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데이트도 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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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에서 데이트도 할 수 없나?”
‘PD수첩-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에 시청자들 분노·격려
  • 김고은 기자
  • 승인 2009.06.0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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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송된 MBC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연출 강지웅·김재영)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지독한 ‘광장 공포증’과 경찰의 과잉 진압, 탄압받는 인권 등을 다루자 많은 시민들은 분노를 나타내며 〈PD수첩〉의 용기를 응원하고 있다.

〈PD수첩〉은 지난 5월 초 촛불 1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덕수궁 대한문 등에서 이뤄진 경찰의 진압 등을 중심으로 ‘봉쇄된 광장’과 민주주의의 위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민을 적으로 대하는 경찰…봉쇄된 광장은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

지난 5월 2일, 경찰은 청계광장과 서울광장 그리고 서울역 등에 1만 3000여 병력을 배치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의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촛불집회 원천봉쇄’ 방침에 따라 서울 시내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 시민은 물론 일본인 관광객이 구타를 당하고 연행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PD수첩〉은 당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요시이리 아키라씨를 일본 현지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아키라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에 효도관광을 와 명동 거리에서 음식점을 찾던 중 봉변을 당했다. 경찰의 구타로 인해 그는 늑골 세 개에 금이 갔다. 일본에 돌아온 뒤에도 아파서 웃을 수도, 기침을 할 수도, 계단을 내려갈 수도 없었다고 했다.

▲ 2일 방송된 MBC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MBC
아키라씨는 당시 경찰에게 ‘니혼진데쓰(일본인이다)’라고 거듭 말했지만 이를 듣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운전면허증을 보여주고 겨우 풀려난 아키라씨는 “경찰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며 당시 자신을 구타한 경찰과 책임자를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 남대문 경찰서가 작성한 사실 확인서에는 ‘(신원) 불상자’가 때린 것으로 돼 있을 뿐이었다. 아키라씨는 구타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경찰의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당시 명동 거리에선 이유 없이 연행된 사람은 아키라씨만이 아니었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나왔던 이모씨 역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이에 여자친구가 항의하자 경찰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라고 했다. 휴대폰 통화시각, 교통카드를 찍은 시각 등을 확인한 결과 명동에 도착한지 10분만에 연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하루가 더 지나서야 이씨를 풀어줬다. 그리고 “왜 데이트를 명동에서 하냐”면서 “만났으면 바로 집에 가지 왜 거기 있었느냐”고 이들을 몰아세웠다.

이들만이 아니다. 경찰은 전날 노동절 집회에서 박카스병을 투척한 채증사진을 근거로 지적장애 2급 장애인을 연행하고, 선배의 연행에 항의하던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까지 잡아갔다. 유현주양은 “나라라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국민들을 위해서 있는 나라여야 하는데…”라며 “나라라는 것에 가지고 있던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하철 역사 안까지 진입해 장봉과 단봉을 마구 휘둘러댔던 일명 ‘사무라이 조 진압’은 유명한 사건. 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아빠의 목말을 탄 다섯 살짜리 아이가 들고 있는 촛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민들이 설치한 분향소 천막을 철거하며, “아빠 보내주세요”라며 울부짖는 아이의 애원조차 외면하는 게 대한민국 경찰이다.

방송을 마치며 김환균 책임PD가 남긴 말은 그래서 더 울림이 크다.

“진압경찰들이 몰려가면서 외치는 구호는 시민들을 마치 적군으로 대하는 듯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을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광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광장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봉쇄된 광장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말았습니다.”

데이트는 홍대와 신촌에서? “정부에 치가 떨린다”

방송이 나간 뒤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는 무려 7000건 이상의 분노와 격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청자 임현정씨(solid38)는 “정말 이게 지금 2009년도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이게 말이 되나. 시민들 때리고 치고 박고 주먹 쓰고 봉 휘두르라고 뽑아준 게 경찰인가”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 2일 방송된 MBC 〈PD수첩〉 ‘봉쇄된 광장 연행되는 인권’ ⓒMBC
김지현씨(unnijh)는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화면을 보는데 가슴이 답답하면서 눈물이 난다. 누굴 위한 나라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했고, 박은진씨(piano1430)는 “민주주의 시대가 아닌 군사정부 시대인 듯 느껴진다”면서 “현 정부의 비정함과 모순된 행동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현미씨(char5449) 역시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우리나라엔 지금 국민은 없고 경찰들만 있는 것 같다.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일까. 국민이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엔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왜 데이트를 명동에서 하냐”는 경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한 반응도 많았다. 한 시청자(polion1)는 “데이트는 홍대와 신촌에서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시청자들은 “이러다가 집집마다 경찰을 배정받지나 않을까 걱정”, “답글 잘못 달면 낼 연행될까 겁난다”면서 ‘과잉진압’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냈다.

〈PD수첩〉에 대한 격려도 줄을 잇고 있다. 김수경씨(luxuy)는 “이번 방송 정말 대단하고 용기 있다”고 평가했고, 조명식씨(starmaxa)는 “MBC 같은 방송 매체가 있어서 그나마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유희경씨(vj7056)는 “MBC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다. 끝까지 시청하겠다”면서 “지금 이 두 눈으로 2009년 대한민국의 모습, 민주주의란 없는 그 모습 담겠다. 그리고 꼭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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