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의도적, 다른 언론은 검증의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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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의도적, 다른 언론은 검증의지 부재”
노 전 대통령 서거, 언론의 책임은?…“책임 논할때 언론이라 말고 조중동이라 하자”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9.06.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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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시민 분향소를 찾은 어떤 이가 남겨둔 글이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붙어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하는 수많은 애도의 글 속에서 그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생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며 악연을 맺었던 보수신문을 포함한 몇몇 집단들은 망각을 기다리는 듯하다. “원망하지 말라”던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인용하며 지금 필요한 건 ‘화해와 통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 당신들은 떳떳한가“라고 되묻기까지 한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 토론회를 찾은 이들은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 검찰과 마찬가지로 민주당과 진보언론 역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모두가 죄인’이라며 책임을 묻는 일을 덮어버릴 경우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잊혀질 테고, 이는 결국 이날 토론회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이명박 대통령이 연출하고 검찰이 주인공을 맡았으며, 보수언론이 배급·마케팅을 담당한 희대의 살인극”이라고 규정했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말마따나 “제2, 제3의 노 전 대통령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브리핑 베끼기 심각”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언론의 구체적인 잘못은 무엇이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부분이지만, 박형상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유무를 쟁점으로 하기 보단, 현재의 피의사실 공표 과정이 페어(fair: 공정한)하지 않고 지저분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법이 전공인 박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목적의 달성을 위해 특정 사실을 일부 언론에 은근하게 흘리고 기자가 이를 받아 특종이라며 부풀리는 과정은 분명 잘못”이라면서 “검찰은 대형 사건에 대해 수사 브리핑과 보도자료 배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며, 관련 자료는 기자들에게만 은밀하게 전달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똑같이 접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주최로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검찰·언론의 책임을 묻다’ 토론회에서 박상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박 변호사는 또한 기자들의 ‘보도자료·브리핑 베끼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열린 검찰 간부회의 기사를 보자. 조은석 대검 대변인 브리핑 내용 그대로 기사를 쓰면서도 기자들은 ‘확인됐다’, ‘전해졌다’,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검찰 브리핑에 따르면 ~라고 했다’고 써야하는데 말이다. 이 같은 문장구조를 취하는 기사의 신뢰도는 신뢰도 49%라고 단정해도 좋다.”

박 변호사는 “이 같은 보도자료·브리핑 베끼기는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뉴욕타임즈> 보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립되는 취재원 4명 이상의 확인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하나의 공식 ‘빨대’에 의존해 쓰면서도 ‘~라고 밝혀졌다’는 식의 단정을 한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국민)들에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붕어빵 보도’를 하는 것은 담합”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방송 뉴스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 자신들이 발굴해 낸 취재인 양 할 게 아니라 보도자료를 화면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시간적 특종은 이미 의미가 없다”면서 “보도자료 출처 표시와 함께 기소 전이 아닌 후, 법원으로부터 유·무죄 판결 위주로 보도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수언론은 의도적, 다른 언론은 검증 의지 없어”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피의사실공표’가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 검찰이 행한 피의사실 공표가 단순 첩보를 은밀하게 (특정 언론에) 제공한 것은 아닌지 여부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부적절한 돈이 오간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로 이를 확증할 만한 증거 유무에 따라 ‘피의사실’ 여부도 결정될 수 있는데, 그간의 언론보도를 보면 ‘확증 정보’ 대신 ‘쪼가리 정보’만이 검찰 ‘빨대’로부터 언론에 제공됐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기자실에서 따끈한 정보를 공개한 기억은 거의 없다. 특정 언론에 의해 먼저 단독보도가 되고 나면, 물먹은 기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홍만표 기획관이 기자실로 내려와 이를 확인해 주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검찰은 언론으로 하여금 피의사실을 구성하도록 한 후 혐의를 단정하게 만들었다. 법정에 가기 전 그리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재판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언론 전체의 보도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과정에서 모든 언론들은 ‘라면’ 기사를 양산했다. 사실을 검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라면’이라는 가정법 하에서 (모든 결론이) 등식화된 것이다. 기나긴 과정 속 단독보도를 한 신문은 사실 딱 두 곳이다. 이들 보수언론들은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의도성을 갖고 보도할 수도 있지만, 다른 언론들의 검증의지 역시 발동되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내가 기자라도 검찰에서 ‘단독보도’를 쥐어줬을 때 피의사실 공표라며 쓰지 못할 것 같지 않다”며 “기자 개인의 직업윤리 문제로 치환할 게 아니라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우선적으로 나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책임이라 하지 말고 조·중·동 분리해내자”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에는 조·중·동뿐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 모든 언론에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래도 언론의 책임이라 하지 말고 여기서 조·중·동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의 책임을 면제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중·동의 책임이 경감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조·중·동은 받아쓰기만 한 게 아니다. 검찰이 어떻게 해야 할지 사설을 통해 수사 방향을 제시했다. 검찰과 조·중·동이 주고받기를 한 것”이라면서 “조중·동이 검찰과 공모한 의도적 공격 사건을 놓고 언론이라고 통칭해선 (그들의 책임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한 정치권과 언론계 내부에서 조·중·동이 과도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0명 중 1명이 보는 신문이고 일반 독자들, 특히 20대 학생들은 조·중·동 보도를 가리켜 ‘찌라시 수준’이라면서 보더라도 한 번 걸러 보는데, 정치권과 언론사 고위 간부들은 과도하게 높게 평가해주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조·중·동에 좌우되지 않는 만큼 민주당 의원들은 시험 삼아 이들 3개 신문을 구독하지 말길 바란다. 필요하면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봐라. 또 <한겨레>, <경향신문> 등도 조·중·동에 비해 낙종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조·중·동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조·중·동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조·중·동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은 짧은 회오리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상주 <미디어오늘> 논설위원도 “순식간에 진실이 전달되는 인터넷 시대에, 저들의 전횡이 가능한 토대는 바로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비겁”이라면서 “오늘 집에 가서 우리 집에 어떤 신문이 들어오는지 확인한 뒤 ‘쓰레기 신문’이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끊길 바란다. 그 작은 행동이 이 땅의 진보를 위해 내 딛는 큰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을 방청한 강기석 전 신문유통원장 역시 “언론에 대한 고전적 메타포(은유)는 ‘감시견-애완견’이지만 조·중·동은 ‘애완견’이 아닌 ‘MB정권에 대한 보호견-사회세력과 야당에 대한 공격견’이 됐다. 언론이란 외피를 쓰고 있을 뿐 이미 언론이 아닌 것이다”라면서 “이미 국민 10명 중 1명만이 조·중·동을 보는 상황에서 정치인, 엘리트층에서만 이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으로서 위세가 떨어지니 조·중·동이 방송을 겸영, 밑지는 것을 만회하려 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기에 야당과 시민사회가 언론관계법의 핵심을 잘 알고 싸워서 승리하면 엄청난 계기가 생길 수도 있다. 조·중·동은 방송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실패하게 되면 반드시 내부에서 책임론을 놓고 분열이 일어나게 될 테고, 이 때 정치적 상황에 큰 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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