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부수고 광장 막고 시민 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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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 부수고 광장 막고 시민 잡고 …
국민장 하루 만에 '추모 열기 잠재우기'
  • 이승훈 (youngleft) / 권우성 (kws21)
  • 승인 2009.05.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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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식 예우' 30일 새벽 기습적인 경찰의 강제철거 이후 시민들이 겨우 수습해서 다시 설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뒤로 진압복을 입은 경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 권우성
[최종신- 30일 밤 11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지 채 하루가 되지도 않아 시민들의 분향소는 철거됐다. 서울 광장은 다시 닫혔고, 항의하던 시민들은 경찰에 끌려갔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열기를 잠재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0일 오후 4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민중생존권·민주주의 쟁취 범국민대회'는 결국 무산됐다. 경찰의 원천봉쇄 때문이다. 이날 경찰은 서울광장은 물론 대학생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범국민대회 참여를 막기 위해 지하철 시청역 출입구까지 막아섰다.

때문에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모여 범국민대회를 치를 계획이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21세기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은 각각 명동 밀레오레와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 수밖에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서울광장 폐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대학생 김선우(22)씨는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민심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국민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향소를 부수고 광장을 다시 틀어막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 ▲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앞에 모여 '이것이 MB식 예우인가'는 현수막을 들고 경찰의 서울광장 추모행사 원천봉쇄에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김영철(64)씨는 "삼오제도 아직 안끝났는데 분향소를 이 지경으로 만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아무리 위에서 시킨다고 그대로 하는 너희들이 딱하다, 경찰들은 아비어미도 없는 자식들이냐"며 성토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태평로로 진출해 행진하거나 서울광장 진입 시도를 벌이다 곳곳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부상자도 발생했다.

특히 도로 위로 행진하던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이 연행 작전을 펼쳐 70여 명이 검거·연행됐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다,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방송을 수차례 내보냈고, 기자들을 상대로도 "취재기자가 경찰의 작전을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시위대는 경찰의 집회 방해와 시민 연행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위대를 가로막고 있던 경찰 버스에 돌을 던지거나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어둠이 내리면서 대한문 앞은 차분한 추모 분위기를 되찾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노무현을 살려내라", "살인 정권 물러나라", "평화 시위 보장하라", "시청 광장 돌려달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도 다시 세워진 분향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아직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의 조문이 계속 이어졌다.

▲ ▲ 한 시민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 시민분향소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대학생 박아무개(23)씨는 영결식이 끝났는데도 분향소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그냥 아쉬워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교복을 입고 분향소를 찾은 조아무개(18)양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마저도 경찰을 동원해 막는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밉다"며 "이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내일도 이곳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길 주변에도 촛불을 환하게 밝혔다. 이들은 삼삼오오 토론을 하거나 상록수, 아침이슬 등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서로 위로했다.

7일간의 국민장은 끝났지만 시민들의 마음속 국민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오마이 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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