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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실수’라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국가기구는 ‘실수’를 그런 식으로 하는가? 그렇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부다. 더군다나 실수라고 해놓고는 사후 수습도 내놓지 않는다.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가 경찰에 의해 전쟁 후 폐허처럼 되고 말았는데 책임지는 자가 없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 지난달 30일 새벽 해산작전에 나선 경찰은 서울 덕수궁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강제 철거했다. 경찰은 또 서울광장을 개방한 지 22시간 만에 다시 차벽으로 광장을 봉쇄했다.
못된 짓은 죄다 하고 적당히 발뺌만 하면 일은 없었던 것처럼 되는 것으로 아는 모양이다. 용산참사에서도 희생자는 가해자로 변조되었다. 이 악습은 되풀이 되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일하다가 생긴 실수를 가지고 자꾸 뭐라고 하면 어떻게 공직자들이 일을 하겠는가라는 이명박의 발언이 이 모든 상황의 밑바닥에 깔린 지침이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인 모습에서 국민들은 다른 것에 경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인간성’이 비열하다는 것에 치를 떨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 있어서 기본이 무너진 정부에 대해 민심이 따를 리 만무하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자리를 진압의 목표로 삼는 권력은 이미 이성과 인간의 마음을 상실한 자들의 집단이다. 그건 범죄 집단에 다르지 않다. 누가 상가에 가서 분향소를 뒤엎고 영정을 땅바닥에 내팽개치는가? 그걸 실수로 했다고만 하면 그 어떤 법적 책임도 면제되던가?

추모의 열기가 예상을 넘자 권력은 ‘변질’ 운운으로 그 열기 속에 담긴 민심을 모독하고 있다. 방식은 자살이나 그 맥락은 타살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속에서 국민들은 극한의 절망과 온몸으로의 저항을 읽어냈고, 그 결과 슬퍼하나 또한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권력이 그 분노의 화살을 비껴가는 방식은 매우 비겁하고 야만적이다. 슬퍼하는 민심을 짓밟고, 분노하는 민심을 탄압하려 든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후 예우도 이 정도니, 보통의 사람들이 이 권력에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더 볼 것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나라 서민들은 더욱 슬피 운다.

국민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유린하는 정부는 이미 정부가 아니다. 그건 폭력집단으로 전락한 권력에 다를 바 없다. “감옥에 들어가야 할 자들이 감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뒤집힌 세상이다.” 강자들이 약탈해온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비판한 에드아르노 갈레노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오늘을 보면 뭐라고 할까? 시민의 권리를 자유롭게 펼칠 광장은 권력의 밀실로 변했고, 이에 대한 항의와 저항은 불법이 되고 있다. 봉쇄, 통제, 진압, 검거가 이명박 정권이 사랑하는 단어들이다. 소통은 차벽(車壁)으로 하고 법은 경찰의 몽둥이로 지킨다.

지난 해 촛불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라는 가상의 현실을 놓고 시민과 권력이 맞붙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명박이라는 인간과 그 권력을 피부로 생생하게 체험한 근거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 전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막는 것뿐이다. 그렇게 막고 또 막으면 물은 계속 차오르고, 어느 순간 봇물이 되어 둑을 무너뜨리게 되는 것을 모른다. 그 당장에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저지하면 그게 해결인줄로 안다. 역사에 대한 철저한 무지(無知)로 무장한 집단이다. 누가 결국 패배하게 될까?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권력에 대한 ‘시민 불복종’을 촉구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정부란 ‘교사’라고 말한다. 정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 사회를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교사 가운데에는 반면교사도 있다. 저렇게 하면 옳지 않은 것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교사 말이다. 그런 교사는 교직에 더 이상 있으면 안 된다. 학생들만 골탕 먹는다. ‘시민 불복종’은 선출된 권력도 잘못을 저지르면 축축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한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해서 성장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박 정권, 당신들 `실수' 한 거야!"라는 말이 속에서 솟구친다. 이 말에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겠다. 당신들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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