대한 ‘유죄 판결’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우리는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세력은 최근 노 전 대통령 자살 서거가 주류 신문의 보도 때문인 양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좌파매체들은 병풍 사건과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무책임한 보도처럼 자신들이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사례에 대해선 모른 척한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진행 과정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해괴한 논리로 ‘타살 공모’라고 몰아붙인다”며 “특정 정파를 공격하기 위해 허구한 날 선동에 가까운 보도를 하는 행태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5월29일 31면

경향 “화해와 통합, 현 정권의 사과와 책임자 규명에서 시작”

경향은 31면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바보 노무현’의 부활이라 할 만한 사회 현상을 낳았다. 우리 모두가 고인을 사지로 내몬 데 대한 연민과 애통함, 분노로 시작된 추모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반추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것은 소통 부재의 정권에 대한 항거이자, 피폐해진 삶에 대한 절규였다. 실종된 시대정신과 가치에 대한 회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경향은 “이제 저마다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권력과 보수 언론들은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 시장만능주의 논리를 펴는 데 주력했고, 개개인의 삶의 가치는 실종됐다. 고인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책임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 그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저항했던 고인에게 앙갚음이라도 하듯 몰아세웠고, 고인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만으로 ‘640만달러짜리 서민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경향도 그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우리가 나아갈 길로 정치적 화해와 사회적 통합을 거론한다. 현 정권은 물론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들이나 진보, 보수 진영 사람들도 그러한 원칙에 반대할 리 없다. 하지만 통합과 화해는 현 정권이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규명,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통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정기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당장 독선과 독주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거 정국’ 이후 고심하는 여권, 안보 활용해 국면 전환?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껏 몸을 낮춰온 여권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선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경향은 8면에서 “국민의 눈길을 남북간 위기 상황으로 돌려 29일 영결식 이후 ‘조문 정국’을 ‘북핵 정국’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실례로 한나라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애도와 북한 핵실험 규탄이란 이질적 안건이 동시에 올랐다. 의총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는 “한반도와 주변의 안보상황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6·25 이후 최대 위기”라고 진단하고 “안보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강조, 의총의 명분은 애도이되, 실제로는 북핵 규탄과 한반도 위기 상황 강조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음을 드러냈다.

경향은 “한나라당은 영결식이 끝나면 북핵과 한반도 위기 상황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을 논란화시킴으로써 국면을 전화해갈 기세”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5월29일 26면
조선일보의 ‘북핵 정국’ 불 지피기?

<조선일보> 역시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우려하고 나섰다. 조선은 26면 강천석 주필이 작성한 ‘강천석칼럼’ <두려움 잃어버린 국민이 두려워지는 이유>에서 “대한민국이 아슬아슬하다”며 ‘조문 정국’과 ‘북핵 정국’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강 주필은 “‘나라 안 소용될이’와 ‘나라 밖 회오리바람’이 맞물려 돌아가며 나라를 옥죄는 듯한 모습은 80년 이래 처음”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세력에 대해 분노·원한·적개심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북한의 핵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주필은 “‘노무현 소용돌이’와 ‘김정일 회오리바람’이 서로 만나 위로 회오리 치고, 아래로 소용돌이 칠 경우 대한민국의 지붕과 벽이 함께 날아갈 수도 있다. 우리 경제도 자동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코리아 리스크’에 휘말리게 된다.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km 안팎에 있다’고 대놓고 협박하는 북한은 이 약한 대목을 누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의 요체는 북한에 예의범절을 가르쳐 반듯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한 저준위 핵폐기물 보관장소를 구하지 못해 10년을 끌고 다니는 상황에서, 국민의 발 아래에서 아무렇지 않게 핵폭탄을 터뜨리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 과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정상적 상대에게 정상적 행동을 가르치겠다는 사람은 비정상이란 취급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15개월 간의 대북정책도 이제 북한이 정말 미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미친 척하는 광인전략을 쓰고 있는 것인지 하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며 사실상 강경책을 주문했다.

조선은 이에 앞서 3면 <“일본 수준의 핵 권리 가져야” 힘 받는 ‘대한민국 핵 주권론’>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도 평화적 목적의 핵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핵 주권론이 부상하고 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하에서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평화적인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는 27면 사설 <무책임한 대북 강경론을 경계한다>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핵은 핵으로 저지하자’는 핵무장론이다”라며 유명환 외교통산부 장관 등이 ‘핵주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주변에서 핵 군비경쟁이 벌어질 경우 가져올 파멸적 결과를 생각이나 하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북한의 도발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대북 적개심에만 초점을 맞춘 강경론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이런 행태는 일본 보수파들이 북한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주장함으로써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 정부의 자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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