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의 눈물 - 1막 2장
상태바
미얀마에서의 눈물 - 1막 2장
[경계에서]
  • 최영기 독립PD
  • 승인 2009.06.03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프롤로그
한국콘텐츠진흥원(구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에서 매년 시행하는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 중 미얀마 다큐멘터리 4부작 제작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미얀마로 출장을 다녀왔다. 영화 ‘비욘드 랑군’이 먼저 떠오르는 나라. 1983년 아웅산 폭발 사건, 1988년 8888민중항쟁에서의 대량 학살, 아웅산 수지 여사의 가택 연금, 2007년 민중 시위대에 또 총성을 울린 군사독재의 나라. 이렇게 썩 유쾌하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첫 방문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 제 1 장 - 타임머신을 탔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 군사 독재를 하는 나라의 양상은 세계 어디를 가나 다 비슷할 뿐만 아니라, 우리도 군사 독재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우리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 곳에서 나는 우리의 과거 모습의 한 일면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생생하게 보았다. 외국인 투자 의류제조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안에 첫발을 딛는 순간 나도 모르게 '노찾사'의 '사계'가 뇌리를 스쳤다.

운동장 같이 넓은 공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은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봉제회사나 의류회사 흑백사진의 모습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었다. 나의 질문에 이구동성 이렇게 답변한다. '받은 월급은 모두 부모님께 드려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그렇게 받는 한 달 월급은 평균 30~40달러다. 독재를 하든, 빈부의 차가 극심하든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나의 누나들도 유신정권 아래에서, 군사정권 아래에서 그렇게 미싱을 돌렸고, 그렇게 행복해 했으리라는 생각이 밀려올 때 눈물이 맺혔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노동권에 대한 외침과 투쟁이 있고, 없고 일 뿐이었다. 낮 최고 온도가 42도를 육박하던 그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다.

# 제 2 장 - 평생 기억해야 할 두 분을 가슴에 묻다.
첫 미얀마 출장길에서 방콕에서 미얀마로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했다. 함께 미얀마 출장길에 오른 동료PD들만 미얀마로 보내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내 몫까지 해 내느라 더 많은 땀을 흘렸을 이성규PD, 김용철PD, 안재민 촬영감독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나는 삼우제를 마치고 다시 미얀마로 들어갔고, 무더위와 싸우며 전쟁 같은 촬영을 이틀 남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토요일 이른 아침,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믿기지 않았고, 혼란스러웠다. 이틀 후 귀국한 나의 조국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내가 알기로 법은 사회 공동체가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다. 법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특히 형사법은 개인과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온하게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범위에서만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로마시대부터 내려오는 법언도 같은 취지이다.
불행히도 2009년 대한민국의 법은 넘어서지 말아야 할 문턱을 지나치게 넘어서고 있다. 법이 원래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도구로 전락하여 미친개처럼 날뛰고 있다.

▲ 최영기 독립PD

# 에필로그
고인이 되신 어머니는 내가 <PD수첩> 관련하여 MBC 뉴스에 나온 것을 보시고 많은 걱정의 말씀을 하시면서도, '옳고 바른 길을 가는데 주저함은 없어야겠으나, 몸이 상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셨다. 하늘로 가시기 2주 전 쯤의 말씀이고, 아직도 내 귀가에 쟁쟁하다. 그렇다. 절대 몸이 상하지 말아야겠다. 더욱 건강해져야겠다. 특히 요즘 같아서는 말이다. 평생 기억하고 싶은 두 고인 말고도 꼭 기억하고 싶은 이름 3명이 있다. '조갑제',
'지만원', '변희재' 이 세 사람보다는 반드시 오래 살아서 종말을 보리라!
나는 다시 마지막 남은 한 편을 촬영하기 위해 다시 미얀마행 비행기에 오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