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첫회 시청률을 좌우하는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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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대행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 시청률 추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첫 회와 마지막 회 시청률이 가장 높다. 2회째부터는 시청률이 급락한다. 그러다 후반부에 조금씩 시청률이 더 붙어 마지막 회에서 최고시청률을 올리는 식이다.

반면 한국은 ‘될성부른 드라마’의 경우 첫 회 시청률이 가장 낮다. 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드라마도 첫 회 시청률은 10% 중반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후 중반을 넘어서서는 잠시 주춤, 마지막 회에 다시 피치를 올려 최고시청률을 올리게 된다.

▲ KBS 〈상상플러스〉에 출연했던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 2009〉의 출연진.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단순하다. 홍보의 문제 때문이다. 일본 각 방송사가 매 분기마다 ‘미는’ 드라마에 펼치는 홍보전은 엄청난 수준이다. 일단 출연진이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일일이 출연해 홍보한다. 그밖에 와이드뉴스 등 교양정보 프로그램, 가벼운 주부용 토크쇼 등에도 찾아간다. 드라마 CF 연속노출은 물론이다. 드라마 주제곡은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연일 울려 퍼진다. 후지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와랏테 이이토모〉는 아예 매 분기마다 각 방송사 드라마 출연진들을 불러 각종 게임쇼를 펼칠 정도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규모의 홍보가 들어오니 각 드라마에 대한 사전정보 및 관심이 늘어나 폭발적 첫 회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자사 드라마에 대한 홍보전이 다소 미약한 편이다. 아침방송과 주말 예능프로그램 홍보 정도가 다다. ‘모든 시간대, 모든 시청층’을 상대로 한 일본과 차이가 크다.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떨어지니 관심도도 떨어져 첫 회가 가장 낮게 나온다. 결국 광고수주 효율도 등 상업적 측면에서 일본보다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드라마 홍보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게 된 걸까. 모종의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어서다. ‘프로그램을 통한 자사 홍보는 나쁘다’는 것이다. 나아가 ‘홍보’ 자체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들, 음반 출시를 앞둔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홍보의 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단적으로, 그렇게 해서 과연 프로그램 질이 떨어졌는지 의문이다.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게스트 출연’을 통해 매회 차별성을 두는 형식으로 굳어있다. 결국 누구라도 게스트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프로그램 질을 위해 소위 ‘예능체질’ 연예인만 섭외한다면 좁은 한국 연예판에서 추려낼 수 있는 인물은 손으로 꼽게 된다.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등장하는 새 얼굴들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금 같은 방송계 불황에 자사 드라마 홍보전이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 길이 없다. 돈 많이 든다고 드라마 줄이고, 그나마 막장드라마만 일삼느니, 차라리 예능 프로그램, 교양정보 프로그램을 통한 홍보에 신경 써 조금이라도 더 시청층을 넓히는 데 주력하는 것이 ‘정석’이다.

▲ 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대행

불황 때마다 나오는 단골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개혁’이라는 단어다. 그 ‘개혁’은 이번 불황에 방송사 비용절감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효율적 개혁은 잉여 되는 것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가장 적확하게 활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인재건 프로그램이건 마찬가지다. 그때그때 비판거리만 찾는 연예언론에 휩쓸리지 말고, 활용할 수 있는 건 끝까지 뽑아내는 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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