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2000 ABU상 TV부문 대상받은 MBC 곽동국PD-<MBC스페셜> "도끄,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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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를 잇는 다큐에 보람 느껴”

"전혀 예상치 못한 수상이어서 놀랍고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앉은 곽동국 PD는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히고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갑작스러운 수상소식에 당혹스러워 했다. 곽 PD는 인터뷰 중간중간 휴게실에 들른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곽 PD는 지난 6월부터 을 연출하고 있고 12월에는 친정인 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ABU상 TV부문 대상을 받은 ‘도끄, 어느 샴 쌍둥이의 꿈’은 작년 5월28일 방송됐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전 당시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지역에서 하반신이 붙은 채 태어나 89년 분리수술을 받은 ‘베트’와 ‘도끄’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리수술을 받은지 10년, 형제는 다리 하나씩을 나눠 가졌으나 형 베트는 혼자서는 거동도 할 수 없는 상태이고 동생 도끄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으로 살고 있다. 곽 PD는 이처럼 샴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형제의 모습에서 전쟁의 상흔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는 베트남을 말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고엽제 취재 중 만난 도끄형제“축구선수를 꿈꾸고 식물인간에 가까운 형을 돌보려는 18살 도끄의 희망이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서려는 기형의 나라 베트남의 꿈일 수 있죠. 개인적으로도 베트남이라는 국가와 도끄가 연관되는 것처럼 사회속의 인간을 보려고 애쓰는 편이예요.”그래서 카메라는 베트와 도끄의 생활에 밀착되다가도 자식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고엽제의 직접 피해자인 베트남의 아버지들이 자신들의 2세가 기형아로 태어나자 자살하거나 가정을 버리는 사례가 흔하다는 것을 고발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의해 고엽제가 살포되는 장면과 포르말린병에 담겨 국립병원에 전시돼 있는 기형아들, 장애를 극복하려는 도끄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곽 PD가 도끄와 베트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에서 고엽제 피해자들을 취재할 때이다. 일본 취재중 10여년간 민간모임을 구성해 도끄와 베트를 지원해온 후지모리 교수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형제의 사연을 전해 듣게 되었다. “단순한 인간스토리가 아니라는 느낌이었어요. 한국인이면 공감할 수 있는 전쟁의 참상과 그 피해자인 인간의 얘기를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아 로 옮기면서 취재준비에 들어가게 됐죠.”과거사를 대하는 양국의 다른 모습이같은 곽 PD의 기획의도와 달리 취재진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았다. 10여일의 현지취재 기간내내 베트남 외무성과 문화성 당국자가 취재진과 동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또 도끄와 베트의 어린시절 자료 확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러나 취재진이 애초 걱정한 베트남 당국의 취재 제한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베트남 정부가 전쟁 피해 사례 공개에 적극적이었고 일본의 후원모임을 통한 자료 입수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리나라와 비교가 됐어요. 우리도 고엽제 피해자들이 있지만 정부는 외국의 눈치만 보며 숨기려고 하잖아요.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곽 PD는 고엽제 주성분인 다이옥신이 2세로 유전될수록 확인하기 어려워져 고엽제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워진다며 방송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일정 짧아 아쉬움 남아곽 PD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큐의 역할도 이런 점이다. 그러나 우리 방송사의 다큐 제작 지원이나 인식은 아직 낮다는 것이 곽 PD의 판단이다. 제작기간이 짧아 취재가 미흡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자료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취재에 들어가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끄, 어느 샴 쌍둥이의 꿈’도 예외가 아니다. 제작진은 고엽제 피해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도끄의 아버지를 찾아 나섰지만 촉박한 제작일정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곽 PD는 3일 정도의 기간만 있었다면 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다이옥신 확인 검사도 검사비가 만만치 않아 제작비만으론 감당할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다.“방송사에서 다큐의 위상이 아직 낮아요. 연출이 불가능한 점이나 검증이 필요한 다큐의 특성상 다른 장르와 조금은 차별화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거든요. 외국의 우수 다큐물을 보면 대부분 장기 제작물인 점에 비춰보면 우리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수준높은 다큐물이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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