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언론, 블로거보다 더 불신받고 있다
상태바
주류언론, 블로거보다 더 불신받고 있다
5일 한국언론학 세미나…언론 신뢰도 회복 강조
  • 백혜영 기자
  • 승인 2009.06.06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리면서 조중동에 대한 광고 불매 운동이 일었다. 광고 불매 운동은 새롭게 나타난 운동 양식이어서 상당히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취재 당시에는 조중동, KBS뿐 아니라 주류 제도권 언론 전체가 개인 블로거보다 더 불신을 받았다.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이희용 한국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최근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거부는 물론 언론 전반에 걸쳐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와 퀄리티 저널리즘’이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나친 ‘정파성’으로 인한 편파·왜곡 보도 그리고 공공의 이익보다 자사의 이익을 중시한 보도 등으로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통해 정보 투명하게 공개…언론 사실 보도하는지 비교 가능”

▲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수석부회장 ⓒPD저널

발제를 맡은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에도 삐라나 유언비어가 더 진실을 담고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제도권 언론은 불신당했다”면서도 “과거엔 정권의 통제로 있는 사실을 못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지만, 지금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시위 현장이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고 현장에 있던 개인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글을 올리면서 언론 보도와 실제 사실과의 비교가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할 경우 그것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 결과를 인용, 신문의 급격한 신뢰도 하락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신문의 ‘정파성’과 수입구조의 문제를 꼽았다.

언론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문, TV, 잡지, 라디오, 인터넷 등 5개 매체가 특정 사안에 대해 동시에 보도했을 경우 TV, 인터넷, 신문 순으로 보도 내용을 신뢰한다고 나타났다. 신문은 방송은 물론 인터넷에 비해서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신문의 신뢰도 하락 원인은 정파성 혹은 편파성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며 “상대방을 비방하는 식의 기사나 민감한 사안마다 각자의 입장에 맞춰 아전인수격으로 보도하는 것이 서로 비교 돼다 보니 신뢰도 하락을 부추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또 “신문의 경우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의 비율이 23,7%와 76.3%(2006년 회계연도의 신문발전위원회 집계)로 나타났다”며 “광고 의존 비율이 높다 보니 상업성이 높아지고 광고주의 영향으로 특정 기사가 빠지거나 변질되고, 기사형 광고의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퀄리티 저널리즘 실현 위해 공적 지원 확대 필요”   

신문은 물론 KBS를 포함한 방송 역시 최근 불신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YTN, KBS 사장 교체와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 등 일련의 사태로 방송에 대한 신뢰도도 많이 하락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광고 수주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광고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특히 중간·간접 광고가 허용되고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 프로그램 전반에 상업성이 높아지고 보도 논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이밖에도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수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방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과잉 경쟁을 벌이고, 노조 등을 통해 공정 보도를 견제하는 기능이 약해진 것 등을 언론 신뢰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또 현재 신문사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 구조조정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자체가 콘텐츠에 영향을 줘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바다에 표류하면서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마시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신뢰도를 높이는 길만이 신문과 방송의 살 길”이라며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정파성에 따라 사실 자체를 왜곡한 기사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감정적이고 편파적 시각에 치우쳐 있는 사설이나 자극적인 기사들 역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퀄리티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공적 지원의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많지만 공적 지원을 통해 생존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한 뒤 질 높은 기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일 오후 2시 30분 한국언론학회 50주년 기념식 및 봄철정기학술대회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와 퀄리티 저널리즘’ ⓒPD저널

 

“지금 우리 언론 극단적 정치성·당파성의 시대로 규정될 듯”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다른 패널들 역시 신문의 정파성, 편파·왜곡 보도 등이 신뢰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데 동의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는 “지금 우리 언론을 후세에서는 극단적 정치성·당파성의 시대로 규정하지 않을까 싶다”며 “언론이 권력기관화, 정치 기구화 돼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언론이 이미 하고 싶은 말이 정해져 있고 그 말을 하기 위해 취재·보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에서도 보듯) 무죄추정의 원칙 등 기본적인 저널리즘의 원칙 역시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고, 인권을 무시하는 책임 없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현재 저널리즘의 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재 한림대 교수 역시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선 언론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고, 정치적 문제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언론이 보여주는 편파·왜곡 보도, 정치적 선전 보도, 공격 보도가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에 언론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KBS, YTN 사장 교체 문제 등 정부와 소유구조상 밀접한 언론사뿐 아니라 시장 체제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조중동, 진보신문들도 실제 보도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보도를 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파성보다 공익적 기준에 문제 초점 맞춰야”

언론의 정파성보다 다양한 의견이 균등하게 보도되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우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정파성이라고 하는 데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언론은 기본적으로 정파적이다. 문제는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공정하게 보도될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언론이 사실 보도를 안 하고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 한다”며 “많은 언론이 팩트 중심, 엄밀한 취재원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파성에 너무 초점을 두지 말고, 과연 언론이 공익적 기준, 국가이익의 기준에서 제대로 된 담론을 취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0년 대 이후 미국에서 진행된 공공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한국 언론은 과연 공공 저널리즘의 정신을 되새겨 봤는가” 되물은 뒤 “저널리즘 위기의 일차적 책임자는 언론”이라며 “더 이상 외부 환경에 대해 얘기하지 말고 과연 언론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 역시 사회 조직이니 처벌과 보상이란 큰 시스템 안에서 봐야 한다”며 “제대로 된 보상과 공익적 기준에서 봤을 때 부당한 일을 했을 경우 처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창남 경희대 교수는 “언론이 이념적 가치관에 의해 방향성을 갖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기본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지금은 추정, 짐작, 추측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언론 스스로 신뢰성 하락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별로 변하지 않는 것”이라며 “여러 비판에 대해 임시 모면하려 하고, 한 마디로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