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추모의 국민 지불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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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추모의 국민 지불의사
[우석훈의 세상읽기]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 승인 2009.06.01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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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가치추정이라는 경제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은 객관적 수치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나 어쨌든 국민들의 대다수와 연관된 국민장이라는 형식을 보면서 간단하게라도 추정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을 참기가 어려워졌다. 어쨌든 나는 세상의 흐름을 돈을 중심으로 보려고 하는 경제학자이다.

일단 이러한 사건이 생길 때 쓸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비슷한 걸 생각해보니까, 지불의사(willingness-to-pay)라고 하는 개념이다. 상품으로 환원되지 않는 사물들, 예를 들면 산이나 강 혹은 아름다운 전경과 같은 것에 대해서 도대체 국민들이 얼마나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서 지불할 진짜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가 바로 이 개념이다. 지리산과 한라산의 경우, 대체적으로 지불의사는 지리산 쪽이 훨씬 높게 나타나게 된다. 한라산에는 무슨 짓을 하든, 골프장을 짓든, 케이블카를 올리든, 많은 국민들은 별 신경 안 쓰는데, 지리산에는 작은 골프장 하나를 지으려 해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을 국민들이 지리산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다고 보통 표현한다.

그렇다면 그 지불의사는 얼마인가? 애매하기는 한데, 보통 여론 조사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황당한 대답들이 나오겠지만, 어쨌든 여론조사의 과학적 기법을 사용해서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하려는 것이 이 가치추정의 핵심이다. 이보다 조금 더 직접적인 수치를 주는 것이 ‘여행비용법’이라는 것이다. 그 지역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여행을 하였는가, 즉 멀리에서 왔는가, 아니면 가까운 곳에서 왔는가가 지불의사를 조금 더 개관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 추모객들이 추모에 대한 지불의사는 어쩌면 이런 여행비용법에 의한 지불의사를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일단 추모객은 500만명으로 보자. 봉하마을 기준으로 하면, 부산까지의 여행비, 체류비, 중간에 음식을 사 먹은 돈 혹은 추모금으로 직접 지불한 돈 같은 것들이 해당될 것이다. 서울에서의 추모식 때에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노란색 옷을 사는 데에도 약간의 돈을 지불했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1인당 20만원 정도의 여행경비 및 실 지불액 같은 게 발생했다고 가정을 해보자. 물론 더 많이 쓴 사람도 있고, 더 적게 쓴 사람도 있겠지만, 편하게 계산해보기 위해서 그냥 20만원이라는 1인당 지불기준의 추정계수를 써보자. 그렇게 계산하면, 이번 추모에 1조원 정도가 직간접 여행비용으로 국민적으로 지불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신적 충격에 따른 금전적 보상비나 하루를 일하지 않은 데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경제적 손실 같은 것은 제외한 돈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 마지막날인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다. ⓒPD저널
이것저것 조금씩 더 넣을 부분도 있고, 제외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하여간 이번 국민장을 위해서 국민들이 지불한 여행경비는 1조원 정도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1조원이라…. 많다면 많은 돈이고, 작다면 작은 돈이다. 어쨌든 국민들은 불귀의 객이 된 정치 지도자의 애도를 위하여 전체적으로 1조원 정도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는 지불 의사를 보여준 셈이다.

자, 그렇다면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1조원은 500만명이 이미 지불한 돈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즉 이미 시현, 즉 드러내어진 지불의사이고, 실제 지불의사의 잠재성 즉 얼마까지는 낼 수 있다는 전체적 지불의사는 이 수치의 몇 배 혹은 몇 십배 정도일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든, 아니면 열린 행정이든 혹은 그 어떤 가치이든, 한국 국민들은 최소한 1조원 그리고 아마도 그보다 열 배인 10조원 정도는 기꺼이 지불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되어도 무방할 것 같다. 정치나 방송 혹은 문화와 같은 곳에서 1조원의 돈은 큰 돈이다. 신문사나 방송국 혹은 정치 캠페인이 최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과 같이 국민들의 파토스를 움직일 수 있다면, 국민들은 여기에 얼마든지 1조원 혹은 그 이상의 돈을 지불할 지불의사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덧붙인다면,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로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당으로 동원하는 과거의 조직 정치로는 최소 1조원 정도의 지불의사를 가지고 있는 반대편 국민과 싸워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 돈으로 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1조원 이상은 동원해야 호각세라도 이룰 것이라는 게, 지금의 지불의사가 보여주는 시사점이다. 그리고 신문사든, 방송사든, 지금의 국민은 얼마든지 자기 손으로 만들어낼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정치 캠페인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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